[풍경소리] 안전한 캠퍼스 환경조성을 위한 제언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안전한 캠퍼스 환경조성을 위한 제언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3-10-16 11:25
  • 신문게재 2023-10-17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김정겸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심리학자 매슬로(A.H. Maslow)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에서는, 인간의 욕구는 하위에서 상위 단계에 이르기까지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다음 욕구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에서 '안전의 욕구(Safety Needs)'는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을 회피하려는 욕구를 의미하며 1단계 '생리적 욕구(Basic or Physiological Needs)'의 상위 단계인 2단계에 위치한다. 그러나 필자는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간은 어떠한 욕구도 충족할 수 없으므로 안전이야말로 모든 인간 욕구의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기본적 욕구에 해당하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러 시스템 및 규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안전 보장을 위한 노력은 대학에서도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그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캠퍼스 환경 조성을 통한 대학 구성원의 안전 확보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대학 내 안전사고 및 범죄예방을 위한 각종 보고서를 종합하면, 대부분 대학에서는 범죄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하고 출입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물리적 보안 및 기계경비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들어 지역 경찰서와 협력하여 경찰의 학내 순찰을 강화하거나 대학생 순찰대를 조직하여 운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캠퍼스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사건·사고 소식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대학 내 안전 관련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근래 들어 대학에서는 캠퍼스 안전사고 및 범죄예방을 위해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 일명 '셉테드'를 주목하고 있다. 셉테드는 건물, 기반시설 등의 물리적 환경 개선을 통해 자연적 감시, 접근통제, 영역성, 활용성 등을 향상해 범죄를 예방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필자가 재직 중인 충남대를 포함한 많은 대학이 셉테드기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만 셉테드기법은 다양한 범죄 및 안전사고 예방전략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종합적인 예방대책을 수립한 이후 이와 함께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캠퍼스 내 개별 건물과 실내 공간의 경우 출입구에서 출입통제 시스템을 활용한 기계적 경비가 도입되었으나, 출입구에서의 출입통제보다는 실내 개별 공간에 대한 접근통제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교내 외부공간의 경우에는 CCTV와 경비원 순찰 이외에 식재된 조경수목의 정비, 조명 시설의 조도 및 위치 조정과 설치, 사각지대 관리 등의 기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기숙사 거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숙사 거주 학생의 상당수는 기숙사와 강의동을 연결하는 보행로와 기숙사 공용공간에서의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높았고, 야간 학습과 여가생활 후 늦게 귀가하는 학생들의 불안감 또한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캠퍼스 안전계획은 단순히 셉테드원칙을 기반으로 한 시설 안전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 패턴 및 행태적 특성을 반영한 종합적 접근방법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람은 공기, 물과 같이 당연히 존재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것을 상실했을 때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느낀다. 안전도 마찬가지다. 교내에 큰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한 후에야 캠퍼스 내 안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우(愚)를 다시는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가 모두 건강하고 안전한 대학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사후적(reactive)이 아닌 사전적(proactive)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학생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24시간 안전하게 학내에 머물면서 공부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결국 우리 대학 발전의 진정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