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나는 지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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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나는 지옥으로 간다’

김명숙/수필가

  • 승인 2023-11-14 17:08
  • 신문게재 2023-11-15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명숙 수필가
김명숙 수필가
"나는 지옥으로 간다."

이 말씀은 성불(成佛)로 널리 알려진 성철스님께서 세상을 하직하기 전 마지막 남긴 말씀이라 합니다. 저는 기독교 신자로서 기회 있을 때마다 성철스님께서 하신 이 유언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힘든 일 있을 때마다 3000배를 하시어 죄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시고, 스님을 찾는 신자들께도 죄 사함을 얻기 원하면 3000배를 권해 주셨던 성철스님은 큰 깨달음을 얻어 성불의 경지에 다다르셨던 분임을 알고 있습니다.

불신자(佛信者)들은 말합니다. 인간의 공로 사상 중에서 최고로 잘 정립된 사상이 불교라고 말입니다. 성철스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모든 매스컴이 떠들썩하게 성철 스님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성철스님은 결혼 직후 처자식을 버리고 집을 떠나 살면서 부모님이 찾아와도 수행에 방해된다고 만나지 않으셨다 합니다. 기거하는 곳에 철조망을 쳐놓고 십 년 동안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십육 년 동안 솔잎 가루와 쌀가루만 먹고 살았다 합니다. 철저하게 고행의 길을 걸으셨던 것이지요. 그리고 팔 년 동안 눕지 않고 앉아서 잤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고행을 쌓고도 심령과 양심에 평안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초인적인 극기 수행과 용맹정진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어 성불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성철스님. 마지막 임종 직전에 "한평생 남녀 무리를 향해 진리가 아닌 것을 진리라고 속인 죄가 너무 커 지옥에 떨어진다"라고 몸부림치시며 천추의 한을 토로하셨다 하니 과연 스님께서 도달한 깨달음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또한, 스님은 "지옥의 슬픔이 나를 에워쌌으며 사망의 올무가 내 앞에 있었도다. 나는 인생을 잘못 선택했다. 나는 지옥에 간다. 내 죄는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데 내 어찌 감당하랴. 내가 80년 동안 포교한 것은 헛것이로다, 우리는 구원이 없다, 죗값을 해결할 자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합니다.

딸 '필히'와 54년을 단절하고 살았는데 임종시에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스님은 "딸, 필히야! 내가 잘못했다. 내 인생을 잘못 선택했다. 나는 지옥에 간다…"라고 하시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셨다 합니다. 하지만, 스님의 거짓말은 선량한 거짓말을 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영국 속담에 거짓말에는 '새빨간 거짓말'과 '하얀 거짓말'이 있다고 합니다. 새빨간 거짓말은 나쁜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속이려고 나쁜 의도로 하는 것이고, 하얀 거짓말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사람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기 위한 의도의 선한 거짓말이라는 것이지요. 예로 '플라시보 효과'라 하여 약효가 없는 약을 진짜 약이라고 해 환자가 복용했을 때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얻는 경우와 살 날이 별로 남지 않은 사람에게 증세를 사실대로 말하게 되면 희망을 잃고 자살을 하거나 정신적인 충격으로 병이 더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읽었던 '마지막 잎새'에서도 폐렴에 걸려 죽어가는 존시라는 청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베어먼 화가는 마지막 잎새를 그려 넣어 존시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던 것입니다.

저는 성철스님의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철스님께서는 지옥에 가시지 않고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삶의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하얀 거짓말. 우리도 하얀 거짓말을 하며 사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희망을 주는 그런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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