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혼자 또 함께 '싱글 인 서울'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혼자 또 함께 '싱글 인 서울'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3-12-14 08:53
  • 수정 2024-02-06 10:43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31213_101120937
이 영화는 느립니다. ‘서서히, 천천히’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만큼 흥미진진하거나 감정이 확 달아오르거나 하지 않습니다. 영호와 현진 두 사람 모두 나이를 먹고, 사랑하는 이 없이 지낸 지 오래입니다. 첫사랑과도 다르고, 낯선 곳에서 불시에 찾아온 매혹적 사랑도 아닙니다. 그들은 지금 서울에 있습니다. 일과 생활의 공간에서 사랑은 보일 듯 말 듯하게, 될 듯 말 듯하게 다가오고 진행됩니다.

영화는 글쓰기와 책 만들기를 모티프로 합니다. 둘은 깊이 관련되지만 실은 아주 다릅니다. 글은 혼자서 쓰고, 책은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 쓰는 남자는 혼자가 익숙합니다. 책 만드는 여자는 늘 사랑을 기대합니다. 함께 하는 일의 기쁨과 보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영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실은 현진의 배려와 포용, 기다림에 영호가 반응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며 영호는 자신과 대면합니다. 회상과 기억 장면으로 드러나는 영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의 혼자 살기가 첫사랑의 상처와 더불어 사랑에 서툰 자신에 대한 방어기제임을 알게 됩니다. 가끔 시청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 속 인물들이 정말 자연이 좋아서라기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고 은둔한 것임을 생각했습니다. 영호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니 돌아보는 과거사는 상처의 확인이면서 또한 새로운 사랑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영호의 글을 읽으며 현진은 그를 천천히 이해하게 됩니다. 물론 그들은 대화도 나누고, 일도 함께합니다. 그때 장면은 비교적 빠르고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쓰기와 읽기에 주안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그들은 서로의 생각을 수용합니다. 영호는 책을 내고, 현진은 영호의 문장 '혼자여서 괜찮다'로 카피를 바꿉니다. 혼자일 때와 함께할 때 모두를 긍정합니다.



아버지와 둘이 지내다가 따로 나온 현진이 무슨 일로 옛집을 찾은 장면이 떠오릅니다. 문을 열고 나온 아버지의 동거인과 대화를 나눕니다. 오래 혼자 지내던 두 분이 왜 함께 살기로 했는지 묻습니다. 어색할 수도 있으련만 진솔한 답이 옵니다. 같이 살아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라고요. 사랑과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따뜻하고 좋은 작품입니다.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4.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