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 파고든 동굴, 누가 왜?] ⑤일본군의 대전 요새화 조사도 없다…"극복의 역사로 접근을"

[보문산 파고든 동굴, 누가 왜?] ⑤일본군의 대전 요새화 조사도 없다…"극복의 역사로 접근을"

일본 방위성 문헌조사 부산시 '역사공백 복원'
서대전시민공원 일대 일본군영지 역사 백지
태평양전쟁 결전 대전 군사시설물 조사 전무
"강점기 극복한 대전의 역사 찾기 접근을"

  • 승인 2023-12-17 15:37
  • 수정 2024-02-28 10:49
  • 신문게재 2023-12-18 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동굴입구최종
대전에서 발견된 방공호 성격의 동굴과 지하시설 입구 모습. 동구 신상동과 중구 호동의 동굴 입구와 중구 목동 거룩한 말씀의 수녀회 성당 지하공간 입구 모습. 전쟁 중 방공호와 핍박의 유산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보문산만큼 대전의 역사를 품은 산이 또 있을까. 바위에 새겨진 고려 때 불상부터 시루봉 정상 백제의 성곽 그리고 일제강점기 일본인 별장과 을유 해방기념비가 한 곳에 머문다. 한국전쟁 대전지구 전승비(UN탑)와 남북분단의 망향탑 역시 숲속에 어우러진다. 이런 보문산에 전에 보고된 적 없는 동굴 5개가 최근 잇달아 발견됐다. 정을 치고 화약을 터트려 돌을 나른 흔적이 역력한 이들 동굴은 누가 왜 조성했을지 추적해 본다. <편집자 주>



[보문산 파고든 동굴, 누가 왜?]

5. 잊으면 반복되는데 우리는…



대전역에서 KTX를 탑승해 부산역에 닿기 직전에 정차하는 부전역 일대(54만3360㎥)는 1910년 일본이 강점했던 곳으로 광복 후 미군의 군영지로 사용돼 2010년이 되어서야 부산에 반환된 땅이다. 100여 년간 이방인이 점유했던 땅을 되찾은 부산시는 이곳을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하고 역사관을 건립했다. 이때 첫 학술연구 주제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일본군의 부산배치 상황을 지금의 일본 방위성 자료를 조사해 밝힌 것이다. 그 결과 1940년 조선군 임시병참사령부가 부산에 진주할 때 남긴 기록을 수집하고 조선출신 고용인 연명부와 일본군 고사포 제51연대장 회고록, 일본군영지 공사설계서를 입수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연구총서를 발행, 부산 근·현대사의 공백기를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남선을 경유해 서대전역으로 돌아와, 이 일대가 미군 부대가 있기 전에 일본군이 주둔했던 군영지로 쓰일 때 역사는 제대로 연구되지 못하고 있다. 경부선 대전역이 개통하기 전부터 대전은 일본군 수비대가 주둔했으며, 1911년 호남선 이용하기 편리한 지금의 서대전시민공원 일대(66만㎥)에 부대를 펼치고 1937년부터 1945년까지 경성 이남 지역에 대구를 제외하고 최상급 일본군 부대가 주둔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태평양전쟁 말기의 1944~1945년 일제가 대전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군사시설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보문산 일원에서 최근 잇달아 발견된 인공 동굴은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에 대비한 시설일 가능성이 짙은 상황이다. 일본군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약고까지 발견됐고, 보문산 일원에서 석탄과 금, 은 등의 자원개발은 그동안 보고되거나 주민들에 의해 목격된 바 없기 때문이다. 중도일보가 최근까지 확인한 보문산 일원 동굴 5곳을 굴착했을 당시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고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보이나 마땅한 목격자나 굴착에 참여한 시민이나 후손이 확인되지 않았다. 1943년 학도병이나 징병제에 의해 강제 징집된 조선인 청년들이 일본군 예하 부대에 배속되어 하루 3교대 굴착했고 광복 후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 아닌지 추정될 뿐이다. 동구 식장산의 방공호와 정상에 고사총 진지로 보이는 시설물 역시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파악하지 않았다.

조건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제강점기 방공호와 전쟁유물은 한반도와 식민지 조선은 일본군의 본토결전의 볼모로 사로잡은 채 희생을 강제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증거"라며 "일본군이 태평양전쟁에서 한반도 결전 시 지하 총사령부를 옮길 장소로 대전을 적지로 판단했다는 것은 여러 기록에서 확인되고 있어 보문산 이번 동굴발견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연구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관람시설로 사용 중인 보문산 아쿠아리움의 옛 충무시설 방공호가 언제 무슨 목적으로 조성되었는지조차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채 구전과 추정으로만 짐작하는 실정으로 이번 기회에 대전지역 태평양전쟁 유적 전수조사가 요구된다. 또 중도일보가 확인한 인공동굴 중 일부는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 무너졌고 지금도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붕괴 등의 시민 안전을 확보하는 조치도 필요한 실정이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일본군 육군조병창이 있던 인천시 부평에서 처음에는 5~6개의 동굴이 발견되었으나 이를 바탕으로 정밀조사에서 30여 개까지 늘었고, 반전평화의 교육장으로 쓰인다"라며 "일본 방위성의 공개자료를 조사하면 보문산 동굴에 대한 기록과 도면, 강제동원 인원 등의 자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일본의 것이 아니라 대전이 강점을 극복한 역사 찾기라는 시선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온양온천역 더 깨끗하고, 더 편리하게"
  2. 세종의 산과 길을 걷고 기록하다… '세종산길 16' 발간
  3. 아산시, 노후주택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 완료
  4. 잿더미서 다시 일어선 조일푸드…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5. 아산시, 어린이 활동공간 전방위 안전관리 나선다
  1. 아산시의회, 주요 현안사업장 6개소 찾아 추진상황 점검
  2. 9월 집중호우·습한 더위 발생 원인 '장마전선 위치'…20년간 213㎞ 북상
  3. 건양대병원·대전보훈병원, 호스피스의날 인식개선 캠페인 전개
  4.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5.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헤드라인 뉴스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충남 서산시가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타당성 재조사에 본격 대응하며 사업 정상 추진을 위한 경제성과 정책성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산시는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총사업비 증액에 따라 진행되는 타당성 재조사에서 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지역 발전 효과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충남도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번 재조사는 서산공항 건설사업비가 기존 484억 원에서 899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추진됐다. 국토교통부는 8월 기획예산처에 타당성 재조사를 요청했으며, 기획예산처는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기후위기 시대 복합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물관리와 소방 전문기관이 손을 맞잡았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금강유역본부(본부장 이종식)는 23일 전북 전주시 본부에서 전북소방본부(본부장 진형민)와 위기대응 공동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집중호우와 태풍, 대형화재 등 재난 양상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양 기관이 보유한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연계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재난 발생 시 물관리 전문기관의 시설과 자원을 소방 대응체계에 적극 활용하는 데 있다. 우선 시설물의 안정적인..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대전 동구 성남동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학교 설립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학생들의 통학권 보장과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중학교 설립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23일 대전 동구의회에 따르면, 이지현 의원은 제29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성남동 지역 학생들의 통학 여건 개선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성남중 설립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이번 건의안은 2004년 성남동 구성지구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이후 20년 넘게 학교 설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속되고 있는 주민들의 교육환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