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 파고든 동굴, 누가 왜?] ②"지하자원 채취·6·25 피란 목적 가능성 낮아"

[보문산 파고든 동굴, 누가 왜?] ②"지하자원 채취·6·25 피란 목적 가능성 낮아"

대전 보문산서 인공동굴 5개 조성시점은?
석탄 등의 지하자원 개발 기록·구전 없어
"사금 채취 기록 없어 일제강점기때 고려"

  • 승인 2023-12-11 17:31
  • 수정 2024-02-28 10:48
  • 신문게재 2023-12-12 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보문산만큼 대전의 역사를 품은 산이 또 있을까. 바위에 새겨진 고려 때 불상부터 시루봉 정상 백제의 성곽 그리고 일제강점기 일본인 별장과 을유 해방기념비가 한 곳에 머문다. 한국전쟁 대전지구 전승비(UN탑)와 남북분단의 망향탑 역시 숲속에 어우러진다. 이런 보문산에 전에 보고된 적 없는 동굴 5개가 최근 잇달아 발견됐다. 정을 치고 화약을 터트려 돌을 나른 흔적이 역력한 이들 동굴은 누가 왜 조성했을지 추적해 본다. <편집자 주>

[보문산 파고든 동굴, 누가 왜?] 2. 사금·연탄은 아닌데 굴착

3-2(대전시 중구 부사동 381-15)
대전 중구 부사동에서 발견된 동굴 입구가 벽돌 등으로 막혀 있다. 지하자원 목적의 동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사진=임병안 기자)
바위를 깎아 최고 50m까지 파고든 보문산의 여러 동굴이 석탄과 금·은 등의 자원채취 목적의 개발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원개발 목적의 굴착에 비해 보문산 동굴은 깊이가 짧고 채취를 위한 부대시설이 가동됐다는 증언도 수집되지 않기 때문이다. 6·25전쟁 때 조성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분석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대전 중구 호동과 석교동, 부사동 일원 보문산에서 발견된 동굴 5개의 조성 경위를 파악할 수 있는 문헌상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보문산에 매장된 지하자원 개발을 위해 암반을 착굴했거나, 6·25전쟁 중에 폭격과 피란 또는 무기고 등의 조성을 위해 만들었을 가능성이다.

조선총독부 관보를 찾은 결과 일제강점기 대전에 본사를 둔 광물사업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나, 보문산에서 개발했다는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1934년 발행된 조선총독부 관보 제2289호를 보면 대전부 대덕면 송촌리에 주소를 둔 광업 사업자가 충남 대전 북면에서 사금광을 등록했고, 앞서 2287호 관보에서도 충남 대전부 북면에서 또 다른 사업자가 사금을 캐고 있다고 기록돼 있다. 지금의 신탄진과 청주군 문의면 근처에 해당한다.

釜山日報19391128_5(대전석탄광의 채굴현장을 시찰)_edited
1939년 11월 부산일보에 게재된 대전석탄광 채굴현장 관련 기사.
일제 강점기 발행된 신문에서도 우리지역 사금과 석탄광 개발소식은 간간이 전해지고 있다. 1934년 11월 부산일보는 '사금지대 유명한 충남'이라며 사금광산이 개발됐다고 소식을 전했다. 위치는 대전부 구즉면 봉산 사금광산이라고 소개했고 지금의 구즉면 일대로 추정된다. 1939년 11월 또 다른 기사에서도 충남도지사와 경찰서장 등의 일행이 대전 석탄광산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신문에 게재됐는데 위치는 당시 대덕군 산내면이다. 1948년 한성일보에 대전탄광의 명함광고가 게재됐는데 본사 주소지는 대전부 삼성동이었으나, 보문산 일대에 탄광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1933년 충남 전의에서 사금광산 개발로 논과 밭이 황폐화됐다며 대책을 촉구하는 주민들의 원성이 크다는 소식이 게재됐다.

중구 호동의 동굴에서 부사동의 입구가 막힌 동굴까지 반경 1㎞ 이내에 동굴 5개가 밀집한 형태로 자원개발 목적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6·25전쟁 중에 피난이나 탄약 보관을 위해 동굴을 조성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기자가 주민 인터뷰 과정에서 부사동 동굴에는 우리군 탄약을 보관했다는 주민 증언이 있었고, 호동에서는 마을 피란 목적으로도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개인이나 마을 단위로 조성하기에는 동굴 규모가 크고 발파 등의 화약을 조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6·25전쟁 중 보문산 일대에서 장기간 전투를 벌인 전사가 없어 동굴 조성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주진 사단법인 대전문화유산울림 이사는 "사금을 대전 시내 가까운 곳에서 채취했다는 기록은 없고 구전도 전해지지 않는다"라며 "굴착하기 어려운 암반에서 석탄 등을 채취했을 가능성도 매우 낮아 조성 시점을 일제 강점기 말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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