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 파고든 동굴, 누가 왜?]대전에 인공동굴 5개 발견 잇달아…최대 50m 규모

[보문산 파고든 동굴, 누가 왜?]대전에 인공동굴 5개 발견 잇달아…최대 50m 규모

거칠게 바위 깎은 호동 동굴 규모 커
석교동 3개, 부사동 1개 등 근래 5개
허리 펴고 걸어다닐 정도에 방실도
입구 무너진 곳도 "굴앞" 지명 등 증언

  • 승인 2023-12-10 15:55
  • 수정 2024-02-28 10:48
  • 신문게재 2023-12-11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동굴1_edited
대전 중구 호동에서 발견된 동굴 내부 모습. 직사각형 형태로 내부 암반이 거칠게 깎여 있고 관리인 보관 중인 물건이 보인다.  (사진=임병안 기자)
보문산만큼 대전의 역사를 품은 산이 또 있을까. 바위에 새겨진 고려 때 불상부터 시루봉 정상 백제의 성곽 그리고 일제강점기 일본인 별장과 을유 해방기념비가 한 곳에 머문다. 한국전쟁 대전지구 전승비(UN탑)와 남북분단의 망향탑 역시 숲속에 어우러진다. 이런 보문산에 전에 보고된 적 없는 동굴 5개가 최근 잇달아 발견됐다. 정을 치고 화약을 터트려 돌을 나른 흔적이 역력한 이들 동굴은 누가 왜 조성했을지 추적해 본다. <편집자 주>



[보문산 파고든 동굴, 누가 왜?]

1. 바위를 깎고 뚫은 손자국

2. 사금·연탄은 아닌데 굴착



3. 일제 방공호, 짙은 그림자

4. 수탈과 참상의 전쟁유적

5. 잊으면 반복되는데 우리는…



대전 중구 호동의 보문산 비탈면에 암반을 뚫어 조성한 깊이 50m가량의 동굴이 발견됐다. 세로가 긴 직사각형 입구는 성인이 허리를 펴고 들어갈 정도로 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져 두 명이 나란히 걸어도 어깨가 벽면에 닿지 않을 너비였다. 동굴 안 벽면은 사람이 깎은 흔적이 역력해 바위가 울퉁불퉁하게 거칠게 솟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각각 가지를 뻗은 것처럼 작은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동굴 안 천장과 벽면의 바위는 습기를 가득 머금었고 바닥에는 물이 고여 작은 물길이 만들어졌으나, 동굴의 끝까지 오가는 데 신발이 젖을 정도는 아니었다. 동굴 벽면에는 손가락 세 개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천공)이 여러 곳에 남아 있었고, 암반을 정교하게 다듬어 만든 폭 30㎝ 턱이 보였는데 천장 나무기둥을 걸치듯 받쳤을 것으로 보였다. 이 동굴에는 굴착 당시 기둥으로 쓰인 목재가 썩은 상태이지만 그대로 남아 있고, 잔돌을 한쪽에 가지런히 쌓아 올린 것도 원형으로 보존된 상태다. 2002년께 지금의 관리인이 입구 앞에 집을 짓고 굴에 쌓인 토사를 걷어내서야 최초 조성 당시의 원형이 지금처럼 드러났고, 밖에서는 동굴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동굴
대전 호동 동굴 벽면에 남은 착굴 흔적. 직각 형태로 깎아 기둥 받침턱으로 사용되고 화약을 넣는 구멍으로 추정된다. (사진=임병안 기자)
동굴 관리인은 "고구마 800상자를 겨우내 상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었다"라며 "마을 어르신 말씀으로는 이 동굴은 일제 강점기에 만들었고, 지금의 입구 바로 옆에 동굴이 하나 더 있다고 말씀하셨으나, 더는 흙을 걷어낼 수 없어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도일보 취재진이 찾은 보문산 동굴은 이곳만이 아니다. 호동 동굴에서 직선거리로 500m 떨어진 석교동에 중도일보가 찾은 두 번째 인공 동굴이 있다. 이곳도 산비탈에 입구를 내 바위를 굴착한 형태로 깊이는 직선으로 대략 20m 되고 고개를 들고 걸어도 천장이 머리에 닿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작지 않다. 바위가 만들어진 결에 어긋나게 깎였고, 이곳에서도 호동 동굴에서처럼 볼펜 세 자루가 들어감 직한 원형의 구멍이 벽면 바위에 뚫려 있었다. 취재기자와 입구에 집을 지어 동굴을 관리하는 주민 등 4명이 동굴 안에 탁자를 놓고 둘러앉아도 너비가 남을 규모다. 석교동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어릴 때 친구들과 즐겨 찾던 놀이 장소이고, 어른들은 동굴 벽면에 생기는 하얀 가루를 긁어서 피부병에 바르곤 했다"고 설명했다.

석교동의 동굴에서 직선으로 700m 떨어진 부사동 보문산에 세 번째 동굴이 있는데, 이곳은 입구가 등산로 쪽으로 노출되어 있다. 다만, 동굴 입구에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발라 밀봉 형태로 출입을 막은 상태로 치안과 안전상의 이유로 과거 10여 년 전에 지자체가 막은 것으로 전해진다. 주민들은 이곳 동굴 입구가 하나가 아닌 과거 두 개였다고 증언했고, 6·25전쟁 때는 우리 군 무기를 보관하는 곳으로 쓰였다고 설명했으나 정확한 조성 시점은 특정하지 못했다.

4-1(대전시 중구 석교동 283)
대전 중구 석교동 입구가 무너진 동굴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 (사진=임병안 기자)
중도일보는 이밖에 석교동에서 동굴이 있었던 것이 확실시되나 지금은 입구가 무너지거나 주택이 개발된 지점 2곳을 더 찾을 수 있었다. 주민들은 입구를 찾을 수 없는 동굴 앞 골목길을 '굴앞'이라고 부르고 "입구가 눈썹 모양이었다"고 설명했으며 "우물터 가까운 곳에 동굴이 있어, 바닥에 고인 물을 길어서 사용했다"는 증언을 각각 2명 이상에게서 수집했다.
임병안·김지윤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도동 식품공장서 화재…통영대전고속도로 검은연기
  2. 유성복합터미널 공동운영사 막판 협상 단계…서남부터미널·금호고속 컨소시엄
  3. 11월 충청권 3000여 세대 아파트 분양 예정
  4. 대전권 대학 대다수 기숙사비 납부 '현금 일시불'만 가능…학부모 부담 커
  5. 대전교육청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 '최우수'
  1.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2. 대전대 박물관, 개교 45주년·박물관 개관 41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3.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국 신청률 97.5%… 충청권 4개 시도 평균 웃돌아
  4. 김장 필수품, 배추와 무 가격 안정화... 대전 김장 담그기 비용 내려가나
  5. 최고 1436% 이자 받아챙긴 40대 대부업자 실형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3일 열리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수험생은 8시 10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하며 반드시 수험표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단 모바일 신분증은 인정되지 않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수험생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을 향해 수능 하루 전인 12일 예비소집에 반드시 참여해 수험표를 수령하고 시험 유의사항을 안내받을 것을 당부했다. 수험표에 기재된 본인의 선택과목을 확인해야 하며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시험 당..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약 7개월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대전을 찾아 충청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4일 한남대에서 특강을 했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5일 대전시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충청권에서 여야 대표가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거대 양당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 확보 현황과 주요 현안을 점검한다.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