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2023년 영화 회고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2023년 영화 회고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3-12-28 08:48
  • 수정 2024-02-06 10:44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31227180152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대여섯 편의 영화를 꼽아 기억하는 것으로 올 한 해를 돌아볼까 합니다. 폴란드 영화 '당나귀 EO'는 시선 주체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동물의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들의 행태와 세상은 부조리하고 역겨운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그것을 당나귀 EO의 시점 숏으로 담담하게 그려냄으로써 세상의 주체인 양 행세하는 인간들이 관찰의 객체가 될 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상태로 발견될 수 있는가를 보여 줍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흐름을 이끄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로 대표되는 기존 애니메이션이 도시화, 기계화된 문명 이전의 자연과 동심으로의 회귀를 주제로 하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자연 판타지가 더 이상 인간들에게 안식이나 위안을 주거나 정체성의 근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통렬히 깨우칩니다. 그러므로 성인의 입구에 선 스즈메는 상처 입은 과거 속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끌어안음으로써 현재의 삶을 직면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용기를 갖게 됩니다. 생활 풍경의 극사실적 묘사와 쓰나미 등 자연재해의 공포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다음 소희'는 특성화고 3학년 여학생이 실습생으로 일하는 직장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당하다가 저수지에서 생을 마감하는 내용입니다. 춤을 좋아하며 휴대폰으로 자신을 찍은 영상만 남기고 삶의 흔적을 지운 소희가 양말도 신지 않은 슬리퍼 차림으로 겨울 저수지를 향해 걸어가는 장면은 대단히 강렬하고 비극적입니다. 바닥을 힘차게 디디며 에너지를 뿜어내는 춤추는 소희의 생전 이미지가 프레임 저 밑 저수지로 내려간 그녀의 죽음과 대조를 이룹니다.

clip20231227180252
정유미의 연기가 인상적인 '잠'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민성과 명화처럼 이 시대 젊은이들의 결혼과 생활, 임신, 육아 등 사회 문제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잠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명화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풍부한 서사와 정서로 수진을 표현함으로써 강력한 설득력과 타당성을 발휘합니다. 마지막 장면 옛집 주인 할아버지에 빙의한 현수의 행동이 갖는 중의성이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바빌론'과 '거미집'은 영화가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하는 작품들입니다. 초기 할리우드 영화 제작 과정과 현장을 제작자와 매니저를 통해 그려내는 '바빌론'에 비해 '거미집'은 영화를 진두지휘하는 감독의 예술적 열망에 대해 중점을 둡니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되다시피 한 영화 제작과 상영의 상황 속에서 영화의 정체성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수청 모집 전부터 술렁이는 수사 현장… "베테랑 빠지면 민생수사 어쩌나"
  2.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3. 조상호 세종시장 7월 1일 취임… 비서·참모 라인 윤곽
  4. 충청권 거점대 글로컬 통합모델 나란히 D등급… 구성원 설득 과제로
  5. 선도지구 핵심 정보 비공개… 대전시 "과열 방지" vs 신청 구역 "불투명 행정"
  1. 'T1 vs 한화' MSI2026 결승전 대전에서 성사될까! 페이커 우승컵 가능성은?
  2.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자 공약 돋보기] "인구 2배 목표" 교통·복지·민생경제도 손 봐야
  3. 과학분야 연구개발 지역 주권시대…연간 투자규모와 방향 지방정부에
  4. 새로운 대전교육 오석진 號 출항 …교권회복·교육복지 실행력 관건
  5. 아산시, 온양온천시장 복합지원센터 1층 상가 활성화 총력

헤드라인 뉴스


닻 올린 민주당 지방권력… 대전 정치지형 변화 `주목`

닻 올린 민주당 지방권력… 대전 정치지형 변화 '주목'

민선 9기 허태정 대전시정을 비롯한 대전시의회와 5개 기초지자체, 구의회가 새로 문을 여는 등 앞으로 대전의 정치지형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방권력을 독차지하면서 곳곳에서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가오는 22대 총선을 앞두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내부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 하반기가 시작되는 1일 민주당 중심의 새로운 행정·정치권력이 일제히 닻을 올렸다. 민선 9기 허태정호(號)를 비롯해 5개 구청장과 제10대 대전시의회, 5개 자치구의회도 새 임기에 들어갔다. 권력 지형은 민주당..

한국 月수출 1000억불 새역사… 대전·세종·충남도 힘 보탰다
한국 月수출 1000억불 새역사… 대전·세종·충남도 힘 보탰다

우라나라의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월간 1000억 달러를 넘기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월 무역수지 흑자도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대전·세종·충남지역에서도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며 수출 호조에 힘을 보탰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70.9% 증가한 1022억 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였던 5월 877억 5000만 달러를 한 달 만에 넘어선 것으로, 월간 수출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한국은 독일, 중국, 미..

충남 천안 성정지구·성황동·예산 산성지구, 국토부 도시재생사업 대상 선정
충남 천안 성정지구·성황동·예산 산성지구, 국토부 도시재생사업 대상 선정

충남 천안시의 성정지구와 성황동, 예산군 산성지구 3곳이 국토교통부 주관 '도시재생사업' 대상지에 선정됐다. 1일 충남도에 따르면 국토부 도시재생특별위원회는 최근 심의를 거쳐 노후주거지정비 지원사업 대상지로 천안시 성정지구와 예산군 산성지구를 선정했으며, 인정사업 대상지로 천안시 성황동을 선정했다. 도는 이번 공모 선정을 통해 총사업비 697억 원 중 국비 308억 원을 확보했으며, 내년부터 원도심 활성화와 지역 경제 활력을 위한 본격적인 마중물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천안시 성정지구에는 총사업비 257억여 원을 투입해 ▲도시계획..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본격적인 장마철의 시작 본격적인 장마철의 시작

  •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

  •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