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서 동굴 2개 더 나왔다…일제강점기 화약고 추가 증언도

보문산서 동굴 2개 더 나왔다…일제강점기 화약고 추가 증언도

29일 시민단체들 보문산 동굴 현장탐사 벌여
이때 부사동서 입구 막힌 동굴 2개 추가 발견
호동 외에 석교동에도 일본군 화약고 증언도
아쿠아리움 실면적 6천㎡ 아닌 8천㎡에 육박

  • 승인 2023-12-30 14:00
  • 수정 2024-02-28 10:50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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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부사동 보문산에서 12월 29일 새롭게 발견된 동굴 앞에서 안여종 대표와 이주진 이사, 임재근 사무처장이 탐사를 벌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10m 옆에 있는 또다른 동굴 입구 모습.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 보문산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동굴 5개 외에도 부사동에서 동굴 2개가 추가로 확인됐다. 시민 수족관으로 사용 중인 옛 충무시설 동굴은 산 정상으로부터 지하 54m에 있고, 너비는 당초 알려진 6000㎡보다 넓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동굴 7개를 비롯해 대전아쿠아리움의 동굴까지 조성 주체와 시점에 대한 조사가 없어 공백으로 남은 역사를 지금부터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중도일보는 12월 29일 사단법인 대전문화유산울림 안여종 대표와 이주진 이사, 임지선 사무국장과 비영리민간단체인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임재근 사무처장이 함께 보문산 일원에서 동굴을 다시 한번 탐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보고되지 않은 2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부사동 부사칠석놀이보존회관이 있는 보문산 자락 끄트머리에 벽돌을 쌓아 입구를 막은 동굴이 앞서 발견된 지점에서 10m 옆으로 동굴 2개가 더 있는 것을 이날 확인했다. 새롭게 발견된 2곳 모두 입구는 벽돌로 막혔고, 대전에서 최근 발견된 것들 중에서는 한 장소에 가장 많은 동굴이 밀집한 지점이 됐다. 흙이 쌓여 입구 일부만 밖으로 드러났으나, 흙을 걷어내면 성인이 서서 입장할 정도의 크기일 것으로 짐작됐다. 또 학교 교문처럼 입구 주변에 시멘트로 담을 치고 깨지고 벗겨져 의미는 알 수 없으나 글자를 새긴 흔적도 발견됐다. 그동안 발견된 동굴은 암반을 깨고 굴착했다면, 이곳에 지질은 흙에 가까워 동굴을 굴착하는 게 다른 곳보다 쉬웠을 것으로 추정됐다. 반대로, 깊이 3m가량 땅이 움푹 파인 지형도 발견됐는데 전에 있던 동굴이 무너진 자리로 추정됐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가까운 곳에 중학교와 여자고등학교가 위치해 안전조치 일환으로 마을 주민들이 동굴 입구를 벽돌로 막은 것으로 파악됐다.

안여종 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는 "수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입구는 열려 있었고, 기차 터널을 떠올릴 정도로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라며 "입구가 확인된 3곳에 무너진 자리로 보이는 1곳까지 모두 4개의 동굴이 한 자리에 있는 것은 특이한 사례로 장기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어떤 목적으로 누가 조성했을 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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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호동 동굴 옆에 남아 있는 화약고 추정 시설물. 대전에서 일제강점기 화약고 추정 시설물은 처음 보고됐다. 작은 사진은 화약고 추정 시설물 지붕을 철재로 띠를 둘러 마감한 모습. (사진=임병안 기자)
특히, 이날 탐사 과정에서 동굴 조성에 쓰이는 다이너마이트 등의 화약을 보관했던 화약고가 하나 더 있었다는 증언도 수집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보문산 동굴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인 호동 동굴 입구 옆에 일제강점기 사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화약고가 반파된 채 남아 있다. 돌과 시멘트를 섞어 벽면을 견고하게 세우고, 철로 띠를 두른 두꺼운 지붕을 얹은 형태로 주민 김병광(82) 씨는 "마을 어른들이 이것을 '화약고'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그런데 지금은 중학교가 들어선 석교동 보문산 자락에도 화약고가 하나 더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석교동에서 나고 자란 남상호(80) 씨는 "트럭 한 대 크기의 창고같은 건물이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화약고라고 불렀는데 학교가 들어설 때 철거되어 지금은 없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가 최후 결전을 위해 한반도를 요새화하면서 부산과 목포, 군산 일대에 포진지와 방공호를 여럿 조성했는데 그곳에서 화약고가 발견된 사례는 있다. 그러나 대전에서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화약고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보고는 전에 없었고, 목격담도 전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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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아쿠아리움에 남아 있는 옛 흔적들. 녹슨 나사못과 동굴 안 벽체 이음새 모습.
끝으로, 대전아쿠아리움 수족관으로 활용 중인 옛 충무시설 동굴에서도 이날 탐사가 이뤄져, 과거 방공호로 사용될 때 흔적이 여럿 확인됐다. 대전아쿠아리움으로 활용 중인 옛 충무시설 동굴은 1974년 정부가 천연동굴을 만약의 사태 때 대피 또는 군사시설로 사용하기 위해 6000㎥ 규모로 조성했다는 게 공식 기록이다. 그러나 실제로 동굴을 조성한 군부대나 민간기업 등의 주체가 확인되지 않고 설계도조차 나오지 않아, 연구자들은 일제강점기에 조성됐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기하는 중이. 이날 탐사에서 대전아쿠아리움 관계자를 통해 이곳 동굴은 보문산 정상 시루봉에서 지하 54m 아래에 위치하고 바닥면적 기준 지금까지 알려진 6000㎡가 아니라 8000㎡에 가까울 정도로 당초 알려진 면적보다 넓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옛 충무시설로 쓰인 동굴에 대해 정확한 현황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수족관 측이 설치하지 않은 녹슨 나사못을 비롯해 동굴 벽체 그리고 동굴 밖 주차장 쪽에 산 사면에 세운 옹벽 등이 조성 주체와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로 여겨졌다. 다만, 하루 탐사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임재근 평화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은 "보문산에 동굴 탄생과 활용의 상세한 역사는 이제부터 하나씩 밝혀내야 할 것으로 새해에 증거들을 하나씩 더 찾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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