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인간의 협력 본능과 인성교육의 중요성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인간의 협력 본능과 인성교육의 중요성

김욱 배재대 총장

  • 승인 2024-02-13 16:22
  • 신문게재 2024-02-14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김욱 배재대학교 총장
김욱 배재대 총장
사회생활에서 협력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인간 사회에서 협력의 필요성은 강조돼 왔다. 사냥할 때도, 농사지을 때도, 공장에서 물건 만들 때도, 사무실에서 일할 때도, 인간은 늘 협력을 필요로 해 왔다. 최근 기술 발달로 개인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사회에서 협력과 협업의 중요성은 증가하고 있다. 학문에서도 학문 간 융합과 통합이 대세이다.

인간사회에서 협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최근의 연구는 로버트 엑셀로드라는 정치학자의 저작 '이기적인 인간들 사이에서 협력의 진화'이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라는 것은 많은 철학자들이 이미 간파한 바 있으며, 현대 자본주의와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전제이기도 하다. 물론 이기적이라는 말이 꼭 악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인간은 다른 사람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이 충돌할 때 후자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엑셀로드가 던지는 기본 질문은 간단하다. 이처럼 이기적인 인간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협력을 할 수 있게 됐을까? 그는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는데, 소위 죄수의 딜레마 게임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협력할 때 내가 배반하는 것이 나에게 더 큰 이득을 가져다준다. 물론 상대방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나도 당연히 협력하지 않는 것이 이득이 된다. 따라서 이 게임을 한 번만 한다면, 이기적인 인간들 사이에서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엑셀로드가 착안한 것은 인간들은 이 게임을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반복한다는 것이다. 게임을 무한 반복한다고 가정하면, (따라서 사람들이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게 된다면) 협력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는 서로가 배반을 선택해 협력하지 못하는 집단에 비해 서로 협력을 하는 집단에게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득과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인간의 오랜 진화 과정에서 협력을 못 하는 집단은 서서히 소멸돼 갔고, 협력을 잘 하는 집단만이 생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협력을 잘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이 구분된다. 어떤 사람이 협력을 잘 하는가? 첫째, 일단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한번 보고 말 사람들 사이보다 계속 만나는 사람들(가족, 친구, 동료 등) 사이에서 협력이 용이한 것은 당연하다. 둘째, 상대방도 협력적일 것이라는 신뢰가 필요하다. 상대방이 비협력적인 인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그 사람과의 접촉이나 협력을 피할 것이다. 내가 협력적으로 나간다 해도 상대방이 배반한다면, 나에게는 손해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소위 평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의 목표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은 인성 교육이라고 할 것이다. 많은 기업인에 따르면, 전공 지식은 기업에 들어와서 배우면 되기 때문에 신입 사원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올바른 인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성 교육의 핵심은 무조건 착한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남에게 양보하고 자기주장을 하지 않거나 자기 이익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인간 사회에서 존경받지도 못하고 어떤 조직에서도 생존하기 어렵다.

인성 교육의 핵심은 사회에서 남들과 잘 어울리고, 갈등을 잘 해결하고, 잘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바로 사회성과 사회적 기술을 배양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성 교육은 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 어디에서도 다 필요하다.

비단 개인 사이에서만 협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직과 기관, 국가들 사이에서도 협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지방이 소멸될 위기에 처하고, 지방 대학들이 생존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이 시대에, 각 지역의 대학 간의 협력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대학들과 지방정부, 각종 단체 및 기관, 연구소, 기업 간의 폭넓은 연대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협력하지 못하는 인간 집단들이 진화 과정에서 소멸됐듯이, 협력에 실패하는 대학들과 지역들은 그만큼 생존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김욱 배재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개인택시 신규 면허 교부-18명 대상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4.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1.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2.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3.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 24개 공동체 성과공유 간담회
  4.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5. 대전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 '어린이 기후 이야기' 2회차 참가자 모집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