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말과 진실에 대한 의문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말과 진실에 대한 의문

댓글부대

  • 승인 2024-04-04 17:27
  • 신문게재 2024-04-05 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KakaoTalk_20240403_161848703
영화 댓글부대 포스터.
영화의 주인공 임상진은 유력 일간지의 기자입니다. 그는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해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관찰자, 보고자입니다. 그의 분열된 정체성과 아울러 연속되는 캐릭터의 양상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수년간 수십억의 연구비를 들여 개발한 중소기업의 최신 기술을 대기업이 가로챈 사건을 심층 취재한 임상진은 오보 시비에 휘말린 채 회사에서 휴직 처리됩니다. 그 와중에 댓글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의 접근에 임상진은 기자 특유의 취재 본능이 발동합니다. 그리하여 댓글을 조작하여 진실을 호도하고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사태를 목격합니다. 마침내 목격한 진실을 보도했다가 다시 회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됩니다.

영화는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표현의 자유가 맞물려 민주화가 진전된 것처럼 여겨지는 우리 사회의 이면에 거대 조직의 개입과 여론 조작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폭로합니다. 여기에 댓글 조직은 정치권력과 자본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합니다. 영화는 물론 양대 거대 조직인 정부와 대기업의 역겨운 폭력을 고발하지만 그보다 더 집요하고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이러한 흐름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입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행태와 그에 대한 합리화, 변명, 욕망에 의해 이합집산하며 갈등하는 양상을 통해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어떻게 진실을 저버리고 거대 사회의 조작에 휘말릴 수 있는지 알게 합니다.

이 영화가 가장 심각해지는 대목은 임상진 기자의 취재를 통해 드러난 댓글 조직의 내용들이 허구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의미심장한 독백을 합니다. 완전한 진실보다 흥미로운 것은 부분적 진실과 부분적 거짓이 섞여 있는 것인데 부분적으로 거짓일지라도 그 나머지 부분에 진실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이는 어쩌면 이 작품에 대한 감독의 변명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영화는 허구의 산물이지만 그 안에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진실이 담겨 있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회사, 사건 희생자, 제보자 어느 곳으로부터도 보호받거나 이해받지 못한 채 외롭게 서 있는 임상진 기자의 모습에서 1961년 작 <오발탄>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릅니다. 갈 곳을 몰라 헤매는 철호(김진규 분)를 통해 한국전쟁 직후의 혼란한 사회상을 보았다면 임상진을 통해 우리는 표현의 자유 속에 난무하는 언어의 난맥상과 진실의 향방에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AI 시대, 컨택센터 미래전략은 '경험 중심 플랫폼'으로의 진화
  2.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지킨 참전영웅들…어린이 위로공연에 '눈물'
  3. 아산시, 취약지역 하수도시설 일제 점검
  4. 아산선도농협, 고추재배농가에 영농자재 지원
  5. 아산시,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개선 적극 추진
  1.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2.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3.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4.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5.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