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故서붕 박병배 선생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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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故서붕 박병배 선생을 기억하며

박우숙 서붕장학회 이사장

  • 승인 2024-05-13 00:52
  • 신문게재 2024-05-13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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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숙 서붕장학회 이사장
고 서붕 박병배 선생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도 23년이 흘렀다. 그동안 국가와 지역에서는 수많은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났고, 오늘날 국가가 직면한 어려운 현실을 볼 때면 서붕 선생의 가르침이 더욱 그리워진다. 20살 무렵부터 선생을 모시며 곁에서 바라본 그의 일생은 국가와 사회를 위한 참 봉사로 가득 찬, 감동과 격정이 넘치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특히, 학창시절엔 반일운동에 앞장서며 옥고를 치르시는 등 누구보다 일본의 침략야욕을 정확히 간파했다. 정치활동을 하면서부터 우리 민족이 과거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보다 강성한 국력을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사태 및 독도 영유권 주장을 마주하게 된 오늘날 우리에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지침으로 여겨진다.

선생께서는 경찰 재직 시절, 당시 미군정을 설득해 충청남도 경찰국 창설에 결정적으로 기여해 국내 경찰 조직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서울시 경찰국장과 국방부 차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119와 112와 같은 긴급전화 시스템 도입에도 이바지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정치에 입문해 5선 국회의원을 역임하면서 남긴 많은 일화들은 당시 대통령마저 탄복하게 만들었으며, 다른 정치인들과 일반 시민들에게도 깊은 교훈을 남겼다.

또한 선생께서 국가관에 혼을 실어 저술한 '국가유지론서설'은 당시 지도층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1971년 신민당 야당 국회의원으로서는 최초로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대전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할 것을 제안했고, 선생의 주장이 작용해 대전시 둔산동에 9개 중앙부처 청사가 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나중에 세종시의 설립으로 이어져 국회와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포함한 완전한 행정수도 발전의 기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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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교육청이 학교부지를 기부해 대전외고 이전개교를 뒷받침한 서붕 박병배 선생의 동상을 외고 교정에 세웠다.  (사진=임병안 기자)
서붕 선생께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국가적 난제로 남아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지역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8도 사위론'을 주장했다. 즉, 전국 8도 어디든 딸과 아들을 시집·장가 보내고 각 지역에서 사위와 며느리를 맞이함으로써 지역색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직접 실천하셨다. 서붕 선생께서는 이렇게 지역을 초월한 넓은 국가관을 통해 애국애족의 정신을 몸소 보여주시며 큰 정치인의 풍모를 유감 없이 보여주셨다.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유명 인사를 초대해 귀중한 주례사를 전하는 결혼식 문화가 보편적이었다. 국회의원이자 유명 인사셨던 서붕 선생께서는 주말마다 보통 네 다 섯쌍의 결혼식 주례를 맡으셨다. 이때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예견하신 듯 당시에 범국가적으로 펼쳐졌던 산아제한정책에 반대하며 주례사에서 다산 자녀 계획에 대해 권면하셨다. 2세 양육을 위해 함께 헌신해 가정과 가문의 명예를 빛내고 국가에 기여하는 애국자가 되어야 한다고 격려한 것이다. 후대에 이르러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부 인사들은 선생께서 국가의 미래를 예언하신 모습에 감복해 정감록 아닌 박감록이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정치계를 떠나신 후에도 중경개발주식회사를 경영해 대전시 중구 은행동에 유락백화점을 개점하고 서대전여고, 학교법인 돈운학원과 대전예술고등학교를 설립해 교육진흥을 위해 또다시 불꽃 같은 열정을 태우셨다.

또한 서울방송 고문, 대한민국 헌정회 이사 등을 역임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회에 기여했으며, 수백억 원 상당의 토지를 학교 부지로 조성해 대전시 교육청에 기부해 지금의 대전외국어고등학교 탄생을 뒷받침하는 등 향토애로 지역민에게 깊은 감동을 주셨다.

선생께서는 국가와 사회에 빛나는 업적을 쌓고 후대에 귀중한 교훈을 남기신 후 2001년 영원한 안식을 찾으셨다. 선생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기에 선생을 잊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어려울 것이다. 선생께서는 국가에 대한 걱정과 지역민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하루도 쉬지 않으시고 항상 마음 쓰셨던 위대한 어른으로 기억된다.

더불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반드시 육성하라는 선생의 깊은 뜻을 잊지 않고, 선생께서 기부하신 부지에 설립된 대전외국어고등학교에 선생의 흉상을 세워주신 설동호 대전시교육감과 관계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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