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대전 퀴어 문화 축제에 대한 단상

  • 경제/과학
  • 지역경제

[프리즘] 대전 퀴어 문화 축제에 대한 단상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5-21 10:46
  • 신문게재 2024-05-22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인간이 배고프면 먹어야 하니 식품 회사가 망할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해 식품 회사에 근무하는 남자와 졸리면 자야 하니 역시 침구도 꼭 필요하다고 하여 침대 매장에 근무하는 여자가 중학교 동창으로, 또 서로의 배우자로 나오는 일본 소설이 최근에 번역되었다. 이들과 비슷한 성정체성을 가진 대학생, 등교를 거부하는 초등학생도 등장한다. 30대 젊은 작가인 아사이 료의 『정욕(正欲, 바른 욕망)』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사회에서의 연결성을 유난히 강조하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잘 드러내면서 이런 사회에서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는, 연결되고 싶지 않은 성 소수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 제목으로만 봐도 '바른 성'이 주제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심리학자의 해설에도 바른 성을 정의하고, 바름과 바르지 않음을 함부로 재단하기 너무 버거운 내용이라고 솔직하게 실토하고 있다. 심리학자가 버겁다는 내용이 필자에게는 더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지만, 일본 사회가 우리와 비슷한 면도 있고, 자칫 우리 사회가 사소하게 범할 수 있는 다수의 횡포와 그에 따라 생길 깊은 상처 정도만이라도 조심스레 용기 내고자 한다.

최근 대전에서 퀴어 (성소수자) 축제가 예고되면서 주최 측과 이를 반대하는 대전시 및 학부모 등 시민단체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제주, 춘천 등지에서 빠르게는 2000년부터 열리고 있었고, 대전에서 올 하반기 예정으로 처음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대구에서 경찰과 행정당국이 의견에 혼선을 빚으며 시내 한복판에서 공권력끼리 대치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퀴어(Queer, '이상한'을 뜻하는 단어)는 어원이 어떠하든 요즘엔 성소수자를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또 퀴어라는 단어 외에도 성적지향(어떤 성의 상대에게 끌리느냐)에 대한 개념을 다양한 갈래로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LGBTQ, LGBTQIA 등으로 확장시키며 표현되기도 한다. 성다수자에 대해서도 헤테로섹슈얼, 성정체성에 의문이 없는 대다수의 시스젠더(Cis-는 같은 쪽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접두사) 같은 용어들로 표현하고 본인이 성 다수자임에도 소수자의 인권 차원에서 지지하는 사람을 일컬어 '연대하다' 뜻의 얼라이(Ally)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퀴어 축제의 주최 측에서는 성 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기회로 만들고,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장애인과 이주민, 여성 등 사회에서 차별받고 혐오 받는 사람들이 연대하는 화합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건강한가정만들기국민운동본부 등은 퀴어축제추진에 강력반대한다는 삭발식까지 진행했다. 대전시도 인간 존엄의 가치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는 태도는 보이나 지역 문제로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인간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다양한 여러 욕망들을 표출하며 서로 얽히면서 사회를 이끌기도 하고, 심대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일견, 우리 사회에서는 퀴어 축제와 같이 (앞서 심리학자가 해설했듯이 버거운 화두로서의) 성적 지향점에 대해서는 어떤 사회적 논의도 관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 과연 우리 사회가 정치나 경제, 문화적인 면에서는 사회적인 관용이라는 차원에서 관대할 수 있을까?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타인의 자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존중하고 있을까? 최근의 총선 후에도대통령과 야당 대표를 둘러싼 여당과 야당의 정쟁이 특히나 두드러지는 정치에서도, 법정까지 가서 인용되었다 해도 타협점이 보이지 않는 정부와 의료계 갈등도 한치 양보할 틈이 없어 보인다. 각자의 유불리를 저울질하기 바빠, 정작 중요한 사안들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그 사이에 합리적 이타주의자인 우리 주위의 많은 얼라이(Ally)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연대하고 싶어 하고 수도권 집중, 필수지역의료, 출산율, 기후변화 등등 걱정이 태산일지도 모르겠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4.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5.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1.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2.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5.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당진에 2조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대전시는 지역 대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지역기업 협업 상품 7종이 출시 6개월 만에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꿈돌이 라면'과 '꿈돌이 컵라면'은 각각 6월과 9월 출시 이후 누적 110만 개가 판매되며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첫 협업 상품으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 '꿈돌이 막걸리'는 6만 병이 팔렸으며, '꿈돌이 호두과자'는 2억 1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