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박재홍의 세종문화회관 <오페라를 위하여> 공연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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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박재홍의 세종문화회관 <오페라를 위하여> 공연을 앞두고

  • 승인 2024-06-1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주 박재홍 《아베레예술단》 대표의 공연 소식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 이번 주 6월 14일(금) 19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오페라를 위하여> 공연은 12인의 성악가가 펼치는 오페라 아리아와 이중창의 무대이다. 나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시간이 영사기가 돌아가듯, 박 대표가 지도하던 오페라 아리아 강습을 받던 때가 떠올랐다.

그날 박 대표는 대전시민대학 뮤지컬과 수강생들의 표현과 노래를 지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해 12월16일 오후 7시 대전시민대학 단재홀 대강당에서 대전시민대학 뮤지컬과 발표회가 있어서였다. 보면대, 마이크, 음향기기 등, 뮤지컬 공부를 하는 데 필요한 제반 사항을 손수 점검하는 것도 박 대표 몫이었다. 강습이 시작되면 박 대표의 큐 사인에 맞춰 수강생은 한 명씩 강의실 내에 임의로 설정한 무대로 나와서 노래와 무대 매너, 표현 등을 레슨 받았다.



나는 뮤지컬 초연으로 소나기 '괜찮아이젠'을 불렀다. 그런데 박자 감각이 둔한 나는 반주 mr을 도무지 맞출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동기생이 무대 맨 앞줄에 앉아서 부르는 입 모양을 보고 따라 불렀다. 그런데도 뿌듯했다. 노래를 형편없이 불렀음에도 희열을 느꼈던 것은 하고 싶던 것을 해보았다는 성취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박 대표님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뿌듯하니까 말이다.

뮤지컬과 수강생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대부분 취미생활이지만, 간혹 장래 뮤지컬 가수를 지망하거나 자신의 자아 성취 동기부여를 갖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일반인들로 구성되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매 순간을 놓치지 않고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다시 하도록 지도했다. 배움의 열기가 뜨거워짐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박 대표는 서울 출생으로 단국대학교 부속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도이(1991), 이탈리아 비발디 국립음악원 성악 연주학 박사를 취득했다(2010). 이어 이탈리아 비발디 국립음악원 Arte Scenica(무대예술)과 조교수로 역임을 하였다(2010-13). 그가 음악을 하게 된 동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노래 카세트테이프를 우연히 선물로 받아 듣게 되었는데 그 순간 이후 노래와 뗄 수 없는 인연이 시작되었다. 1991년 단국대학교 부속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그는 마침내 이탈리아로 유학의 길을 떠났다.

그렇게 오페라, 성악을 시작한 지도 그 당시 20여 년이 지나다 보니 박 대표는 그즈음 어느 정도 오페라, 뮤지컬에 대해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반성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특히 박 대표는 무대 위에서의 실질적인 연습과 훈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 공연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예로 들면서 실질적인 연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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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대표
나의 뮤지컬은 mr맞추기가 어려워 소나기 '괜찮아이젠' 한 곡으로 끝났다. 박 대표가 지도하는 오페라 아리아과 강습반에서 푸치니 곡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시작으로 여러 곡을 배웠다. 평소 내가 불러보고 싶던 곡을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배울 수 있어서였다.

그 당시 나는 모친이 노환으로 노인병원에 입원 중으로 일을 쉬고 있던 때여서 시간도 좀 있었다. 문병을 오가며 끝없이 불렀던 오페라 아리아가 아직도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특히 박 대표가 지도하는 뮤지컬 수강생들과 같이 무대에서 '댄싱퀸'을 노래하며 춤을 추던 생각도 잊혀 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연일 봇물 터지 듯 쏟아지는 각종 공연 정보를 대하다 보면 불현듯 가슴 한구석이 휑하니 시려올 때가 있다. 특히 음악에 있어 전문가는 아니어도 틈틈이 기량을 쌓아 웬만큼 할 수 있는데도 어디 한 군데 찾는 곳이 없다 보니 도무지 무대에 설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고심 끝에 그들을 독려하며 동분서주 뛰어 무대를 만들어주고 음악적 재능을 맘껏 표출할 수 있게 최선을 다했다. 그들 각자 예술적 끼를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더욱 잊혀 지지 않는지도 모르지만.

이번 주 서울에서 공연을 준비하게 된 특별한 이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다양한 공연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오페라 마니아를 위한 공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단순히 오페라 마니아층, 소수의 만족을 위한다기보다는 '오페라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분들에게 좋은 무대를 제공해야 한다.' 생각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특히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성악가는 정상급 수준의 경력과 실력을 갖춘 분들을 섭외하여 구성되었다.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감동을 줄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성악가 개개인의 역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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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박 대표는 대전과 세종에서 활동을 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전, 세종 외 주위의 도시에서도 공연을 기획하여 많은 분이 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아직 구상 중이지만 오페라와 뮤지컬이 하나 되어 그들의 장점만을 모아 만드는 또 다른 하나의 공연 형식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도 했다. 문득 오페라의 아름다움과 뮤지컬의 재미와 즐거움을 하나로 만든 그러한 작품이 기대된다.

나 또한 몇 번이나 배우다가 포기했던 오페라 나비부인 중에서 '어떤 개인날' 아리아를 마저 배우고 싶어졌다. 모든 일이 항상 계획된 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고 새로운 무대를 꿈꾸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많은 분에게 음악을 전하고 싶다는 박 대표의 소망처럼, 나 역시 일상에 지쳐 잊고 지내던 꿈을 찾아 다시 용기를 내보고 싶어졌다.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준 바리톤 박재홍 대표님께 감사드리면서 이번 주 세종문화회관 <오페라를 위하여> 공연이 성황리에 연주되기를 바란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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