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경탄이 만들어낸 기법,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경탄이 만들어낸 기법,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06-1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서로 상반되는 의미의 말이 있다. '탄성(歎聲)'도 그 중 하나다. 감탄하는 소리지만, 탄식하거나 한탄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둘 다 자신도 모르게 쏟아낸다. 모양, 규모 등 차별성이 크거나 처음 본 것에 반응한다. 상대적으로 작거나 반복되면 그 크기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본질이 변하거나 사라진 것은 아니다.

조선 시대 화가 최북(崔北, 1720 ~ ?)은 갖가지 기행으로 유명하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지자로 왕실의 광대가 되기 싫다며 화원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 명인이라 자부했던 그가 금강산을 보고 몹시 경탄했던 모양이다. 웃고 통곡하는 것으로 탄성을 쏟아내다, 최고의 풍광을 음미했으니 더 이상 삶이 의미 없다 생각했을까 "천하 명인 최북이 천하 명산에서 죽는다."며 구룡연에 뛰어 들었다. 다행히 목격자가 있어 구해준 탓에 생명을 부지하였다. 정조대의 제일 문장가요 인재였던 남공철(南公轍, (1760~1840)이 <금릉집金陵集>13권 '최칠칠전'에 전한 내용이다.



명산의 빼어난 자태에 어찌 최북만 탄복하였으며, 누구인들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기억이 지워지도록 내박쳐 두랴. 수많은 시인묵객이 경탄의 흔적을 남긴다.

금강산 서남쪽에 단발령(斷髮嶺)이 있다. 해발 834m의 고개로 남쪽에서 가려면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이 된다. 강원도 김화군 통구면과 회양군 내금강면 사이에 있다. 신라 멸망 후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이 고개에서 삭발하고 은거한데서 명칭이 유래했다 전하기도 한다. 한편, 여기에서 바라보는 금강산 경치가 너무 고와 저마다 송두리째 마음을 빼앗긴다. 삭발하고 속세 떠나 승려가 되고자 하여 유래된 이름이라 한다.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 역시 금강산을 몹시 사랑한 화가이다. 감동과 사랑의 크기 그대로 표현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고뇌가 그림마다 고스란히 담겨있다. 독특한 기법, 새로운 기법들이 그것이다. 금강산의 특징이기도 한 일만 이천 봉 하나하나 어느 것도 빠트리고 싶지 않았나 보다. 전체가 담긴 그림이 여러 폭 전한다. 종합안내도처럼 자세히 그리기도 한다. 실제로 훗날 금강산 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게 하려 명소이름을 써넣기도 한다.

《신묘년풍악도첩》과 《해악전신첩》등에 선보인 흰색 뾰쪽뾰쪽한 봉우리, 새로운 구도도 특징이다. 날카롭고 단단한 느낌이 경이롭게 다가온다. 그 놀라움을 표현해낼 새로운 기법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두 화첩 모두에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이 담겨있다. 소재와 구도는 비슷하지만 사뭇 느낌이 다르다. 《신묘년풍악도첩》에 있는 그림을 감상해 보자.

자신이 서있는 단발령을 그려 넣은 것도 특징이다. 단발령은 다른 시각에서 보았던 것이거나 상상의 배치일 것이다. 고개에 올라서자마자 구름너머로 경이로운 풍광이 등장한다. 탄성이 절로 나왔으리라. 어찌 그 순간이 잊힐 리 있겠는가? 잊고 싶겠는가? 봉우리는 또 얼마나 빛났으랴. 환상적 은빛 수정의 강렬한 인상이 흰색을 불러낸다. 미점(米點)으로 그려낸 육산, 단발령의 표현이 봉우리와 대조를 이루어 선계랄까, 이상세계가 더욱 강조되어 다가온다. 놀라움이 돋보이도록 중경은 모두 생략하고 구름안개로 처리하였다. 언덕에는 갓 쓴 선비와 가마꾼, 가마가 보인다.

겸재의 절친한 친구이며, 영조대 최고의 시인이었던 사천(?川) 이병연(李秉淵, 1671 ~ 1751)이 이 그림을 보고 쓴 시도 감상해 보자. 조정육의 <붓으로 조선 산천을 품은 정선>에서 옮겨왔다.

'드리운 길은 구불구불한 용이 오르는 듯하고/드높은 꼭대기에는 두 그루 소나무가 보이는구나/하늘과 땅이 홀연히 만난 듯한 밝은 세상

봉래산 일만 봉을 처음 보았네/아침에 보니 신선이 사는 궁궐의 금자물쇠를 연 듯하고/가을이라 아름다운 허공에 부용꽃을 묶어 놓은 듯하구나/어떤 이는 이곳이 미치도록 좋아서/머리를 깎고 홀연히 세상을 등진다네'

정선
정선,《신묘년풍악도첩》 중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조선 1711년, 비단에 색, 34.3×39.0cm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시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4.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1.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2.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3.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 24개 공동체 성과공유 간담회
  4.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5. 실패와 편견 딛고 환경보전 실천한 빛나는 얼굴들…"금강환경대상이 큰 원동력"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