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빗물 차올라 창문으로 아이와 탈출"… 제방 유실 탓에 대전 용촌동 침수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현장] "빗물 차올라 창문으로 아이와 탈출"… 제방 유실 탓에 대전 용촌동 침수

10일 정뱅이 마을 주택 27채 침수…44명 대피
이날 오전까지 마을 사람 허리 높이까지 침수
제방 무너지며, 하천물 순식간에 마을에 덮쳐
인명피해 없었지만, 주민 부상…저체온증 고생

  • 승인 2024-07-10 17:26
  • 수정 2024-07-10 18:41
  • 신문게재 2024-07-11 2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40710_141115096
10일 오전 10시께 침수된 대전 정뱅이마을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새벽 4시에 마을 안내 방송을 듣고 놀라 깼는데, 20분도 안 돼서 물이 집 안으로 훅훅 들어왔어요. 놀라서 지갑과 핸드폰만 들고 급하게 나왔는데 심했을 때는 집이 지붕 처마 밑까지 침수됐었어요."

10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쑥대밭으로 변해 버린 마을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전날 밤부터 새벽 사이 대전에서 시간당 110㎜ 이상의 폭우가 쏟아져 마을 주민 주택 대부분이 침수됐기 때문이다. 주택 27채 모두 침수되면서 36명의 주민이 고립돼 소방이 구명보트를 이용해 구조작업을 벌였고 현재 주민 44명이 기성동종합복지관으로 대피한 상태다. 이 마을 주민 대부분은 60~80대 고령이다.

KakaoTalk_20240710_141115096_01
10일 오전 10시께 침수된 대전 정뱅이마을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침수 현장에 가 보니, 여전히 마을 일대는 사람 허리 높이 정도의 물이 차 있는 상태였다. 주택과 차량은 물론 농경지, 비닐하우스, 축사까지 침수돼 농작물 피해도 상당했다. 일부 주민은 물에 잠긴 논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충격이 작지 않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김모(50대) 씨는 "물이 차면서 방문이 열리지 않아 신랑과 아이랑 창문에 몸을 집어넣어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다"며 "이웃집에 사시는 어르신 두 분은 집에서 탈출하지 못해서 목 밑까지 물이 잠긴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마침 아들이 도착해 구조해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침수는 마을 인근에 있는 갑천 상류 주변 제방 겸 도로가 무너지면서 짧은 시간 하천 물이 유입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갑천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호남선 철도 교량 밑에 있는 제방이 무너져 쓰나미처럼 순식간에 많은 물이 저지대인 마을을 덮친 것이다.

대피소에서 만난 마을 주민 이모(60대) 씨는 "10년 동안 이 마을에 살면서, 비가 많이 와도 마을이 물에 잠긴 적은 없었다"며 "1987년까지는 마을 침수가 잦았다고 들었는데, 인근에 철도 교량이 생기면서 침수는 없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제방이 무너지면서 동네가 전부 잠길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교량 기둥에 걸려 있는 풀더미들을 관리기관에서 오랫동안 정리를 안 해주니까 하천의 흐름이 방해되면서 물이 더 차오른 것 같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KakaoTalk_20240710_141320698
10일 오전10시께 침수된 대전정뱅이마을 인근에 무너진 제방도로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주민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고령 주민들은 물에 젖어 저체온증을 앓았다. 주민 대피를 도왔다는 인근 펜션 주인인 황모(60대) 씨는 "새벽에 우리 펜션에 주민 30명 정도 대피한 상태였다"며 "물에 빠진 어르신들이 오한 때문에 고생하셨다. 펜션에 전기도 다 나가서 뜨거운 물도 끓일 수 없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오전부터 배수 작업을 해 현재(오후 4시) 물은 다 빠진 상태지만, 이번 주 기상 상황이 안 좋아 복구에는 수일이 걸릴 거 같다"며 "현재 주민 대피소가 마련돼 급식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후 지원책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청주시 외평~북이 등 2개 도로 노선, 제6차 국도·국지도 예타 대상 선정
  2. 포항 해수욕장 제사 반대 10만 서명운동 본격화
  3. 대전 미분양 1년 새 23% 증가… 중구 미분양 대폭 증가
  4. [주말사건사고] 폐차장 화재부터 공장 폭발까지...대전·충남 사고 잇따라
  5. 한국마사회 글로벌 심판 영입… 서울경마 신뢰 높인다
  1. 충청 명운 가른다…정기국회 현안입법 예산 초당적 협력 시급
  2. 보완수사 기한 줄이고 절차 강화… 경찰 수사 완결성 시험대
  3.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의료현장에 AI·데이터 더한다… 건양대가 여는 '데이터 의학'
  4. 국세청, 태국에 세정 선진 경험 전수… 글로벌 최저 한세 협력
  5. 지방 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지역 사립대 '직격탄' 우려

헤드라인 뉴스


[중도일보 창간75주년 특집] 기록을 딛고, 충청의 미래를 점화한다

[중도일보 창간75주년 특집] 기록을 딛고, 충청의 미래를 점화한다

원자번호 75. Re. 레늄(Rhenium). 녹는점이 3000℃를 훌쩍 넘는 레늄은 초고온에서도 안정적인 특성을 유지한다. 극한의 열을 견뎌야 하는 항공기 제트엔진의 터빈 블레이드용 초합금과 로켓·미사일 추진기관의 연소실·노즐 등에 활용되는 이유다. 특히 니켈계 초합금에 소량만 더해도 고온 강도와 내구성을 높일 수 있어 항공우주와 국방산업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 희소성은 더욱 특별하다. 레늄의 대륙지각 내 평균 함량은 10억분의 1 미만으로 지구에서 가장 희귀한 원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극한의 열을 견디고 소량으로도 전체..

[창간75] AI 선도·반도체 성장축 떠오른 충청…초광역 ‘원팀 전략’ 관건
[창간75] AI 선도·반도체 성장축 떠오른 충청…초광역 ‘원팀 전략’ 관건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민선 9기 대전·세종·충남·충북도 AI와 반도체 산업을 지역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천안·아산과 청주의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부터 대전의 연구개발(R&D), 세종의 첨단부품까지 충청권이 보유한 산업 기반도 탄탄하다.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392조 원 규모의 민간투자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충청권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관건은 충청권의 공동 대응이다. 4개 시도가 개..

[창간75] 충청권 392兆 대규모 투자 마중물… `초광역 경제권` 발판 삼아야
[창간75] 충청권 392兆 대규모 투자 마중물… '초광역 경제권' 발판 삼아야

충청권 산업이 대전환기에 들어섰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충청권 첨단산업 민간투자 규모는 총 392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충남에서는 올해 202조 원 규모의 투자사업이 착공과 인허가 등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이번 대규모 투자를 단기적인 생산과 고용 증가에 머물지 않고 지역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기업 투자를 계기로 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물폭탄에 잠긴 교량 차지한 오리 물폭탄에 잠긴 교량 차지한 오리

  • ‘두 달째 파행하고 있는 대덕구의회 규탄한다’ ‘두 달째 파행하고 있는 대덕구의회 규탄한다’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자부 8강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자부 8강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4강전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4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