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름답고도 무용(無用)하지 않은 것들을 위하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아름답고도 무용(無用)하지 않은 것들을 위하여

김낙철 대전시 교육정책전략국장

  • 승인 2024-09-02 16:33
  • 신문게재 2024-09-02 22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KakaoTalk_20240827_101305801
김낙철 대전시 교육정책전략국장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는 친일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신문사를 세워 독립운동을 했던 김희성(변요한 扮)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 인물의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나는 원체 아름답고 무용(無用)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뭐 그런 것들."

여기서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이란 진실로 무용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세속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을 지칭한다. 사랑과 신념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눈앞의 삶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무용하거나 유해한 것으로 취급되던 세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존이 제1의 가치로 군림했던 시대는 저물었고, 쓸모없다 여겨지거나 심지어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가치들이 새롭게 조명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남녀평등, 인권, 소수자보호 등 비교적 후순위에 있던 가치들이 여성의 사회진출과 한부모 자녀, 1인가구 등 다양한 변화의 바람과 함께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이 시대에 강조되는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사회문화, 그리고 다양성의 인정이다. 더 풍요로운 사회를 위해 우리가 우선으로 가져가야 할 미래가치라는 점에서, 양성평등도 그 맥락을 함께한다.

올해 양성평등 주간 슬로건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양성평등사회'이듯, 최근 돌봄 영역에서의 일상적 실천이 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을 물질적으로 부양하는 '경제활동'에 비해 영혼의 양분을 공급하는 '돌봄'은 상대적으로 쉽게 평가절하 되곤 한다. 경력단절에 대한 여성들의 거부감이 커진데다가, 세계 으뜸가는 긴 노동시간과 성과지향적인 조직문화의 합작은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의 퇴근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만들었다. 물론 그들의 부모도 그러고 싶진 않았겠지만, 경쟁적 신화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직장 문화는 너무나도 돌봄 친화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눈앞에 놓인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과 육아에 친화적인 직장문화를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전은 지역성평등지수 조사에서 12년 연속 상위지역에 속하고 있는 만큼 양성평등센터를 설립·운영함은 물론, 자녀돌봄을 위한 맞춤형 근무제와 난임·임신 직원에 대한 배려 정책을 선제적으로 시행 중이다. 임신기 공무원에게 주1회 재택근무와 하루 2시간 모성보호시간 사용을 의무화하고 초등 6학년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은 월 4회, 하루 1시간 이상의 육아시간을 사용토록 제도화한 것이다. 또한 남성 공무원도 배우자의 난임 시술에 동행할 수 있도록 '난임 동행 휴가'를 신설, 여성 공무원과 동일한 휴가 일수를 부여하였다. 또 남성 직원들이 임신기부터 돌봄과 양육에 동참할 수 있도록 최대 5일의 특별휴가를 만들었다.

하지만 진정한 돌봄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돌봄을 대하는 기업의 태도에 근본적인 지각변동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출산·육아로 인해 공백기를 가진 직원의 대직자에 대한 대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에게 응원수당 등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전시도 끊임없는 정책연구를 통해 돌봄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하겠다.

가정은 삶이 번성하는 기초를 제공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일이 가정을 기능하게 만드는 것과 같이, 가정도 일을 기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제 29회 양성평등주간을 맞이하여, 돌봄이 '아름답지만 무용한 것'이 아닌 '아름답고도 유용한 것'으로 재평가될 수 있도록, 그 가치에 적절한 위상을 부여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2.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3. [중도초대석]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작은 변화부터 이끌 것"
  4. [풍경소리] 토의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는 아름다운 사회
  5. 대전·세종·충남 11월 수출 두 자릿수 증가세… 국내수출 7000억불 달성 견인할까
  1. SM F&C 김윤선 대표, 초록우산 산타원정대 후원 참여
  2. 코레일, 철도노조 파업 대비 비상수송체계 돌입
  3. 대전 신세계, 누적 매출 1조원 돌파... 중부권 백화점 역사 새로 쓴다
  4. "내년 대전 부동산 시장 지역 양극화 심화될 듯"
  5. 대전 학교급식 공동구매 친환경 기준 후퇴 논란

헤드라인 뉴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대전 충남 통합이 내년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여야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엇박자 행보가 우려되고 있다. 애초 통합론을 처음 들고나온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등은 이슈 선점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초당적 협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보수 야당 지도부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밋밋한 스탠스로 일관하면서 정부 여당 때리기에만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통일교 게이트를 덮으려는 이슈 전환용은 아닌지, 대통령이 관권선거에 시동을 거는 것은 아..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대표 스포츠 스타인 한화이글스 류현진 선수·펜싱 국가대표 오상욱 선수와 꿈씨패밀리의 콜라보 굿즈가 23일 출시된다. 22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7월 류현진 선수와 오상욱 선수의 소속사, 대전관광공사, 대전디자인진흥원과 함께 '류현진·오상욱×꿈씨패밀리 굿즈 공동브랜딩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대전디자인진흥원이 선수별 품목 디자인을 완성했고, 대전관광공사가 제작과 유통, 판매를 맡았다. "우주올림픽 준비 대작전! 꿈씨패밀리 지구 특훈 모험!"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각 캐릭터는 선수 특유의 귀여움과 훈훈..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의 '모두가 만드는 미래'가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최종 당선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강주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한 진행 상황과 결과를 공표했다. 이번 공모는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직무대행 이상욱. 이하 LH)와 공동으로 추진했다. 당선작은 행복도시의 자연 경관을 우리 고유의 풍경인 '산수(山水)'로 해석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적 풍경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특징은 △국가상징구역을 관통하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