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문화진흥기금, 있는 것마저 없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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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 문화진흥기금, 있는 것마저 없애나

  • 승인 2024-10-07 17:36
  • 신문게재 2024-10-08 19면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지역 문화진흥기금 조성 현황을 보면 답답함이 앞선다. 문화격차 해소와 고유의 특색 있는 문화를 발전시킨다는 입법 취지가 무색하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금 설치 지역은 243개 지자체 중 광역 9곳, 기초 23곳 등으로 소수다. 사업 예산 편성이 불가능한 다른 사정을 제쳐두고 볼 땐 지역문화진흥법(제4조)이 규정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소홀하다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지역문화 진흥에 필요한 본분을 다했는지 먼저 돌아보게 된다. 기금 규모를 확대하기는커녕 아예 폐지하면 고사 직전의 단체나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기초단체 중에는 천안시와 아산시, 괴산군과 옥천군 등이 지역문화기금을 운영 중인 정도다. 기금 조성 지자체의 10곳 중 4곳은 서울, 경기와 광역시에 쏠린다. 충청권 광역단체 가운데는 충남도와 충북도에 기금이 설치돼 있다. 기금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 탓은 아니길 바란다.

명맥을 유지하는 31곳의 문화진흥을 위한 재원도 대체로 줄어드는 추세다. 지자체의 재정건전성 확보 기준 때문인지, 문화예술을 한낱 시장실패 영역으로 간주해서 그런 건 아닌지 의심이 갈 수 있는 대목이다. 재정 현실에 기인한 빈익빈 부익부와 수도권 집중 현상은 여기서 예외가 아닌 듯하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문화국가 실현이란 입법 목적은 온데간데없다. 지자체가 지역 문화재단과 지역 문화예술위원회 등을 설립·운영하는 취지와도 다르지 않을 텐데 실정이 이렇다.

문화진흥기금은 일반회계 사업비(문화예술 부문)와는 별도로 지역문화 창달에 쓰여야 한다. 폐지된 기금은 중장기 계획과 안목과 함께 복원했으면 한다. 지방의회는 지역문화 현실에 맞게 조례 제정으로 기금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 10곳 중 겨우 1곳 남짓 설치된 기금은 문화예술이 발휘하는 힘을 경시한 결과다. 지자체가 기금 조성에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정부가 채워줘야 마땅하다. 그것이 지역문화가 튼실히 뿌리내리도록 힘을 싣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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