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배려와 온혈가슴이 안겨다 준 선물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수필 톡] 배려와 온혈가슴이 안겨다 준 선물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 승인 2024-11-06 20:5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그 날 날씨는 유난히도 화창했다. 날씨 탓인지 그냥 집에 있기가 어려웠다. 꽃구경이나 간다고 집을 나섰다. 발길 닿는 대로 간 것이 도솔산 깊숙이 와 있었다. 한참을 가다 보니, 세 갈레 길이 있었다. 평시 다녀보지 않은 길이라 망설였다. 억새풀과 잡초가 뒤얽혀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것 같았다. 초행길이어서 발자국이 많이 나 있는 길을 택했다. 한참을 갔다. 사람들이 꽃구경하느라 왁자지껄하는 것이 시장바닥을 방불케 했다. 유달리 탐스럽게 도 만개된 벚꽃나무가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여 즐기게 하고 있었다.

아름답고 탐스런 벚꽃들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큰 길까지 나게 된 거였다. 순간 논어의 공자 말씀이 떠올랐다. '덕불고필유인(德不孤必有隣)'이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성현의 말씀이 날 깨우치고 있었다. 아름다운 벚꽃들이, 사람들이 모여들게 한 것처럼 덕인 곁에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아 외로울 겨를이 없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깨달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그 날은 비싼 수업료로도 안 되는 소중한 걸 터득했다. 운이 좋은 날임에 틀림없었다.

현대는 산업사회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게 각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주변엔 따뜻한 가슴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기적이어서 손해 보는 일은 생각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타적인 삶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니, 아예 '배려'라는 단어조차 모르는 혹자들이라 하겠다.

항간에 이런 일도 있었다. 오랜 만에 만난 두 사람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요즘 어디서 사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 그건 알아서 뭐하게! > 했다. 정떨어지는 반응이었다. 곁에서 듣고 있던 사람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 구두쇠가 저희 집에 청첩장 보낼까봐 그래. > 했다.

언젠가 급한 일로 콜택시를 불렀다. 승차하려는 순간에 집에 놓고 온 지갑이 생각났다. 허겁지겁 집으로 뛰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이 30초만 기다려 주면 될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내가 뛰는 걸 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냥 버튼을 누르는 거였다. 30초만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더라면 좋았으련만 그걸 못하는 거였다.

실화 또 하나가 있다. 고등학교 동기 4사람은 친하여 모임도 같이하고 애경사가 있을 때 상부상조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지병으로 한 사람이 돌연사를 했다. 그 바람에 미망인이 된 부인은 생활고에 허덕이며 온갖 어려운 일을 하며 살았다. 어느 날 남편의 친구인 A한테서 결혼 청첩장이 왔다. 하지만 미망인은 축의금을 보내지 못했다. A혼주는 지독한 구두쇠였다.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A한테서 만나자는 제안이 왔다. 약속 장소에 나갔다. A가 편지 봉투 하나를 내놨다. 읽어보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 친구 초상 부의금 10만 원, 큰딸 결혼 축의금 5만원, 아들 결혼 축의금 5만원, 합계 20만 원, 이자는 필요 없고 부의금, 축의금 총합 21만 원을 1달 안으로 주시오.>였다. 앉은 자리 풀도 안날 상종 못할 사람이 내미는 청구서였다.

돈이라면 인정사정 볼 것 없는, 가슴이 없는, 사람처럼 생긴 동물이었다. 30초 못 참고 자기만 빨리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속의 사람이나 A 혼주는 배려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일화 하나가 있다.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늦은 밤, 미국의 한 지방 호텔에 노부부가 찾아들었다.

예약을 하지 않아 방을 잡을 수가 없었다. 밖에는 비가 많이 쏟아졌고, 시간은 새벽 한 시가 지났다. 사정이 딱해 보였던 노부부에게 호텔직원은 말했다.< 객실은 없습니다만, 폭우가 내리치는데 차마 나가시라고 할 수가 없네요. 괜찮으시다면 누추한 제 방에서 주무시겠어요? > 직원은 기꺼이 자신의 방을 노부부에게 제공했다. 직원의 방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을 맞이한 노인이 말했다. < 어젠 너무 피곤했는데, 덕분에 잘 묵고 갑니다. 당신이야말로 제일 좋은 호텔의 사장이 되어야 할 분이네요. 언젠가 제가 집으로 초대하면 꼭 응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떠났다. 2년 후, 그 호텔 직원에게 편지 한 통과 뉴욕 행 비행기 표가 배달되었다. 2년 전 자신의 방에 묵게 했던 노부부가 보내온 초청장이었다.

그는 뉴욕으로 갔다. 노인은 그를 반기더니 뉴욕 중심가에 우뚝 서 있는, 한 호텔을 가리키며 말했다. < 저 호텔이 맘에 드나요? > < 정말 아름답네요. 그런데 저런 고급호텔은 너무 비쌀 것 같군요. 조금 더 저렴한 곳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겠어요.> 그러자 노인이 말했다. < 걱정 마세요. 저 호텔은 당신이 경영하도록 내가 지은 겁니다. 그 노인은 백만장자인 월도프 애스터였다. 2년 전 호텔 직원의 '배려'에 감동해서 맨하튼 5번가의 선친 소유의 맨션을 허물고 호텔을 세운 거였다. 변두리 작은 호텔의 평범한 직원이었던 그는 그렇게 노부부에게 베풀었던 마음, 따뜻한 친절과 배려를 통해 미국의 최고급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의 사장이 되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평범한 호텔 직원이었던 그는 노부부의 딸과 결혼했고,'배려'를 바탕으로 호텔을 성공적으로 경영했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그 하나로 성공한 실화라 하겠다. 단지 배려하며 사는 삶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배려와 온혈가슴이 안겨다 준 선물'

이 선물은'배려심'에 '온혈가슴'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이다.

30초 빨리 올라간 엘리베이터 탄 사람도, 돈밖에 모르는 A같은 수전노도, < 그건 알아서 뭐하게!> 하던 사람도,'온혈가슴'으로 살았다면 소중한 선물을 받았을 것이다.'배려심'이,'따뜻한 가슴'이, 주인공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위의 일화는'따뜻한 가슴','배려심'으로 살게 되면, 누구나 소중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30초 기다려 주는 마음이나. 호텔 직원의 마음은'배려'로 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빛깔만 다르지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은'배려'라는 공통분모가 아니겠는가!

오늘 따라 캘빈 쿨리지가 말한 < 누구도 자신이 받은 것으로 인해 존경 받지 않는다. 존경은 자신이 베푼 것에 대한 보답이다.>

이 명언이 귓가에 쟁쟁한 건 왜인지도 모르겠다.

느낌이 왔다면,'배려하는 마음','따뜻한 가슴'을, 놓치지 말고 살 지어다.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남상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원성수 전 총장, 세종교육감 6인 구도서 빠지나
  2. "실종문자가 계속 와요"… 실종신고 증가에 생활치안 문제 없나
  3. 쏟아지는 교권회복 공약… 후보별 해법은
  4. 어린이날 대전 홈경기 가봤더니… 대전하나시티즌 vs 인천 유나이티드 직관 브이로그!
  5. 대전 서구 도마변동 4구역 관리처분인가 접수 위한 총회 연다
  1. 일반인도 AI 전문 인재로…정부 인공지능 인재 육성책 지역에도 확산
  2. 건보공단 대전·세종·충청본부, 치매가족 힐링 프로그램 운영
  3. '7천피도 넘겼다' 새 역사 쓴 코스피… 코스닥, 지역 상장사는 소외
  4.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5. 대전 7개 대학 총학생회 연합 '허브' 16일 대전시장 후보자들에 정책제안

헤드라인 뉴스


지역균형발전 담은 헌법 개정안, `반대` 내건 국힘 불참으로 무산

지역균형발전 담은 헌법 개정안, '반대' 내건 국힘 불참으로 무산

지역균형발전 등을 담은 제10차 헌법 개정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처리가 무산됐다. 반대 당론을 내건 국민의힘이 본회의 불참 후 자체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발의에 참여한 개혁신당 역시 '표결 강행'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2시 25분 전후 제10차 헌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160명 전원과 조국혁신당 12명, 진보당 4명, 개혁신당 3명, 기본소득당 1명, 사회민주당 1명, 무소속 6명 등 187명의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주요 내용..

“아이가 먼저 구명조끼부터 챙겨요”…대전교육청 생존수영 교육 `눈길`
“아이가 먼저 구명조끼부터 챙겨요”…대전교육청 생존수영 교육 '눈길'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과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한 체육교육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대전교육청은 학생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천형 안전교육을 진행해왔다. 특히 학생들은 생존수영 교육을 통해 물에 적응하고 생존 뜨기와 구조 요청 방법, 구명조끼 활용 등 실제 위험 상황에 필요한 대응력을 체험 중심으로 배우며 스스로 지키는 힘을 키우고 있다. 체육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도 최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학교 유휴교실을 체육활동 공간으로 조성하는 '드림핏(Dream Fit)..

하반기 심의로 미뤄진 `행정수도특별법`… 통과 전략이 관건
하반기 심의로 미뤄진 '행정수도특별법'… 통과 전략이 관건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행정수도특별법'이 올해 하반기 정기 국회 문턱을 넘어 현실화할 수 있을지 실행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7일 상임위 재심의에 앞서 열린 전문가 공청회에선 특별법 제정을 통한 정면돌파로 의견이 모였으나 법안 명칭부터 헌법재판소의 위헌 요소 분리, 국민투표 필요성 등 다양한 방법론도 제시됐다. 지난해부터 차례로 발의된 행정수도특별법 5건은 이날 국회 공청회를 거친 데 이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을 다시 앞두게 됐다. 앞서 특별법은 지난 3월 말부터 두 차례 소위에 상정됐지만 후순위로 안건이 배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 ‘공정선거 함께해요’ ‘공정선거 함께해요’

  •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