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시정(施政)연설 단상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시정(施政)연설 단상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 승인 2024-11-21 16:54
  • 신문게재 2024-11-22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동정사진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수확의 계절이다. 계절이 교차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낙엽 쌓인 거리 위로 부는 찬바람이 가을과 겨울의 경계를 알린다. 이달 초 유성구 온천1동을 시작으로 대전에서도 추곡수매가 시작됐다. 농부가 1년 농사를 수확하듯, 구정의 한 해 성과를 정리하는 것도 이맘때의 일이다. 기쁘기보다 신산한 마음이 앞섰다. 구정과 구민의 살림살이를 위협하는 요소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장세 둔화와 내수 침체로 서민 경제와 가계 살림은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 정세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이런 와중에도 값진 성과를 거뒀다. 대전시와 지역민의 노력으로 일군 기회발전특구와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은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판이 될 것이다. 방동 윤슬거리 조성 사업을 완료하고 반다비체육관을 개관했다. 전국 최초의 테마가 있는 사계절 축제는 더 풍성해졌다. 성과는 성적표로 이어졌다. 지속가능한 도시 평가에서 자치구 부문 종합 1위를 차지하고, 한국서비스품질지수 조사에서 4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매니페스토 경진대회 3년 연속 최우수, 대한민국 SNS 대상 최우수, 거버넌스 지방정치대상 최우수 등을 수상했다.

설계의 계절이다. 내년도 목표를 세우고, 예산을 짜는 것은 이 시기의 중요한 일이다. 창업, 마을, 돌봄, 문화 등 4대 혁신을 가속화해 기회와 참여의 도시, 포용과 활력의 도시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주민의 삶에 필수적인 인프라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 이러한 목표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총 7917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 의회에 심의·의결을 요청했다. 올해 예산보다 3.0%가량 증가했다. 전년도 증가율 6.8%와 비교하면 다소 낮아졌다. 한정된 재원이지만, 서민의 삶과 직결된 분야는 가급적 늘리려고 노력했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목표와 비전을 세우고 예산안을 편성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3고(高) 현상의 경고음과 함께 나라살림과 가계살림에 적신호 켜지고 있다. 지방살림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대규모 교부세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도 6조 5,000억 원 규모의 지방 교부세·교부금 집행이 보류될 위기에 처했다. 역대급 세수 결손이 주된 원인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보릿고개'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더 심각한 것은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구체적 실행 방안을 현재로서는 찾기 어렵다. 급기야 이달 초 71명의 기초자치단체장은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불안과 위기의 시대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담아 성명을 발표했다. 극단적 대치와 갈등을 멈추고 민생을 위한 정치 복원을 요구했다. 최고 책임자의 결자해지(結者解之)도 촉구했다.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결산과 설계의 시기에 단체장들이 오죽했으면 이런 성명을 냈겠는가.

최근 경희대 교수들의 시국 선언문이 화제다. 유려한 문장과 파격적인 형식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보유국답다'는 호평을 받았다. 선언문은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는 말로 시작한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이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제 폐허 속에 부끄럽게 머물지 않고, 인간다움을 삶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글을 맺는다. 선언문이자 반성문으로 이 글을 읽었다. 다짐의 글로도 읽힌다.

불안과 위기의 시대다. '폐허'는 그런 시대의 은유다. 엊그제 유성구의회에서 2025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施政)연설을 하며, 그래도 희망이란 단어를 생각했다. '폐허 속에 부끄럽게 머물지 않고 인간다움을 삶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를 그렸다. 그런 희망과 다짐을 시정연설에 담았다. 다 함께 더 좋은 유성을 향한 발걸음은 내년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2.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3.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4.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5.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1. 여름휴가와 미래 정착지 '어촌' 매력...직접 눈으로 본다
  2.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3. 대전 문화동 국방부 땅 매각 검토될듯…꽃마을엔 대체부지 확보 요청도
  4. 지역정책포럼 '이재명 정부 출범과 지역과제' 잡담회 개최
  5. [월요논단] 대전 야구.축구, 흥행은 성공, 결과는 불만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