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미디어 리터러시는 삶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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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미디어 리터러시는 삶을 바꾼다

표만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 승인 2025-01-13 17:04
  • 신문게재 2025-01-14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표만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사진
표만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고양시에는 독특한 박물관인 중남미문화원이 있다. 이곳은 내가 KBS '울림'프로그램 제작 당시, 이복형 전 중남미 대사를 소개하면서 방문한 적이 있다. 중남미의 옛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고양시민은 물론 서울시민들도 자주 찾는다. 아름다운 건물 덕분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데이트 코스로도 알려져 있다.

나는 이곳을 관람하며 전시된 유물들의 주인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유물 설명에는 해당 유물을 사용했던 부족 자체가 사라졌다는 기록도 있었다. 왜 이런 비극이 발생했을까? 찬란했던 잉카 문명은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에 의해 멸망했다. 잉카 문명은 AD 1200년부터 1532년까지 안데스 지역에 대제국을 세워, 현재의 에콰도르 북쪽 국경에서 아르헨티나와 칠레 중부까지 약 4000km를 지배했다. 그러나 잉카인들은 문자가 아닌 직물을 이용한 의사소통을 했다고 전해진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유라시아 문명이 다른 문명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지리적 차이로 설명한다. 나는 여기에 문자의 존재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문자는 문명의 구성원을 정신적으로 하나로 묶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문자가 있었던 유럽의 정복자는 문자가 없었던 잉카를 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

중남미문화원의 유물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문자가 한 나라를 보전할 정도로 강력하며, 문자 없는 민족은 비극적 종말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문자를 가진다는 것은 문해력을 의미한다. 즉, 읽고 쓰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미디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를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표현한다. 현재는 디지털 리터러시, AI 리터러시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우리는 문자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창작하고, 비판하는 시대를 지나 라디오와 TV 등 전통 미디어를 경험했으며, 이제는 디지털과 AI를 이해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딥페이크나 딥보이스 같은 기술은 사회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 리터러시와 AI 리터러시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 소속 기관으로, 방송법 제90조의2에 근거해 2014년 7월 설립되었다. 전국에 12개의 지역 센터가 있으며, 대전센터는 대전과 충남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 유튜버를 위한 촬영, 편집, 녹음 등 다양한 미디어 제작 교육은 물론, AI 영상 제작, VR 영상 제작 등 신기술 관련 교육도 제공한다. 또한 노인, 장애인 등 미디어 취약계층과 생애주기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대전센터에서 교육받은 인원은 4만 명을 넘어섰다. 장비와 시설 대여도 가능하며, 정회원으로 가입해 일정 교육을 이수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마치 근육을 키우는 것과 같다.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 대전센터에는 '디카시'라는 시니어 제작단이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자신의 감정을 담은 시를 새긴다. 디카시는 사진을 넘어 또 다른 장르의 예술로 자리 잡아, 작년에는 전국 대회까지 개최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대전센터에서 배운 영상 편집 기술로 유튜브 활동을 하는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제작한 영상이 KBS, MBC, TJB 등의 지상파 방송에 편성되거나, CMB 채널을 통해 시민 기자단으로 뉴스 제작과 방송을 하기도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개인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대전센터에서 은퇴 후 제작단 활동을 하며 삶이 즐거워졌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가 대전 시민과 충남 도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 대전센터는 미디어를 통해 시민들이 스스로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 놀이터'로서 활짝 열려 있다.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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