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빨리빨리 문화를 AI 시대의 경쟁력으로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빨리빨리 문화를 AI 시대의 경쟁력으로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승인 2025-02-10 10:50
  • 신문게재 2025-02-11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양성광 원장
양성광 원장
계엄과 탄핵 정국이 얽히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중국의 AI 기업 딥시크(DeepSeek)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DeepSeek 모델을 사용해 본 AI 전문가들은 "ChatGPT, Gemini 같은 기존 모델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더욱 뜨거운 논란은 DeepSeek 개발 비용이 557만 달러(약 74억 원)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는 이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투입되었으리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여하튼 DeepSeek은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저사양 GPU만을 사용해 세계 최고 사양의 AI 모델을 개발했고, 소스 코드를 공개해 AI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머지않아 엔비디아(NVIDIA)의 경쟁사(AMD, Intel, 중국 AI칩 업체)들도 DeepSeek의 최적화 기술을 참고해 비용 절감형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는 AI 훈련 및 추론에 사용되는 GPU의 구매량 감소로 이어져 NVIDIA의 수익 모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NVIDIA의 주가는 DeepSeek이 출현한 지 하루 만에 17%나 하락하기도 했다.



DeepSeek의 성과와 오픈소스 정책은 OpenAI와 DeepMind 등 미국이 주도해 온 AI의 중심축이 미국과 중국의 양강 체제 또는 이를 넘어선 다극 체제로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DeepSeek 논란 1주일 만에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AI 협력을 다각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및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삼자회동에서는 손 회장이 5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삼성의 참여를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이 NVIDIA의 GPU를 대체할 AI칩을 개발하고 올트먼은 AI 전용 단말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들이 삼성에 달려와 준 것은 일단 고무적이다.

AI 개발 경쟁에서 한국에도 뒤지고 있는 일본은 정부 주도하에 손 회장이 쩐주로 나서서 AI 리더십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말 'AI 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최근의 정치적 상황으로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그나마 우리는 AI 동맹에 필수적인 반도체 제조라는 비빌 언덕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유럽은 이러한 동맹에 초대받을 반도체 제조 능력이 없으며, 일본은 반도체 제조 능력 부족은 물론 디지털 전환도 느려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AI 선두 주자인 네이버조차도 천문학적인 자금과 최고급 인재를 원 없이 투입하는 미국과 중국에는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 마침,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을 위해 세를 모으고 있는데, 어차피 한국의 규모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 이참에 누구와 연합해 어떤 비즈니스로 살아남을지 생존전략을 잘 짜야 한다.

올트먼은 이번 방문에서 '한국은 에너지와 반도체, 인터넷 등 AI와 연결된 모든 산업이 발달해 있어 강력하게 AI를 적용할 수 있는 나라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소버린 AI를 갖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지만,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초거대 AI 모델 개발보다는 반도체 제조 분야와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특화 AI 개발 및 활용 분야에 국가적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물류, 금융, 제조업, 식품 품질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과 활용 확대를 통해 AI 활용 산업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정부는 R&D와 교육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DeepSeek의 개발자 뤄푸리 같은 천재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는 일이다. 암기 위주로 줄 세워 평가해 1점 차로 당락을 결정하는 입시정책으로는 이러한 천재가 절대로 나올 수 없다. 교육학자와 선생님 중에서 AI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교육학자가 디지털 트렌드를 배우든, 디지털 전문가가 교육학을 익혀 교육정책 개발에 투입되든 교육정책의 대변혁이 오지 않으면 AI 시대에 살아남지 못한다./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구미, 주민안전 무시한 보행자 보도정비공사 논란
  2. "아산페이 안 쓰면 손해"-연말까지 18% 할인 연장, 법인 10% 연장 할인
  3. 아산소방서, 전통사찰 화재 예방훈련
  4. 천안시, 청소년유해환경 개선 합동점검·단속 및 캠페인
  5. 삼성디스플레이, 취약가정에 1억5천만원 후원
  1. 아산시 음봉어울림도서관, '시선 너머의 이야기' 전시
  2. [대입+] 종로학원 2026 수능 가채점 정시 분석… 서연고 경영 280점대, 의대는 290점 안팎
  3. 천안법원, 음주 측정 거부한 50대에 '징역형'
  4. 천안법원, 지인 간 법적소송에서 위증한 혐의 50대 남성 무죄
  5. 천안시 서북구, 동절기 제설작업 대비 안전교육 나서

헤드라인 뉴스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한 정시 합격선 예측에서 서울 주요 대학의 경영·의학계열 합격선이 280~290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문과 지원확대와 의대 정원 원복, 탐구영역 선택 변화 등으로 인해 정시 지원전략에서 문·이과 모두 경쟁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종로학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어·수학·탐구(2) 원점수 합 기준으로 서울대 경영대학 합격선이 284점, 연세대·고려대 경영이 280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이 279점, 서강대 경영학부 268점, 한양대 정책학과..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활약에 힘입어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9월과 10월 A매치에서는 스리백을 시험했지만, 이날은 포백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손흥민을 원톱에 세운 뒤 2선에 황희찬과 이재성, 이강인을 배치해 공격 라인을 꾸렸다. 중원조합은 김진규와 원두재를 내보냈고, 포백라인은 이명재, 김태현, 김민재, 김..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을 앞둔 대전 중구 대흥동의 애물단지인 메가시티 건물이 기피시설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미래 첨단 산업 및 도시재생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를 만나 대전 중구 대흥동에 인공지능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메가시티 건물은 2008년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