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피습 사망] 하얀 눈물 쏟아낸 하늘이… 흰눈 뒤덮힌 학교 분향소엔 짙은 발자욱 남아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대전 초등생 피습 사망] 하얀 눈물 쏟아낸 하늘이… 흰눈 뒤덮힌 학교 분향소엔 짙은 발자욱 남아

쏟아지는 눈에도 전국서 추모 행렬… "하늘에선 행복해" 아이들도 고사리손 조문

  • 승인 2025-02-12 17:56
  • 신문게재 2025-02-13 3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20250212-굳은 날씨에도 이어진 추모 행렬3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8살 김하늘 양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2일 시민이 편지와 꽃, 인형 등을 놓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너의 아름다운 꿈이 하늘에서 빛나기를… 너를 잊지 않을게.'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에 의해 살해된 고 김하늘(8)양의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첫 날, 하늘은 하얀 눈을 울음처럼 쏟아냈다. 전날까지 파랗던 하늘은 온데간데 없고 창백한 하늘에선 무엇이 그리 원통했을지 꾸역꾸역 눈을 흘렸다. 눈은 그렇게 운동장을, 교문을 그리고 매일 집에 돌아가던 골목길을 덮었고 그 위에 아이를 잊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발자국이 선연히 남아 있었다.

12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하늘 양의 합동분향소에는 교문 입구부터 꽃과 편지로 길고 긴 행렬을 이뤘다. 시민들이 가슴에 품고 가져왔을 꽃과 쪽지, 인형이 학교 담장을 따라 놓였고, 하늘이가 즐거워했을 인형과 간식이 주인을 기다리듯 멈춰있었다. 담장에 설치된 여러 개의 우산은 필요할 때 지켜주지 못했다는 어른들의 뒤늦은 미안함 같았다.

추모용품을 주욱 둘러본 시민들은 애써 착잡한 마음을 달래고 분향소에 들어섰다.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로 보이는 조문객들은 준비된 메모지에 '너무 미안해', '천국에서 행복해' 등 하늘 양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한글자 두글자 꾹꾹 손편지를 써 벽면에 붙였다.

분향소엔 시민들이 가져온 족히 100여 개는 돼 보이는 국화꽃과 인형, 간식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삼삼오오 모여든 아이들은 8살 하늘이를 생각하며 미리 준비해놓은 간식을 함께 올렸다.

KakaoTalk_20250212_154457329_03
2025년 2월 12일 대전시 서구 초등학교에 설치된 합동분향소 안내와 추모꽃.  사진=이은지 기자
4살 아이를 안고 분향소를 찾은 김성민(33)씨 가족도 메모지에 추모하는 마음을 담았다. 김 씨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너무 마음이 아파 분향소에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하늘이가 하늘에서는 걱정 없이 뛰어놀길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4살 아이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얼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연필로 하트를 그려 분향소에 올려놨다.

경기도 광명에서 KTX를 타고 달려온 직장인 한성렬(31)씨와 조남희(32)씨도 숨 가쁘게 분향소에 들어섰다. 그들은 헌화대 앞에서 한참이나 묵념했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 살지만 슬픔을 나누고 싶어 같이 휴가를 내고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학교를 보니 가장 안전할 곳에서 고통을 당했을 하늘이가 더 생각나 너무 참담한 심정이고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같은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4학년 남학생 두 명은 수줍은 듯 그러면서 어른스럽게 국화꽃을 내려놨다. 그는 "후배 동생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싶어 친구와 시간 맞춰 왔다"며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메모를 남겼다. 하늘 양의 추모 분향소는 학교 애도기간인 2월 14일까지 나흘간 운영된다.

이은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전 직원 청렴다짐대회' 개최
  2. 천안직산도서관, 6월 북플렉스 '우리는 꼭 읽어주는 거야' 운영
  3. 천안시청소년복합커뮤니티센터, 대한민국청소년박람회서 성평등가족부장관상 수상
  4. 천안시청 김태기 선수, 철인3종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최종 선발
  5. 천안법원, 아산서 천안까지 음주운전 혐의 50대 남성 징역형
  1. [박현경골프아카데미]레슨 프로들이 말하는 캐디를 내편으로 만드는 방법
  2. [중도일보-세종선관위 공동기획 '지방선거 포커스⑧'] 개표소 설비상황 점검
  3.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파기환송심서 징역 3년 선고
  4. "내가 총장후보 적임자" KAIST 새 총장 선임절차 '속도'
  5. [프리즘] 견마지로(犬馬之勞)의 현대적 해석과 성과급 문제

헤드라인 뉴스


6·3지선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6·3지선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552명.'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선출하는 충청의 지역 일꾼 숫자다. 지방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이를 견제·감시하는 광역·기초의원,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교육감까지, 새로운 '충청시대'를 열어갈 우리 동네의 참된 일꾼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뽑는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발전해 왔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거대한 중앙 정부의 틀 속에서 충청권 4개 시·도 광역정부와 지역별 기초지자체의 자율성과 권한은 제자리에 머물렀고, 지역민들의 실질적인 참여 또한 제한적이었다. 지방자치 산실..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충남대와 공주대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충남대 내부에서 중복학과 유지 여부를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교수회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제시됐던 '중복학과 현행 유지'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대학본부는 학과 자율에 따라 통합 또는 특성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대학 발전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대학 통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통합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설명한 내용을 대학본부가 책임 있게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충남대와 공주대가..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과 화재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과거 반복됐던 한화 방산사업장 폭발 사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해당 사업장은 과거에도 로켓 추진체 관련 공정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난 곳이다. 한화 대전사업장에서는 2018년 5월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51동 충전공실에서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

  • 분주한 개표소 분주한 개표소

  • 출구조사에 ‘엇갈리는 희비’ 출구조사에 ‘엇갈리는 희비’

  • ‘아기 안고, 목발 짚고’…한표의 소중함 ‘아기 안고, 목발 짚고’…한표의 소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