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헌재 심판 이후의 사회대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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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헌재 심판 이후의 사회대개혁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 승인 2025-03-03 13:53
  • 신문게재 2025-03-04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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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진 교수
벌써 3월이 되었지만 봄은 오지 않았고, 3개월 전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정치적 겨울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진행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은 모든 심리를 이미 마쳤고, 멀지 않아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한 판결이 이루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과정과 포고령 내용,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의 군병력 투입 등에서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증거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해 파면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혹시라도 탄핵이 기각되어 윤 대통령이 복귀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뒷걸음치고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파면한다면 다음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에 절대다수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여러 명의 차기 대통령 후보군이 거론되고 그들의 지지율을 조사한 여론 조사도 발표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통령 탄핵 심판과 차기 대통령 선거라는 서로 독립적인 법적 절차를 연결하여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는 안 되기 때문에 탄핵을 반대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비논리적 주장도 빈번하게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은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보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그 취약성이 드러난 민주주의 체제와 사회적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이른바 '적폐 청산'을 목표로 했다가 전혀 달성하지 못한 사회구조 개혁과 체제 전환을 위한 노력이 지금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정치적으로는 전제 군주적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직접적 정치 참여를 확대해 다양한 정치적 가치와 입장이 발현되는 새로운 경관의 정치 공간 구축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갈수록 심화하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소멸을 방지하며,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보장의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각종 차별과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문화와 담론을 바로잡아 여성, 장애인, 소수자, 이주민 등의 권리가 공정하게 보장되도록 법적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권력자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검찰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양비론과 기계적 중립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고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언론 지형을 바꾸어야 한다. 또한, 반민주 독재자들이 항상 근거 없이 들이대는 북한의 위협 핑계나 정치적 반대자의 간첩몰이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도록 항구적인 남북 간의 평화공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는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야기되었지만, 이와 동시에 대내외적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엄중한 과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인구 감소, 지역 소멸, 인공지능 혁명과 일자리 감소 등은 물론 전 지구적 기후 변화, 민주주의와 세계 평화의 위기 등은 우리 사회의 전면적인 대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사회적 가치 수립을 통해 이러한 대전환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대개혁의 모든 과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과 파면이라는 첫 단추가 끼워지면 차근차근 하나하나 확실하게 추진하여야 한다. 민주평등사회라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에 관심을 가진 국민과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여, 국민의 주권이 반영되는 민주주의 체제의 강화, 빈부격차의 해소, 사회적 평등의 달성, 공공성의 가치 지향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동의하고 함께 추진한다면, 이러한 사회대개혁은 반드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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