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복섭 교수 |
불을 끄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 3월 20일부터 4월 8일까지 20일간 투입된 산불진화대원은 산림청 추산 연인원 3000명이 넘고, 공중진화대는 104명 기준 1인당 평균 아홉 번 출동했으며 산불재난특수 진화대는 435명 기준 1인당 평균 네 번 출동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산불을 헬기로 진화하던 조종사 한 분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산불이 잡힌 다음에도 투입되었던 진화대원들은 누적된 피로와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산불이 오랫동안 지속하고 진화가 힘들었던 이유를 건조한 봄 날씨와 강풍에서 찾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적절한 임도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을 여러 전문가가 진단하고 있다. 임도란 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조성하는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말하는데,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 역할을 하면서도 소방차와 진화대원이 신속히 화재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우리나라 임도 밀도는 4.1m/㏊로 일본의 24.1과 독일의 54.0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임도를 개설하는 문제를 가지고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산림을 가꾸는 처지에서는 임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환경보존에 관심이 많은 사회단체는 산림 훼손을 걱정하면서 투쟁으로 맞서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졌다. 문제는 적절한 선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설하는 과정에서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내거나 산을 파헤쳐 바위가 굴러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길을 만들거나 비가 내리면 예견치 못한 물길이 더 심한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다 보면 선뜻 동의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임도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형을 살펴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경관적으로도 아름다운 산책길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비가 내렸을 때 만들어지는 물길도 살피고 길에 의해 산에 사는 동식물 이동통로가 단절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며 예정한 임도 때문에 보존할 가치가 있는 나무를 잘라내야 한다면 돌아서 길을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 임도는 유사시 관리와 소방통로로 작용하지만, 평상시에는 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자연을 훼손하는 탐방로가 아닌 제한되는 통로를 제공하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는 산책로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임도를 만드는데 또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전국 산림의 67%가 사유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라가 부강하지 못해 사유림을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장례문화의 영향도 컸다. 근방에 영향력이 있다는 가문마다 문중 산을 확보해 대대로 조상님을 모시기도 했고, 혹자는 영험하다는 음택을 골라 음덕을 보고자 하는 욕심이 사유림 비중이 높은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매장문화가 사라지고 있고 국가적으로도 수목장 등 다른 장례 방법을 정책적으로 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오히려 자손들에게 때마다 묘소를 가꿔야 하는 수고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자발적으로 파묘해 화장하고 봉안시설에 모시는 일이 보편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사유림을 국유림 또는 공유림으로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나무도 적절히 솎아베기하는 것이 건강한 숲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고, 화마를 통해 겪은 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임도를 확충하고 국유림을 확보하는데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문제는 돈인데 지방정부가 이런 일을 감당하기에는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산림청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국유림을 늘려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예산확보가 가능하도록 사회적인 지지 분위기도 만들어져야 한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