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전국 노래자랑이 던지는 대선 메시지

  • 정치/행정
  • 세종

[세상읽기] 전국 노래자랑이 던지는 대선 메시지

1980년부터 45년 간 최장수 프로그램 입지 굳힌 '전국 노래자랑'
모두가 수도권으로 시선 집중...송해 선생과 제작진은 '인지방'으로 역선택
대선은 지방살리기의 골든타임...소멸위기의 지방을 먼저 보는 후보는 어디에?

  • 승인 2025-05-07 11:32
  • 수정 2025-05-08 15:30
  • 신문게재 2025-05-08 18면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BBSIMAGE_20240407070932_71b46b0b174c3157c8928b2831a2dde2
경기 시흥시 편. 사진=KBS 전국 노래자랑 누리집 갈무리.
1980년 11월 9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45년간 매주 일요일 우리 곁을 찾아오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KBS 전국 노래자랑이다.

1950년대 라디오와 1970년대 전국 쟁탈 노래자랑의 바통을 이어받아 명맥을 잇고 있다. 국내를 넘어 재외 동포들이 있는 뉴욕 등의 전 세계로도 진출했다. 2003년에는 평양에서 남북통일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무려 2114회 방송을 거치며 예심에만 85만여 명의 국민들이 참여하는 기록도 세웠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끼와 재능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울고 웃었다.

'명불허전의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숨은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일반인을 대상으로 참여 문턱을 낮추고, 지방 곳곳의 숨은 고수(?)를 눈으로 확인하는 묘미가 우선 쏠쏠했다. 인기 절정의 임영웅과 송가인, 이찬원 등의 트롯 스타들도 이 무대를 등용문으로 삼았다. 故 송해 선생의 따뜻한 인간미와 재치 있는 입담도 빼놓을 수 없다. 1988년 5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무려 34년간 한 자리를 지키며 국민 MC란 칭호도 얻었다.

프로그램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히 단언컨대 '지방 살리기' 가치 지향이 불멸의 신화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문화에 걸친 시선이 모두 '인 서울'을 향할 때, 전국 노래자랑은 '인 지방'으로 역선택을 했다. 실제 전국 곳곳을 순회하며 지역 문화와 명소를 소개했고, 이는 '지방소멸 위기 극복'이란 시대적 과제 해결에 톡톡히 기여했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여럿이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서울 일극 체제는 혼자서 빨리 가는 길이다. 오죽하면 수도 서울의 초집중·과밀을 '폐해이자 망국병'이라고 표현할까. 반대로 지방을 함께 살리며 가는 발걸음이 바로 여럿이 멀리 가는 지름길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열리지 않겠는가.

송해 선생과 전국 노래자랑 그리고 제작진이 걸어온 그 길 역시 여럿이 멀리 가는 통로로 삼고 싶다. 이들이 머물고 간 지방의 구석구석과 맛집들은 또 다른 명소가 됐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소멸은 가속화하고 있다. 자칫 전국 노래자랑의 명맥도 끊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송해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겠다"는 공언을 한 후임 MC 남희석과 제작진의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담은 갖지 마시라.

청와대
서울 청와대 전경. 정치 권력은 6.3 대선을 통해 청와대 복귀를 공언하며, 국가균형발전의 역사를 퇴행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사진=이희택 기자.
진짜 짐을 지어야 할 주체는 따로 있다. 바로 국민들의 뜻을 섬겨야 할 정치 권력이다.

정치권은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백지계획'과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 등의 명맥을 진정성있게 잇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 가치는 현재 정체 상태에 있다. 방송 프로그램으로 얘기하면, 시청률 저조로 종영 위기에 놓여 있다.

2012년 세종시부터 12개 혁신도시 조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수도권은 이를 비웃듯 2020년 사상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빨아들였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더욱 공고히 구축하고 있다.

지방의 국민들은 2025년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지방 살리기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적재적소의 심폐소생술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극단적 관측도 내놓고 있다.

대선까지 26일을 앞둔 현재의 모습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마저 놓게 한다. 일례로 각 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은 앞다퉈 '청와대와 용산 대통령실 복귀'를 현실적 선택지로 두고 있다. '세종시로 완전한 이전'은 여전히 이상향으로 치부한다. 1392년 조선시대 한양부터 633년간 굳어진 '수도 서울=관습헌법'의 잣대를 아직도 소환하고 있다.

또 다른 절반인 지방을 먼저 바라보는 '대통령 후보'는 눈을 씻고 봐도 안보인다. 미래를 위한 결단과 특단의 조치 없이는 지방도 없다. 수도권 주민들 다수의 고향도 지방에 있지 않은가. 정치적 최장수를 원한다면, 그 길은 이미 열려 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2.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3. 과기정통부 '출연연 정책방향' 발표… 과기계 "기대와 우려 동시에"
  4. 최저임금 인상에 급여 줄이려 휴게 시간 확대… 경비노동자들 방지 대책 촉구
  5. 장철민 "새 충청은 젊은 리더십 필요"… 대전·충남 첫 통합단체장 도전 의지↑
  1. 한남대 이진아 교수 연구팀, 세계 저명학술지에 논문 게재
  2. 학생들의 헌옷 판매 수익 취약계층 장학금으로…충남대 백마봉사단 눈길
  3. 김태흠 충남지사 "대통령 통합 의지 적극 환영"
  4. 민주평통 동구협의회, '화해.협력의 남북관계' 재정립 논의
  5.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착수… '수산물 유통 중심으로'

헤드라인 뉴스


라이즈 사업에 팔 걷어부친 대전시… 전국 최초 조례 제정

라이즈 사업에 팔 걷어부친 대전시… 전국 최초 조례 제정

지역대 육성과 안정적 지원을 위해 대전시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이하 라이즈)' 2차연도 사업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업 지속성을 위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라이즈 관련 운영 조례를 제정했는데, 라이즈 위원회 구성도 기업인과 과학기술계까지 포함해 다양화할 예정이다. 시와 대학 실무자 간 소통 협의체를 마련하고, 정부의 초광역 개편에 발맞춰 사업 계획을 수립해 내년에는 가시적 성과를 내는데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시는 라이즈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 대학과 간담회..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