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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됐고, 조기 대선은 6월 3일로 정해졌다.
정권은 붕괴했고, 민심은 기울었으며, 정치는 이제 새판을 짜야 한다.
그런데 그 모든 잿더미 위에서도 여전히 의자만 돌려 앉고 있는 손들이 있다.
불 꺼진 무대에서 아직도 자신의 순서가 남았다고 착각하는 자들이다.
그 손은 현 국민의힘 지도부다.
무너진 권력을 부여잡은 채 여전히 회의하고, 여전히 조율하며, 여전히 뭔가 해낼 수 있을 거란 환상에 머물러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상시 운영되고 있고, 대선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그들은 당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정치의 유물보존소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국민은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시장 바닥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가 지금 민심의 전부다.
"이 나라꼴, 이재명이 아니면 감당이 안 된다."
이 말은 이재명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국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자포자기의 표현이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여전히 표정이 없다.
공천 책임도, 정권 실책도, 민심 이반도 남의 일인 듯 넘긴다.
심지어 이번 대선도 또 한 번 내부 셈법의 장으로 변질될 조짐이다.
꺼진 불에 바람을 불어넣는 그 손짓은 정치가 아니라 습관이요, 의례처럼 반복되는 헛된 무용담이다..
보수가 다시 설 길은 하나다.
당을 리모델링할 게 아니라 철거부터 해야 한다.
페인트칠로는 민심을 감출 수 없다.
국민은 이미 '그 당'이라는 말에 피로감을 느낀다.
정치는 산이 아니다.
끝까지 오르는 자가 승리하는 구조가 아니다.
정치는 때를 알고 자리를 내줄 줄 아는 용기에서 완성된다.
이제는 젊은 세대에게 넘겨야 한다.
느리고 무거운 이념이 아니라, 빠르고 유연한 감각으로 국민과 호흡할 수 있는 이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게 정치다.
그게 보수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게티즈버그에서 링컨은 말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앞에서 그 문장은 마치 오래전 유물처럼 벽에 걸려 있을 뿐이다.
국민 없이 권력만 남은 정치에, 그 영혼은 이미 자리를 떴다.
하지만 국민은 늘 그렇게 새로운 길을 냈다.
길을 막으면 돌아가고, 판을 망치면 새로 뒤엎고, 지도자들이 길을 잃으면 직접 나서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마다 이 나라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정치가 희망을 주지 못할 때, 국민은 스스로 희망이 된다.
이쯤 되면 국힘 지도부도 깨달아야 한다.
정치의 중심은 청와대가 아니라 국밥집이고, 국회가 아니라 국거리 장바구니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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