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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검찰청을 해체하고 기소·수사권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보완수사권 존폐 논란이 재점화됐다. '검수완박'이라 불린 2021년 형사소송법 개정 때 검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평검사들이 전국회의 소집을 요구했던 대전지검은, 지금은 겉으론 평온하지만 내부에선 일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근 발표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검찰청을 해체하고 기소 권한을 법무부 산하의 공소청으로, 수사 기능을 행정안전부 산하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분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검사가 보안수사를 실행할 수 있느냐는 이번 개정안 구상에서 빠져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향후 여당과 야당, 검찰과 경찰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는데,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2021년 '검수완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 때가 다시 화자되고 있다.
당시 대전지검에서는 검사장이 나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두 차례 갖고, 평검사들은 2003년 이후 19년만에 평검사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 지연과 공백 그리고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는 공소유지에 필요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가 골자를 이뤘다.
3년의 시간을 보내고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도 불확실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표된 지금 대전지검은 당시처럼 일사분란한 대응은 나오지 않고 있으나, 검사들의 목소리는 작지 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이주훈(사법연수원 38기) 대전지검 형사3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 채널 이프로스에 과거 특수상해 혐의로 송치된 사건을 보완수사하는 과정에서 자해 사실을 밝혀낸 경험을 소개하면서 "더 빨리 억울함을 벗겨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 이뤄지는 (검찰개혁) 논의에 비춰봤을 때 3년 전 내가 벌인 오지랖과 주제넘은 수사권 행사는 반성해야 하는 이유가 된 것 같다"며 "야근까지 해가면서 수사랍시고 행한 나의 어리석음을 반성한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가뜩이나 지연되는 사건 수사가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 할 수 없고 경찰에 요구권만 갖게 되면 사건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25년 1월부터 8월 말까지 경찰이 대전지검에 송치한 사건은 모두 2만2589건으로 이중 대전지검이 경찰이 보완수사를 요청한 것은 2012건으로 8.9% 수준이다. 보이스피싱과 전세사기 등에서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기소와 공소유지 중이나 보완수사마저 폐지되면 보완수사 요구 건수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대전지검은 2022년 발표 자료에서 보완수사 요구 후 3개월 이내에 완료돼 돌아오는 사건의 비율은 56%이고, 보완수사요구 전체 사건 중 8.9%는 1년 이상 소요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불송치 사건에 검찰의 개입도 이미 줄었다.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경찰이 대전지검에 불송치 의견으로 기록을 보낸 1만3626건 중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 건수는 327건으로 2.3%에 불과해 3% 밑으로 떨어졌다.
수사관 출신의 검찰 관계자는 "법은 공기와 물과 같다고 여기는데 큰 혼란으로 내몰리는 것 같아 구성원들도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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