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절박함과 탐욕의 재현

  • 문화
  • 공연/전시

[김선생의 시네레터] 절박함과 탐욕의 재현

  • 승인 2025-06-12 16:48
  • 신문게재 2025-06-13 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50611_144953406
영화 '하이파이브' 포스터.
소녀가 뜁니다. 경사가 급한 긴 골목길로 냅다 뛰어 자동차랑 겨뤄서 이깁니다. 심장이 갑자기 멈춰 남의 심장을 이식받은지라 아버지는 제발 뛰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식받은 심장이 슈퍼 울트라 초강력입니다. 뛰다 못해 하늘로 솟구쳐 오르기까지 합니다. 이야기 안에서나 가능하고, 영화니까 그럴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만화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뭔가를 재현하는 장르입니다. 현실을 재현하든 이야기를 재현하든 합니다. 그중에서도 이야기를 재현하는 영화는 상상과 욕망을 전제로 합니다. 이야기가 바로 그런 위상을 지니는 까닭입니다. 현실에서 억압되었거나 제한된 것들을 펼쳐내는 공간, 상상 속에서라도 이뤘으면 하는 절박하고 애타는 욕망이 실현되는 곳이 바로 이야기입니다. 겉으로는 당연히 황당무계합니다. 위의 소녀처럼 말입니다. 아무리 새 심장을 받았기로 자동차보다 빨리 뛸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러나 그 황당무계함 이면의 절박함과 애타는 욕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진실의 통로라 할 만합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의 한국판 B급 패러디라 할 수 있습니다. 어벤저스 멤버들이 우주적이거나 전 세계적인 악당들과 맞서 싸운다는 것과 달리 영화 속 하이파이브 히어로들은 한국형 사이비 교주와 대결합니다. 물론 어벤저스가 더 위대하다든가 하는 접근은 무의미합니다. 상상과 욕망은 그 자체로 일정한 현실 반영의 진실을 갖고 있으니까요.

영화 속 히어로들은 장기 이식을 통해 타인의 능력을 전수받습니다. 뒤집으면 남의 능력이라도 받아서 나도 그렇게 돼 봤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해 봐야 그리 좋을 것도 없습니다. 영화 속 히어로들이 문신과 함께 갖게 된 저마다의 능력으로 나아진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든, 승진이 되든 하지 못합니다. 여전히 그들은 아웃사이더들입니다. 외로운 처지 역시 피하지 못합니다. 그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악당과 맞설 때입니다. 사이비 교주이자 악당 역시 욕망합니다. 각 사람에게 흩어진 능력들을 다 모아 혼자 갖고 영생불멸하고 싶다는 겁니다. 영화가 문제시하고 비판하려는 부분이 무엇인지 확연합니다. 모든 걸 독차지하려는 탐욕과 종교가 결탁된 것을 악마로 표현합니다.



사이비 교주 영춘이 하이파이브에 의해 제압되니 통쾌하고 개운한가 하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그럴 수 있다는 욕망의 개연성이 우리를 씁쓸하게 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범계, 6·3 지방선거 불출마… "통합 논의 멈춰, 책임 통감"
  2.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 입학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3. 박용갑, 택시운송법·조세특례 개정안 발의… 택시 상생 3법 완성
  4. 대전농협, '백설기데이' 홍보 캠페인 진행
  5. 금강환경청, 아산 인주산단에서 '찾아가는 환경관리' 상담창구 운영
  1.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2. 천안시, 물총새공원 주차장 조성안 주민설명회 개최
  3. 첼리스트 이나영, '보헤미안' 공연으로 음악적 깊이 선보인다
  4. 황운하 “6월 개헌 위해 여야 국회 개헌특위 구성에 나서달라”
  5.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헤드라인 뉴스


[르포]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런 원리로? KIOST 연구현장 가보니

[르포]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런 원리로? KIOST 연구현장 가보니

방파제 테트라포드(tetrapod)는 어떤 기준으로 설치될까? 지난 12일 오후에 찾은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수리실험동에선 해양구조물과 장비 등을 설치·운영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일상 속 당연시 여겨온 해양 구조물들의 설치 배경엔 수백번, 수천번 끈질긴 연구 끝 최적의 장비 규격을 찾아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들의 끈질긴 노력이 숨어 있다.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내 4005㎡ 규모의 수리실험동은 파도나 흐름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실험시설을 갖추고 있..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충남·북, 대전까지 통합해서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 행정체계를 만들어볼 거냐는 한번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첨단·바이오 산업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중심, 충북’이라는 주제로 열린 ‘충북의 마음을 듣다’에서 충남과 대전의 행정통합이 “급정거를 한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도시들이 경쟁력을 올리려면 광역화가 시대적 추세가 됐다”며 “충청도 지금 대전, 세종, 충남·북으로 많이 나누어져 있는데, 지역 중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지역연합..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올해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서울권을 제외한 지역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충청권 7개 의과대학이 총 118명을 증원한다. 지역 거점 국립대인 충남대는 27명, 충북대는 39명이 늘어 각각 137명, 88명을 모집하고, 건양대와 순천향대 등 5개 사립 의대 역시 52명을 증원해 314명을 선발한다.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7학년도~2031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정안'에 따르면, 2027학년도 지역 의대 32곳의 신입생 모집정원 증원 규모는 총 490명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 반갑다 야구야! 반갑다 야구야!

  • 내가 최강소방관 내가 최강소방관

  •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