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 "지방자치, 국민을 정책 중심으로…민주주의 안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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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 "지방자치, 국민을 정책 중심으로…민주주의 안전판"

韓정치 격랑속 국정 안정의 힘 지방자치, 지속발전해야
정당공천제 개혁, 헌법개정 등 실질분권 구조개혁 시급
"충청권 국회 대통령실 완전이전 완성형 수도구상 돼야"
"한국지방행정硏. 실험실 아닌 현장의 지방정부 브레인"

  • 승인 2025-06-19 16:49
  • 신문게재 2025-06-20 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20250616-육동일 원장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올해는 지난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로 전격 부활한 민선 지방자치의 30주년이 되는 해다.

지방자치는 우리 지역 우리 동네일을 우리 손으로 뽑은 일꾼들이 주민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방자치는 그동안 풀뿌리 민주주의가 한국 사회에 자리를 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에게 큰 충격파를 준 12·3 계엄, 탄핵 정국 등 정치적 격랑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굳건히 지탱할 수 있었던 것도 지방자치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많은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현실을 감안하면 여전히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가 실질적 주민주권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헌법 개정 등 근본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도일보는 한국 지방자치의 권위자인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을 만나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 주>



- 민선 지방자치 30주년이다. 현재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 30년 전 지방자치의 부활은 그 자체로 혁명적 변화였다. 중앙집권적이고 통제적인 권력구조 속에서 주민은 행정의 객체에 불과했지만, 지방자치는 국민을 정책의 주체로 끌어올렸다. 주민이 스스로 대표를 선출하고 정책을 감시하며 행정을 소비자이자 파트너로 대하는 구조가 생겨난 것이다. 이로써 국민의 주인의식이 커졌고 개개인의 삶의 기회와 질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도 지방자치가 갖는 안전장치로서의 기능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조기 대선 국면에서도 지방은 정치적 격랑에 흔들리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인 정국을 유지했다. 만약 지방자치가 없었다면 단체장 탄핵이나 극단적 정치 혼란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방자치는 단순한 행정구조를 넘어서 민주주의의 버팀목이자 국가체제의 안전판으로 기능했다고 볼 수 있다.



- 제도적 한계 중 가장 시급한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 제도적 한계 중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를 꼽자면 지방선거의 정상화, 그중에서도 정당공천제의 문제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이면 지방선거가 아홉 번째를 맞이하지만 여전히 선거가 제대로 된 방식으로 치러지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의 본래 목적은 지역의 인물이 지역의 이슈를 가지고 정책 경쟁을 벌이는 데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치러진 지방선거는 대부분 정권심판론이나 정권안정론이라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에 종속돼왔다.

충청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지역의 이슈는 실종되고 유권자들은 정당의 로고와 대통령의 지지 여부만 보고 투표를 하게 된다. 이로 인해 후보자에 대한 인물 검증, 정책 경쟁, 책임 정치 실현 같은 핵심 기능이 마비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오히려 일부 정당과 정치권이 정당공천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이를 적극적으로 유지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만약 정당공천제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면, 득을 극대화하고 폐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우선 정당이 공천한 후보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유권자만 책임을 지고 있지만 공천한 정당이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또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을 개정해서라도 공천 과정과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 법적 장치는 미비하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이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유되고 있어 합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본다.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의 핵심인 정책 중심, 인물 중심 선거문화를 왜곡시키고 있는 주된 요인이며 이를 개혁하지 않는 한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선거부터 바로잡아야 하고 그 중심에는 바로 이 정당공천제 개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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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 지방행정연구원장.
-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은 단순한 제도 개선의 차원을 넘어 국가 운영 체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필수 과제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 1인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 집권적·통제적·하향식 국정운영 체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구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한계, 즉 대통령의 실패가 곧 국정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취약성을 낳는다.

이제는 대통령 개인의 리더십에 모든 걸 기대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정 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수평적으로 분산시켜야 하며 그 핵심이 바로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권한 보장이다. 지방정부가 진정한 주체로서 역할을 하려면 헌법 차원에서 그 권한이 명시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조직권 등이 헌법에 명시돼야 한다. 그래야 중앙정부에 종속되지 않고 지역의 문제를 지역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지금까지 지방자치 30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지방은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며 정책을 집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대통령제 하에서는 매 정권이 자화자찬식 계획만 내놓고 정작 임기 중반 이후에는 실천 의지를 상실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왔다. 이런 상황에선 실질적인 자치분권은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지방분권형 개헌은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주민중심의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단순히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권한 이전을 넘어서, 관(官) 내부 간의 분권 즉, 중앙과 지방, 광역과 기초 간의 수평적 권한 분산 또한 함께 추진돼야 하며, 관官)과 민(民) 사이의 실질적 권한 공유 역시 이뤄져야 한다.



- 충청 출신의 대표적 오피니언 리더로서 우리 지역이 직면한 현실을 진단하신다면.

▲ 충청권은 지금 중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자리매김하고 충청광역연합이 실질적으로 기능하며 대전·충남의 행정통합, 청주공항 확장, 광역철도망 구축 등 굵직한 과제들이 병렬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현재는 시도 간 이해관계, 정치권의 단합 부족, 주민사회의 이견 등으로 통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세종시 문제는 더는 정치적 수사로만 다뤄져서는 안 된다. 세종을 진정한 행정수도로 완성시키려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포함한 단계적 로드맵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사회적 합의에 따른 집무실 세종 이전'은 분권형 국정운영의 상징과도 같은 메시지였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언제', '어떻게' 갈 것인지 구체적인 절차와 일정, 실행 전략이 따라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 충청의 미래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지.

▲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행정수도 완성이다. 이 문제는 단지 하나의 도시 발전이 아니라 국정 운영 패러다임의 근본 전환과 직결된 국가적 아젠다이다. 수도권 과밀과 지역 소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기도 하다.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수도로 기능하려면 대통령 집무실뿐 아니라 주요 부처의 균형 있는 이전,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 그리고 장기적으론 사법·입법 기능까지 포함하는 완성형 수도 구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종시 내부에서도 여야 간의 정치적 갈등이나 지역 리더십의 분열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이 걸림돌이다. 충청권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이 과제를 함께 추진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여기에 덧붙여 지방선거 역시 정당공천제 개혁을 통해 지역 인물과 지역 의제를 중심으로 한 정치 문화로 전환돼야 한다. 지금처럼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선거가 치러지는 구조 속에서는 충청권 고유의 비전도 정책도 실현될 수 없다.

결국 충청권이 직면한 과제는 '정치적 단결'과 '제도적 기반 확립', 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행정수도 완성을 중심축으로 하는 지역 발전 전략이 구체화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 충청권은 자치분권의 선도 모델로서 전국적인 상징이 될 수 있다. 그 길을 여는 데 있어 지금이 가장 결정적인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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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역할은?

▲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한마디로 말해 '지방자치와 분권의 국가적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국책연구기관'이다. 단순히 학술적 연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와 실질적으로 연계돼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대형 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지역이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천 전략을 제시하는 곳이다.

먼저, 우리 연구원은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올해 슬로건을 '지방자치 30년, 개혁과 성공의 새길을 여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으로 정했다. 이는 단지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 30년간의 성과와 문제점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는 책임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지방시대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 '행정체계 개편', '시군구 특례 연구' 등을 통해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정책을 뒷받침했다. 특히 최근 심각한 과제로 떠오른 인구감소 지역에 대한 대응 전략, 생활인구 특성 분석, 맞춤형 특례 도입, 고향사랑기부금제도 활성화 방안 등은 매우 실용적이고도 시의적절한 연구 성과들이다.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은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다. 현재 지방투자사업 중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법에 따라 우리 연구원이 타당성 조사를 의무적으로 수행한다. 주민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철저한 예산 분석과 현장조사를 통해 공공성, 경제성, 효율성을 따져보고 지방정부의 결정을 돕는다.

올해에는 더 나아가 10대 자치분권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자치경찰제 개편, 교육감 직선제 문제, 지방의회 책임성 강화, 주민참여형 재난안전 시스템 구축, 광역연합 활성화, 스마트 지방행정 도입 등은 단순한 정책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역 현장에서 절박하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연구원은 이를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연결하고, 필요하면 관련 법 개정까지 유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대담=강제일 정치행정부장(부국장)·정리=최화진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육동일 원장은 누구

▲육 원장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대전중, 경기고, 연세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현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과 충남대 도시자치융합학과 명예교수, 전국 시도지방시대위원회 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앞서 대전발전연구원장과 한국지방자치학회장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지방자치 분야의 대표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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