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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소설가 |
맛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국민 세금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편다며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일부 극우 성향의 단체에서는 우리는 더 이상 포퓰리즘의 소비자가 아니라면서 소비 쿠폰 거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이들과 형평성을 논하고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이들이 민생회복지원금에서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볼멘소리도 한다. 타당한 말이기도 하고 아이러니한 말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타당하다는 뜻은 이번 대선에서도 느꼈듯이 내란 사태로 치러지는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와 진보의 세가 여전히 반반이라는 것과 국민의힘은 대선에서는 패했지만 여전히 자신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건재함을 믿고 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밀리면 지는 거야.'하는 심정으로 이재명 정부를 포퓰리즘 정권으로 몰아가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일부 국민의 입장에서는 과연 민생회복지원금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게 맞냐는 아이러니함에 있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민생경제가 파탄이 난 배경에는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지만 정치를 파탄 낸 내란세력과 그에 동조한 극우세력도 한몫했다. 보편적인 보수는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헐벗은 국민을 먹여살려야겠다는 박정희식 정치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보수의 정서를 악용하여 사회통합은 내팽개치고, 편가르기를 주도하고 오직 사익에만 몰두한 집단에게도 국민지원금을 '줘?'하는 응어리진 마음이 있다. 오히려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게 마땅한 것 아니냐, 하고 말이다. 이번 메뉴에 들어간 3대 특검이 얼마나 치명적인 맛을 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벌써 시작부터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파일이 여럿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동안 얼마나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는지 짐작이 간다.
결국 '내란종식과 민생안정' 메뉴는 각 개별적 재료의 맛이 아니라 아우르는 맛이다. 요즘 '음식에 킥이 있다.'는 표현이 광고에서 자주 나온다. 강한 맛이나 특별한 요소가 있어 먹는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강렬한 자극을 주는 것을 말한다. 3대 특검이 그런 킥한 맛을 내면서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고, 민생회복지원금이 경제 기력을 회복하는 마중물이 되어 국민이 배를 치면서 '이제 살 것 같다.'는 눈물 날 소리를 한 번 했으면 한다.
이재명 정부의 첫 메뉴가 모든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는 맛집으로 등극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국민통합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고, 3대 특검으로 죄값을 치르는 입장에서는 정치보복이라고 맞설 것이다. 파스칼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들이 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은 이성뿐만 아니라 감정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그 어떤 흑백을 가리는 논리적인 공방보다도 국민은 메뉴를 대하는 요리사의 진실한 자세와 국민을 제대로 먹여살리겠다는 경영철학이 살아있는 메뉴 하나하나에 더 큰 감동을 받는다. 이재명 정부가 그런 감동을 준다면 백 마디 말보다 그게 진실이 되고 문정성시를 이루는 맛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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