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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보훈지청 보훈과 윤도훈 |
75년 전, 6월 25일 새벽. 한반도는 기습적인 무력 충돌로 아침을 맞았다. 그날 이후 1,129일간 이어진 전쟁은 수많은 전사자와 부상자, 1천만 명의 이산가족을 남겼다. 오늘날 우리가 그 날을 직접 겪지 않았다고 해서, 통계를 모른다고 해서 그날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전쟁의 기억이 흐려질수록 평화도 함께 흔들린다는 점이다. 사실 6·25는 과거형이 아니다. 분단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국제사회 곳곳에서는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 간 충돌'이라는 단어가 뉴스 헤드라인에서 낯설지 않은 지금, 전쟁을 모른다고 해서 잊어도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잊을수록 그 위험은 가까워진다.
그럼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6·25를 '우리 세대와는 무관한 일'로 느낀다. SNS도, 교육도, 뉴스도 그다지 이야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누군가가 목숨 걸고 지켜낸 나라이며, 오늘 하루는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은 분명하다.
6·25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감정을 갖는 것이 아니다, 전쟁이 남긴 교훈을 오늘의 삶 속에서 되새기는 태도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자유는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며, 수많은 호국영웅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과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된다.
우리의 시대는 75년 전과는 다른 방식의 용기를 요구한다. 무기를 드는 대신 기억을 드는 용기, 침묵하는 대신 목소리를 내고, 무관심 대신 경청하는 용기 말이다. 6월 25일, 적어도 이 하루만큼은 누군가의 '역사'였던 그날이 오늘 우리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전쟁을 기억하는 것은 전쟁을 반복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그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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