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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대전컨벤션홀에서 충청 타운홀 미팅을 갖고, '해수부 이전'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KTV 방송 영상 갈무리. |
부산지역의 오랜 숙원인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놓고 국민적 평가가 이처럼 엇갈리고 있다.
전자의 입장은 부산지역 해운업계에 가깝고 부산시민들이 동조하고, 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후자는 날벼락을 맞은 해수부 직원들부터 정부부처 다수의 공직자들, 충청권 주민들을 넘어 행정수도 완성과 수도권 과밀 해소를 염원하는 모든 국민에게 형성되고 있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십분 이해해볼 수 있는 대목은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태동한 해양수산부는 김대중~박근혜 정부까지 부산 이전을 염원하는 해당 지역 목소리에 지속 직면해왔다.
결국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3년 서울과 중간 지점인 정부세종청사까지 남하했으나 부산 해운업계의 갈망은 멈추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북극항로 개척에 대한 국가적 대응 논리를 토대로 이 의제를 다시 끄집어냈고, 취임 직후 '연말까지 이전'을 공언하며 속도전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4일 대전컨벤션홀에서 충청 타운홀 미팅을 갖고,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국가 기관 이전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약속된 대로 해야 한다. (그럼에도)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는 문제는 대전과 세종 충청권 주민들께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 다 가지면 좋죠. 충청권이 행정수도 이전의 혜택을 보는 거잖습니까"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의 상반된 입장에 대한 이해도 구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은 많이 가졌으니까 이 정도는 내놔도 되지'란 인식도 여러분의 생각이다. '서울시민들이나 수도권 국민들 입장에선 그거 왜 충청도로 보내는데요'라고 반문할 수 있다"라는 예를 들며, "충청민 입장이 전혀 부당한 생각은 아니다. 한번 결정했으니까 무조건 다른 곳으로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에 부산시민 입장에선 우리가 충청권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본다면, 해수부 1개 옮기자는 것을 안된다고 하면 그쪽은 더 섭섭하지 않을까요"란 말로 역지사지를 제안했다.
이어 "해수부가 세종에 있어 100 정도라면, 부산에선 1000 정도의 혜택이 있다. 부산은 관련 중앙행정기관이 1개도 없으니까"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본다면, 그럼 점들을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제가 인천 지역구 사람인데, 왜 인천으로 오지 않냐는 요구가 있고 저는 인천시민들에게 이해해달라고 하고 있다. 해수부 이전 문제는 (다시 한번) 이해를 부탁드린다. 부산으로선 사활이 걸린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북극항로 개척과 항만업 육성, 부산의 특수한 침체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해수부 이전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나 효율성 따져보면, 세종보다 부산에 있는게 국가적 입장에선 훨씬 효율이 크다. 이해를 구하고 비판받더라도 해야 할 일은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대전·세종 충청에 엄청 손해보게 하지 않겠다. 필요한 정책들은 하겠다.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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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노조는 정부청사 앞 도로에 현수막을 걸고, "일방적 해양수산부 이전 결사 반대! 행정 효율과 타당성 검토 없는 졸속 이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희택 기자. |
북극 항로 개척과 항만업 육성 등은 헤드쿼터(해수부)가 아닌 외청 등의 다른 기관 신설로 가능한 영역이고, "다 가지려 한다"의 지적의 화살은 충청권이 아닌 수도권으로 향해야 했기 때문이다. '5극 3특'이란 큰 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전반적으로 다듬고 해수부 이전을 얘기해도 늦지 않으나 강행에 가까운 시도에도 여전히 반감이 크다.
이날 "정치는 토론이 기본인데, 이 부분이 없어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유리해진다. 이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국민들이 공통적 의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국가적 의제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란 이 대통령의 발언과도 배치되는 결정으로 다가온다. 행안부와 과기부가 세종시로 이전할 때 '공청회'라도 진행한 모습과도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론화 과정이 없다 보니, 국민들은 2026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지역 승리'를 위한 포석이자 '정략적 접근'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실제 보수 성향이 강한 부산지역에서 '이재명 열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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