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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아름다운 자연의 상징에는 태평양전쟁 말기의 비극적인 역사가 함께 깃들어 있습니다.
1945년, 전황이 급박하게 흐르던 시기. 일본은 가미카제(神風) 특공대라는 이름 아래 젊은 조종사들을 오키나와 전선에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지마(현재 가노야), 치란, 반도 등지의 비행장에서 출격한 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나이였으며, 이들이 하늘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바라본 풍경이 바로 이곳 가이몬다케였습니다.
고향과 가족, 그리고 남겨진 일상을 뒤로한 채 떠난 그들은 한 치 앞의 운명도 알 수 없는 전장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젊은 생명이 돌아오지 못했고, 이들의 희생은 일본 근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장면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오늘날 가이몬다케 일대에는 이러한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들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치란 특공 평화회관입니다. 이곳에는 당시 특공대원들의 사진, 유품, 유서 등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에게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깊이 일깨워줍니다. 가이몬다케 전망대에 올라 남쪽 바다를 내려다보면, 과거 이 하늘과 바다를 향해 날아간 젊은 영혼들의 마지막 시선을 마주하는 듯한 먹먹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가이몬다케 등반길은 비교적 완만하지만, 산길 사이로 이어진 검은 화산암 지형은 이 산이 화산이라는 본질을 일깨워 줍니다. 정상에 오르면 이케다 호수, 깅코 만, 동중국해가 한눈에 펼쳐지는 압도적인 파노라마가 기다리고 있으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역사적 의미가 더해져 그 감동은 배가됩니다.
가이몬다케는 단지 산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 삶과 죽음, 전쟁과 평화가 교차하는 장소입니다. 남규슈를 찾는 여행자라면, 이 산에 깃든 기억을 따라 조용히 한 걸음 옮겨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역사의 교훈과 함께,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의 가치를 더욱 깊이 새기게 될 것입니다.
명예기자 마쯔자와 유끼꼬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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