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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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수입산 꿀에 밀리고 지원도 못 받아
꿀벌 폐사로 수박·딸기·참외도 위협
지자체 지원은 미미… 농가 각자도생
'한밭 벌꿀' 브랜드 접할 판매처 시급

  • 승인 2025-07-17 16:13
  • 수정 2025-07-17 17:42
  • 신문게재 2025-07-18 10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꿀
지난 15일 대전 지역 양봉농가에 방문해 운영 현황을 들어봤다.사진은 벌통에 2만 마리의 꿀벌들이 활동 중인 모습.(사진=정바름 기자)
우리에게 달콤한 꿀을 선사해주는 꿀벌은 작지만 든든한 농사꾼이기도 하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수박, 참외, 딸기 역시 꿀벌들의 노동 덕분에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공급의 약 90%를 담당하는 100대 주요 농산물 중 71종은 꿀벌의 수분 작용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꿀벌응애'라는 외래종 진드기 등장에 따른 꿀벌 집단 폐사가 잦아지면서다. 전국적으로 '산소호흡기'를 들이밀듯 '꿀벌 살리자'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대전 지역 양봉 농가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개체 수를 늘리는 분봉 작업에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타지와 달리 상대적으로 지자체 지원 사업도 적을뿐더러 수입산 꿀 수요가 늘면서 매출에도 타격을 받고 있다. 기후위기 속 지역 양봉 농가의 현황과 필요한 대책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기후변화에 꿀벌 개체 수 급감

"2019년부터 집단 폐사 현상이 심해지기 시작했고 작년에도 전년과 비교했을 때 벌 절반이 죽었어요…우리뿐 아니라 대전 지역 양봉 농가가 평균적으로 60% 이상 꿀 수확량이 줄었다고 보면 돼요." 대전에서 16년째 천연 꿀을 생산하는 양봉 농가를 운영 중인 엄용철 대한양봉협회 대전지회장은 유례없던 꿀벌 떼죽음 사태에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평균적으로 벌통 1통에는 꿀벌 2~3만 마리가 속해있고, 농가 군사 규모는 150~200통 정도지만 지난해 벌통 1통당 꿀벌 절반 이상이 폐사해 벌통을 70통까지 줄여야 했다. 온 식구가 달라붙어 분봉 작업을 통해 겨우 개체 수를 늘려놔도 올해 변덕스러운 기후 탓에 벌꿀 채집량이 절반도 못 미쳤다. 엄 회장은 "올해 3월에는 따뜻하고, 4월에는 추웠다보니 꽃 상태가 여간 좋지 못했다"라며 "5월이 꿀 채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많은 비가 2번 정도 쏟아지면서 꿀벌의 활동이 줄다 보니 수확량도 감소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전 지역 전체 전업 양봉 농가 250곳의 사정도 마찬가지란다. 모두 이상기후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6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꿀벌의 70~80%가 갑자기 폐사했고 매년 떼죽음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분명한 건 온도에 민감한 변온 동물인 꿀벌에 있어 지금의 기후위기는 상당히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따뜻한 겨울은 꿀벌의 월동을 일찍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한다. 요즘에는 벌들의 면역력 떨어뜨리는 '꿀벌 응애'도 말썽이다. 정확히는 외래종 진드기인 '가시응애' 때문이다. 이들은 벌집 안에서 번식해 벌들의 체액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폐사의 원인으로 꼽힌다. 겨울에도 따뜻하니 응애 생존율도 높아졌다. 해외에서 수입한 벌통에서 가시 응애가 퍼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응애를 없애느라 하루 종일 방제 작업하는데도 약품에 내성이 생겨서인지 여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올해는 폭염도 복병이다. 엄 회장은 "벌도 온도가 35도 이상 올라가면 활동을 안 한다"며 "새끼를 키우지 않게 되면 식구도 줄게 되고, 높은 기온은 벌의 몸도 약해지게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 꿀 수확량 감소 농가 시름…수입산과 가격 경쟁까지

실제로 지난 5년간 국내 양봉 농가와 꿀벌 사육 군수는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는 2만 9025가구·274만 4141군이었으나, 2020년 2만 7532가구·267만 9842군, 2021년 2만 7583가구·269만 23군, 2022년 2만 6805가구·250만 4703군으로 줄고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꿀벌의 감소는 농가의 꿀 수확량, 매출 감소와 연결된다. 문제는 다시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분봉 작업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또 다른 양봉 농가를 운영 중인 A씨는 "실제로 100통을 운영한다고 하면, 인건비는 빼더라도 사료나 벌집, 벌통 등 자재 값만 해도 5000만 원 이상이 든다"라며 "요즘에는 꿀벌 폐사가 잦아지면서 개체 수를 늘리는 데도 재투자를 해버리니, 실제로 농가가 가져가는 이득은 별로 없다. 인건비라도 최대한 아끼려고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않고 농가를 살피는데 노동 강도도 높아지고 주변의 농가도 비슷한 사정이라 많은 전업농이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해외 벌꿀 수입이 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도 문제다. 특히 가격이 월등히 저렴한 베트남산, 중국산 꿀에 수요가 몰리면서 국내 천연 꿀 시장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양봉업계의 설명이다. 수입산은 꿀을 추출하는 꽃의 품종도 국내산과 다르다. 국내산은 미 동부가 원산지인 '아까시 꽃'에서 꿀을 추출하는 반면, 베트남산은 호주가 원산지인 '아카시아꽃'에서 추출한다. 수입산 사양 꿀이 국내산 천연 꿀로 둔갑해 시중에 유통되는 사례도 많아 정부의 관리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대전시 '한밭천연벌꿀' 브랜드 만들어 놓고 판매는 각자도생

기후변화로 인한 꿀벌 개체 수 감소, 값싼 수입산 꿀 확대에 대전 지역 농가의 타격이 크다. 하지만 농가 운영에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중요하지만, 사실상 대전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은 타지에 비해 적은 실정이라는 것이 지역 양봉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대전은 사료, 자재, 질병 방지 약품 지원 등 가장 기본적인 지원만이 이뤄지고 있다. 대전시는 올해 등록된 184곳의 양봉 농가 지원 예산으로 2억 7000만 원을 세웠다. 대부분 양봉 농가 지원은 지방비 투입 사업으로만 이뤄지다 보니 지역 간 지원 격차도 크다. 전국적으로 벌통의 온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양봉 시스템을 갖추는 등 시설 현대화 지원 추진 지역이 늘고 있지만, 대전에선 여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또 다른 지역 양봉 농가 운영자인 B씨는 "대전은 농업 도시도 아니고, 농가 수도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그만큼 지자체의 지원 사업 수나 지원 규모도 열악한 편"이라며 "예를 들어 벌 한 통을 키우는데 사료 설탕 2포 반이 들어간다고 하면, 대전은 반포도 안 주는데 충남 지역은 2포를 주는 식이다. 농가를 이전할 수만 있다면 시군구 지역으로 가고 싶지만 주소지 자체를 옮겨야 하다 보니 여건상 쉽지 않다"라고 했다.

뒤늦게 대전시는 지난해 말 지역 양봉 농가를 살리겠다며 '한밭천연벌꿀'이라는 대전산 벌꿀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전시 농업기술센터가 '브랜드 네임'이 들어간 포장재 패키지 디자인 2종을 제작해 지역 양봉 농가에 보급한 것이 전부다. 통합브랜드를 만들어 놓고도 오프라인, 온라인 판매처를 개설하지는 않았다. 국내·외 마트 등 시장 판매 활로 개척 지원 없이 각 농가마다 알아서 판매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판매처 마련이나 판매 활로 지원은 논의 중"이라며 "대전 지역 농산물 브랜드인 '대전팜'에 한밭 벌꿀도 추가해 농협 등 오프라인 판매점에 유통하는 걸 검토 중"이라는 답만 내놓았다.

각 자치구에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지역 농가 생산 꿀을 지정해놓기도 했지만 수 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정도다. 그나마 지역 양봉 협회 건의에 오는 8월 개최하는 '대전 0시 축제' 부스에 대전산 벌꿀 판매 부스가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다. 엄용철 대한양봉협회 대전지회장은 "대전산 꿀 브랜드가 만들어졌으니, 시에서 생산된 꿀이 잘 소비될 수 있도록 농가별 판매 활로 확대를 지원해줬으면 한다"며 "성심당 빵이나 꿈돌이 굿즈 상품처럼 대전역이나 주요 관광거점에 '한밭 벌꿀'을 접할 수 있는 판매처를 마련해주면 지역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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