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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풍골 지역의 주택단지와 상업지구. (사진=심효준 기자) |
둔산은 과거 군부대가 다수 주둔하던 작은 군사도시에서 행정, 경제, 문화가 집약된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제는 대전의 '강남' 또는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지역의 상징적인 계획도시다. 하지만 둔산 신도시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노후화된 인프라와 기존 도시 계획의 한계를 마주한 게 현실이다.
도시 미래를 새롭게 디자인할 기회가 어렵게 찾아온 만큼, 단순 주거 재건축을 넘어 미래세대를 이끌 신도시로 탈바꿈할 새로운 도시 철학과 계획이 필요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지속가능성'이란 도시 철학을 바탕으로 세계 미래신도시의 선진사례로 우뚝 선 싱가포르의 주요 도시들을 직접 둘러보고, 그들의 도시 철학을 둔산지구에 접목할 방안을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100년을 바라보는 미래도시를 향한 '둔산 리빌딩'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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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골 스마트 타운 내 기업 입주 공간.(사진=심효준 기자) |
① 대전 둔산지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변화의 기로
② 싱가포르 제2의 CBD '주롱'에서 지속가능성을 그리다
③ 디지털·스마트 신도시 '풍골'에서 미래도시의 청사진을 보다
④ 싱가포르 미래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대전 둔산 신도시에서 꿈꾸다
⑤ 100년 미래도시를 위해 "모두 힘 합쳐야"
▲스마트 국가 실현의 중심 풍골 스마트 타운(PDD, Punggol Digital District)='싱가포르를 살기 좋고, 일하기 좋고, 즐기기 좋은 스마트 국가로 만들다.'(Making Singapore a Smart Nation to live work and play). 이는 싱가포르가 도시 개발 철학의 핵심 가치로 삼는 문장으로, 자국민이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혁신을 도시 개발에 적극 활용해 스마트 국가로 발돋움하겠단 의지를 담고 있다.
싱가포르 도심 북동쪽에 위치한 풍골의 스마트 타운 프로젝트는 정부 차원에서의 도시 개발 철학이 가장 잘 반영된 예시로 제시된다. 차세대 실리콘 밸리 모델과 스마트시티 선진 사례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풍골 스마트 타운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궁극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각종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싱가포르 스마트 국가 계획(Smart Nation Initiative)의 핵심 영역이다.
해변에 위치한 도시인 풍골은 1980년대까지 돼지 농장, 양식업 등 1차 산업이 성행하던 도시다. 풍골이 본격적인 변화를 마주한 시기는 1996년으로, 당시 정부는 '풍골 21' 비전을 발표하며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이 계획에는 풍골 지역을 21세기 수변 도시로 발전시키고, 국가 내 새로운 고품질 주거 타운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000년대 이후 풍골은 싱가포르의 '에코타운', '스마트 타운'으로 선정되면서 도시 전반에 걸쳐 디지털 및 스마트 도시 솔루션 도입이 추진됐다. 주민들이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환경에 중점을 둔 도시 개발도 함께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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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골 스마트 타운 내 아파트 단지. 각 아파트 단지 옥상과 일부 공용 공간에는 태양광 패널을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 생산 설비가 설치돼 있다.(사진=심효준 기자) |
이와 함께 지구 내 위치한 싱가포르 공과대학(SIT)과 기업, 협회와 정부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활발한 산학 교류를 통해 디지털 및 사이버 보안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다이애나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는 "풍골 스마트 타운은 미래 스마트 비즈니스와 주거 지구의 선도 모델을 향해 발전하고 있다"며 "풍골 지역에 입주한 기업은 스마트 기술 중심 혁신 허브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들은 향후 싱가포르 공과대학, 그리고 추가로 형성될 주거 단지와의 교류를 통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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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풍골 스마트 타운 내 무인 대중교통 LRT.(사진=심효준 기자) |
AI를 활용한 전력 절감과 효율화 시스템은 도시 전반에 걸쳐 적용된다. 싱가포르 최초의 지구 단위 스마트 전력망이 구축된 풍골 스마트 타운은 공동주택과 시설 등에 분포한 약 2만 개 이상의 센서가 실시간으로 온도, 습도, 기후, 에너지 소비량 등을 포함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는 AI 플랫폼으로 전송해 분석되며, 패턴 학습을 통해 건물 내 조명, 냉난방 시스템, 환기 장치 등을 최적의 상태로 자동 제어한다.
도심과 건물 내 유동 인구를 분석해 조명을 조절하고, 실내 온도와 외부 날씨를 분석해 냉방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가동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최대 20~30% 이상의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시설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주민들의 전력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노스쇼어 플라자(Northshore Plaza)는 친환경 설계와 AI 기반의 스마트 기능의 융합된 미래형 스마트 상업 허브의 대표 사례로 지목된다. 아파트 단지 속 상업 공간에 조성된 노스쇼어 플라자 쇼핑몰의 건물 외관은 자연 환기와 채광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채광창과 스마트 순환 팬, 적절히 배치된 녹지 공간은 시원한 바람이 건물 내부로 유입되도록 유도하고, 자연 채광을 실내로 유입시켜 냉방과 인공조명의 필요성을 최소화한다. 팬과 조명은 AI 기반 센서와 연동,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유동 인구의 통행 정보와 온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전력 투입을 조절한다. 이는 에어컨 사용량을 최적화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절반까지 절감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이와 함께 풍골 내 아파트와 공공건물 옥상엔 태양광 패널을 대규모로 설치, 자체적으로 친환경 재생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생산된 전력은 건물 내에서 직접 사용되거나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활용해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적절히 투입된다. 이는 풍골 스마트 타운 내 전력망의 부담을 줄이고 도시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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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쇼어 플라자(Northshore Plaza). 건물 외벽에 AI 자동 온도 조절 센서가 설치돼 있다.(사진=심효준 기자) |
특히 지리적·정치적 구조에 따라 싱가포르는 여러 에너지 자원이 한정된 국가인 만큼,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효율화가 장기적 도시 개발의 핵심 철학으로 제시된다.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는 "풍골 스마트 타운(PDD)과 같은 스마트 지구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투입 비용이 상당히 증가할 수 있다"라며 "전략적 기술 활용을 통해 연간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전력 소모를 효율화할 수 있는 방법이 앞으로도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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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희 중도일보 기자(왼쪽)가 URA Specialist 다이애나 씨(오른쪽)에게 풍골 스마트 타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심효준 기자) |
이재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둔산지구의 재건축 과정에서 신축 건물에 자체 전력 확보 가이드를 마련하고 아파트 단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를 기존보다 적극 장려하는 것도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효율화, 탄소 배출량 감소 등에 소폭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합의다. 민·관·정 등 누군가는 각종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여러 첨단 기술 활용 방안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참여자들의 인식 변화와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조훈희·심효준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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