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둔산지구의 미래를 그리다] 디지털·스마트 신도시 '풍골'에서 미래도시의 청사진을 보다

  • 경제/과학
  • 건설/부동산

[대전 둔산지구의 미래를 그리다] 디지털·스마트 신도시 '풍골'에서 미래도시의 청사진을 보다

③ 디지털·스마트 신도시 '풍골'에서 미래도시의 청사진을 보다
스마트 국가 실현의 중심 풍골 스마트 타운
AI로 구현한 풍골 스마트 타운의 '에코타운'
첨단 기술로 그리는 스마트시티의 지속가능성

  • 승인 2025-07-23 14:08
  • 신문게재 2025-07-24 7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KakaoTalk_20250723_085111913
싱가포르 풍골 지역의 주택단지와 상업지구. (사진=심효준 기자)
대전 둔산(屯山) 신도시가 30년을 넘기며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노후계획도시 정비 특별법이 마련되면서 둔산의 미래를 새롭게 그릴 기회가 열리면서다.

둔산은 과거 군부대가 다수 주둔하던 작은 군사도시에서 행정, 경제, 문화가 집약된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제는 대전의 '강남' 또는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지역의 상징적인 계획도시다. 하지만 둔산 신도시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노후화된 인프라와 기존 도시 계획의 한계를 마주한 게 현실이다.

도시 미래를 새롭게 디자인할 기회가 어렵게 찾아온 만큼, 단순 주거 재건축을 넘어 미래세대를 이끌 신도시로 탈바꿈할 새로운 도시 철학과 계획이 필요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지속가능성'이란 도시 철학을 바탕으로 세계 미래신도시의 선진사례로 우뚝 선 싱가포르의 주요 도시들을 직접 둘러보고, 그들의 도시 철학을 둔산지구에 접목할 방안을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100년을 바라보는 미래도시를 향한 '둔산 리빌딩'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KakaoTalk_20250723_085111913_09
풍골 스마트 타운 내 기업 입주 공간.(사진=심효준 기자)
<글 싣는 순서>



① 대전 둔산지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변화의 기로

② 싱가포르 제2의 CBD '주롱'에서 지속가능성을 그리다

③ 디지털·스마트 신도시 '풍골'에서 미래도시의 청사진을 보다

④ 싱가포르 미래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대전 둔산 신도시에서 꿈꾸다

⑤ 100년 미래도시를 위해 "모두 힘 합쳐야"



▲스마트 국가 실현의 중심 풍골 스마트 타운(PDD, Punggol Digital District)='싱가포르를 살기 좋고, 일하기 좋고, 즐기기 좋은 스마트 국가로 만들다.'(Making Singapore a Smart Nation to live work and play). 이는 싱가포르가 도시 개발 철학의 핵심 가치로 삼는 문장으로, 자국민이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혁신을 도시 개발에 적극 활용해 스마트 국가로 발돋움하겠단 의지를 담고 있다.

싱가포르 도심 북동쪽에 위치한 풍골의 스마트 타운 프로젝트는 정부 차원에서의 도시 개발 철학이 가장 잘 반영된 예시로 제시된다. 차세대 실리콘 밸리 모델과 스마트시티 선진 사례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풍골 스마트 타운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궁극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각종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싱가포르 스마트 국가 계획(Smart Nation Initiative)의 핵심 영역이다.

해변에 위치한 도시인 풍골은 1980년대까지 돼지 농장, 양식업 등 1차 산업이 성행하던 도시다. 풍골이 본격적인 변화를 마주한 시기는 1996년으로, 당시 정부는 '풍골 21' 비전을 발표하며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이 계획에는 풍골 지역을 21세기 수변 도시로 발전시키고, 국가 내 새로운 고품질 주거 타운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000년대 이후 풍골은 싱가포르의 '에코타운', '스마트 타운'으로 선정되면서 도시 전반에 걸쳐 디지털 및 스마트 도시 솔루션 도입이 추진됐다. 주민들이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환경에 중점을 둔 도시 개발도 함께 본격화했다.

KakaoTalk_20250723_085111913_01
풍골 스마트 타운 내 아파트 단지. 각 아파트 단지 옥상과 일부 공용 공간에는 태양광 패널을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 생산 설비가 설치돼 있다.(사진=심효준 기자)
풍골 스마트 타운은 계획 단계부터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IOT),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이 도입된 곳이다. 이러한 첨단 기술들은 도심 내 개방형 디지털 플랫폼(ODP, Open Digital Platform) 활성화, 스마트 행정, 첨단 에너지 활용, 자율주행 대중교통, 도시 경제 활성화,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것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구 내 위치한 싱가포르 공과대학(SIT)과 기업, 협회와 정부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활발한 산학 교류를 통해 디지털 및 사이버 보안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다이애나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는 "풍골 스마트 타운은 미래 스마트 비즈니스와 주거 지구의 선도 모델을 향해 발전하고 있다"며 "풍골 지역에 입주한 기업은 스마트 기술 중심 혁신 허브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들은 향후 싱가포르 공과대학, 그리고 추가로 형성될 주거 단지와의 교류를 통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kaoTalk_20250723_085111913_07
싱가포르 풍골 스마트 타운 내 무인 대중교통 LRT.(사진=심효준 기자)
▲인공지능(AI)로 구현한 풍골 스마트 타운의 '에코타운' 모델=풍골 스마트 타운의 에코타운 모델은 각종 첨단 기술을 활용해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정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AI를 활용한 전력 절감과 효율화 시스템은 도시 전반에 걸쳐 적용된다. 싱가포르 최초의 지구 단위 스마트 전력망이 구축된 풍골 스마트 타운은 공동주택과 시설 등에 분포한 약 2만 개 이상의 센서가 실시간으로 온도, 습도, 기후, 에너지 소비량 등을 포함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는 AI 플랫폼으로 전송해 분석되며, 패턴 학습을 통해 건물 내 조명, 냉난방 시스템, 환기 장치 등을 최적의 상태로 자동 제어한다.

도심과 건물 내 유동 인구를 분석해 조명을 조절하고, 실내 온도와 외부 날씨를 분석해 냉방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가동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최대 20~30% 이상의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시설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주민들의 전력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노스쇼어 플라자(Northshore Plaza)는 친환경 설계와 AI 기반의 스마트 기능의 융합된 미래형 스마트 상업 허브의 대표 사례로 지목된다. 아파트 단지 속 상업 공간에 조성된 노스쇼어 플라자 쇼핑몰의 건물 외관은 자연 환기와 채광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채광창과 스마트 순환 팬, 적절히 배치된 녹지 공간은 시원한 바람이 건물 내부로 유입되도록 유도하고, 자연 채광을 실내로 유입시켜 냉방과 인공조명의 필요성을 최소화한다. 팬과 조명은 AI 기반 센서와 연동,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유동 인구의 통행 정보와 온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전력 투입을 조절한다. 이는 에어컨 사용량을 최적화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절반까지 절감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이와 함께 풍골 내 아파트와 공공건물 옥상엔 태양광 패널을 대규모로 설치, 자체적으로 친환경 재생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생산된 전력은 건물 내에서 직접 사용되거나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활용해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적절히 투입된다. 이는 풍골 스마트 타운 내 전력망의 부담을 줄이고 도시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KakaoTalk_20250723_085111913_04
노스쇼어 플라자(Northshore Plaza). 건물 외벽에 AI 자동 온도 조절 센서가 설치돼 있다.(사진=심효준 기자)
▲첨단 기술로 도모하는 스마트시티의 미래 지속가능성=이처럼 풍골 스마트 타운의 지속가능성은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미래 신기술 적용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화와 투입 비용 절감에도 방점이 찍힌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의 활용이 늘어나고 고도화될수록 전력 소모를 포함한 각종 에너지 투입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리적·정치적 구조에 따라 싱가포르는 여러 에너지 자원이 한정된 국가인 만큼,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효율화가 장기적 도시 개발의 핵심 철학으로 제시된다.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는 "풍골 스마트 타운(PDD)과 같은 스마트 지구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투입 비용이 상당히 증가할 수 있다"라며 "전략적 기술 활용을 통해 연간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전력 소모를 효율화할 수 있는 방법이 앞으로도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akaoTalk_20250723_085111913_12
조훈희 중도일보 기자(왼쪽)가 URA Specialist 다이애나 씨(오른쪽)에게 풍골 스마트 타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심효준 기자)
향후 대전 둔산지구 재건축에도 에너지 효율화를 핵심 가치로 내건 풍골 스마트 타운의 지속 가능성의 모델을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의 전력 자립도는 수년째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로, 사실상 대부분의 전력 수급을 외부 공급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대전의 전력자립도는 2023년 3.06%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전력 수급 구조를 고려하면 당장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폭염·정전·한파 등 각종 기후재난 상황에 취약할 수 있다. 지역별 전력 요금 차등화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향후 대전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재건축을 포함한 도시 개발 과정에서 수요가 대폭 증가할 전력과 효율화에 대한 방향을 지역 사정에 맞게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이재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둔산지구의 재건축 과정에서 신축 건물에 자체 전력 확보 가이드를 마련하고 아파트 단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를 기존보다 적극 장려하는 것도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효율화, 탄소 배출량 감소 등에 소폭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합의다. 민·관·정 등 누군가는 각종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여러 첨단 기술 활용 방안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참여자들의 인식 변화와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조훈희·심효준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TX 세종역 카드 폐기...CTX 2개 노선 현실화하나
  2. 여섯권 수첩에 담긴 자필 일기 223편… '김대중 망명일기' 발간되다
  3. 희망의책 대전본부, 제18회 우리 대전 같은 책 읽기 올해의 책 선정
  4. 꿈돌이 라면, 막걸리 이어 ‘꿈돌이 호두과자’ 출시
  5. 가장 더운 대서…펄펄 끓는 도로
  1. 대전 6개 교사·공무원노조 "정치기본권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
  2. 충남 수해지역 도움 손길 이어져
  3. 35도 폭염에 오전부터 대전·충남 온열질환자 속출
  4. 충남대 '대외협력추진위원회' 위원 41명 위촉… 지역사회 연계 강화
  5. 에너지 낭비의 주범 ‘개문냉방’ 여전

헤드라인 뉴스


행복청, `행정수도청` 격상? 행정수도특별법 통과에 달렸다

행복청, '행정수도청' 격상? 행정수도특별법 통과에 달렸다

2006년 개청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20년 만인 2026년 '행정수도청'으로 격상된 조직으로 탈바꿈할지 주목된다. 행복청은 2030년 세종시 국책사업 완성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으나 수년째 2000억 원 안팎 예산으로 축소된 조직을 운영해왔다. 행정수도청이란 새 이름 부여는 5월 1일 조국혁신당, 6월 24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행정수도특별법'의 연내 통과 여부에 달려 있다. 2003년 12월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 이후 22년 만인 올해 12월 국회 문턱을 다시 넘는다면,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완성에 한걸음 더..

장동혁 “12·3 비상계엄 민주·국힘 모두 책임”… 대표 출마선언
장동혁 “12·3 비상계엄 민주·국힘 모두 책임”… 대표 출마선언

국민의힘 장동혁 국회의원(충남 보령·서천)은 23일 12·3 비상계엄 유발의 책임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게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인재 양성 시스템 구축과 지지 기반이 취약한 지역 인사 중용 등의 공약도 제시하며 소위 ‘영남 자민련 탈피’도 강조했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박물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은 수단이 잘못되기는 했지만,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의회 폭거를 저지른 민주당에 커다란 책임이 있고 그에 맞서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내부총질만 일삼았던 국민의힘에게도 나머..

행복청, `대통령실·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 대응
행복청, '대통령실·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 대응

행복청이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사당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전제로 한 실행 로드맵을 추진한다. 행정수도 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실과 이미 국회법에 따라 관련 절차를 실행 중인 국회 사무처 협의를 전제로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 시기는 각각 2029년, 2033년으로 지연될 전망이다.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 당시에는 각각 2027년 완공으로 제시된 바 있다. 강주엽 행복청장은 23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대통령 집무실의 경우, 처음엔 부분 이전으로 검토를 했던 적도 있다. 지금은 완전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자연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숲속의 문고’ 개장 자연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숲속의 문고’ 개장

  • 온열질환자 발생 대비 구급 물품 점검 온열질환자 발생 대비 구급 물품 점검

  • 가장 더운 대서…펄펄 끓는 도로 가장 더운 대서…펄펄 끓는 도로

  • 꿈돌이 라면, 막걸리 이어 ‘꿈돌이 호두과자’ 출시 꿈돌이 라면, 막걸리 이어 ‘꿈돌이 호두과자’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