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은 과거 군부대가 다수 주둔하던 작은 군사도시에서 행정, 경제, 문화가 집약된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제는 대전의 '강남' 또는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지역의 상징적인 계획도시다. 하지만 둔산 신도시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노후화된 인프라와 기존 도시 계획의 한계를 마주한 게 현실이다.
도시 미래를 새롭게 디자인할 기회가 어렵게 찾아온 만큼, 단순 주거 재건축을 넘어 미래세대를 이끌 신도시로 탈바꿈할 새로운 도시 철학과 계획이 필요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지속가능성'이란 도시 철학을 바탕으로 세계 미래신도시의 선진사례로 우뚝 선 싱가포르의 주요 도시들을 직접 둘러보고, 그들의 도시 철학을 둔산지구에 접목할 방안을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100년을 바라보는 미래도시를 향한 '둔산 리빌딩'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대전 둔산지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변화의 기로
② 싱가포르 제2의 CBD '주롱'에서 지속가능성을 그리다
③ 디지털·스마트 신도시 '풍골'에서 미래도시의 청사진을 보다
④ 싱가포르 미래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대전 둔산 신도시에서 꿈꾸다
⑤ 100년 미래도시를 위해 "모두 힘 합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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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전 둔산지구 모습.(사진=대전시 제공) |
둔산 일대는 일제강점기부터 공군교육사령부, 육군 제32사단, 육군통신학교 등 군부대와 비행장이 자리했던 곳이다. 하지만 1985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뒤, 1988년 3월 정부의 둔산 신도시 개발 결정으로 도시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 호 공약에 따라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 경기 성남 분당·고양 일산과 함께 개발 대상지에 포함된 둔산은 8.7㎢ 부지에 5만여 호 주택을 조성, 약 20만 명 수용을 목표로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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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지구 개발 전 모습.(사진=대전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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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지구 건설 공사 현장.(사진=대전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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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지구 아파트 공사 현장.(사진=대전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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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둔산지구 전경. 중도일보 자료사진 |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살리면서도 둔산지역 재건축이 사업성만 좇는 고밀도 개발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체성 없이 빽빽한 고층 아파트가 난립하면 도시 미관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둔산의 기능과 잠재력도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장기적으로는 시민 만족도마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노후계획도시 재건축의 방향성이 주거단지만 확대하는 낡은 방식이 아닌 오래된 도시를 새로 디자인해 미래세대 신도시로 탈바꿈하는 것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는 "둔산은 도시의 한 축을 중심으로 여러 행정기관과 상업, 주거, 업무 시설이 정교하게 들어선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도시다. 대전 신도심의 정체성(Identity)이라고 칭할 수 있다"라면서도 "당시에 지어진 건물과 조성된 주변 환경은 오늘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개성과 특색 없이 일률화된 15층 판상형 남향 아파트 단지들은 '성냥갑 아파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대전과 인근 신흥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학원 단지를 빼면 고유한 매력이 없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라며 "둔산은 이제 새로운 매력이 필요할 때다. 둔산의 정체성과 활력을 계승하면서도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 수 있도록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제까지와는 다른 도시 철학과 철저한 미래 설계가 반드시 함께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도시계획을 사전에 얼마나 잘 세우느냐에 따라 둔산 재건축이 대전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도, 도시 성장과 잠재력이 억제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 전문가인 정우석 ETRI 재난안전지능화융합연구실 실장은 "둔산지구의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계획이 도시 설계 과정에서 이뤄지길 바란다"라며 "둔산지구에 대규모 재건축이 전개된다면 유동 인구와 정주 인구가 대폭 늘면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들이 도시에 새롭게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꼼꼼히 계획을 세울수록 초기 비용은 다방면으로 크게 늘겠지만, 수십 년 뒤를 대비하는 장기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이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훈희·심효준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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