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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범 대전서중 교사 |
대전서중은 교내 스포츠클럽대회가 활성화된 학교다. 축구, 배드민턴, 줄다리기, 농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무학년제로 경기를 진행해왔고 7월의 종목은 배구였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 외에도 쉬는 시간, 점심시간 심지어 방과후까지 연습을 하면서 실력이 상당히 올라왔고 올해는 2학년이 3학년을 꺾고 우승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땀을 흘리며 친구들과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스포츠의 매력이지 않을까?
사제 친선 배구 경기는 우승한 학급과 교직원 팀이 경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올해로 3번째다. 사실 작년과 재작년에는 교사들이 패배했다. 교직원 팀을 이끄시는 우리 학교의 최고 어른 부장님께서 올해는 기필코 승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불태우셨다. 방학을 맞이하기 위한 업무로 너무도 분주했지만, 교직원 팀은 그 와중에 시간을 내어 연습했다.
드디어 5교시! 어느덧 교사와 학생 모두의 관심사가 돼버린 사제 친선 배구 경기를 보기 위해 전교생이 강당으로 집결했다. 본격적인 경기에 앞서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다.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행정실장님, 학생회장의 시타(試打)가 있었다. 학생들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 우리 학교 이영숙 교장선생님을 필두로 서브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서 학생들의 열띤 환호와 함께 경기는 시작됐다.
학생들이 우리를 봐줘서 그런가? 9인 21점 제로 진행하는 경기로, 1세트는 너무도 순조로웠다. 점점 점수 차가 점점 벌어지더니 어느덧 교직원 팀이 21점을 모두 채워버렸다. 손발도 척척 잘 맞고 리시브도 안정적이었다. 2세트 시작 전, 어느 부장님께서 "이번 판은 져줍시다. 학생들이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겠어요"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순간 긴장이 풀린 건지 아니면 학생들이 의기투합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순식간에 학생들이 10점 이상으로 차이를 벌려 나갔다. 뒤늦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쫓아가려고 했으나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그만 손가락을 다치고 말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왼쪽 엄지손가락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다.
2세트는 반대로 학생들이 손쉽게 이기고 말았다. 우리의 주장 박 부장님께서 교직원 팀에 다시금 화이팅을 넣어주셨다. 내 위치는 맨 앞줄에서 가운데였는데 3세트 때는 아픈 손가락을 꼭 누르고 진지하게 임해보았다. 누군가는 중학생을 상대로 진지하게 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중학생의 넘치는 에너지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3세트에는 뛰고, 몸을 던지고, 심지어 뒤로 넘어지면서 발로도 공을 받으며 최선을 다했다. 소위 오버헤드킥을 하며 몸을 던졌을 때 경기장의 모든 학생이 "김득범! 김득범!"하며 내 이름을 외쳐주었는데 솔직히 어깨가 으쓱했다.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경기는 막바지, 접전 끝에 결국 교직원 팀이 이겼다. 우선 우리 박 부장님은 지난 2년간의 바램을 이루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웠다. 학생과 교직원이 한 시간 동안 웃고 땀을 흘리며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나름의 명승부를 펼친 학생들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6교시는 배구대회 시상식을 진행하고 교내 밴드 동아리 뮤직데이의 축하 무대가 이어졌다. 뮤직데이는 대전서중 교육활동에서 큰 역할을 하는 예술동아리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추모하며 '봄소리 연주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름방학을 앞둔 이 날, 뮤직데이는 1달간의 맹연습 끝에 배구대회에 참여한 모든 친구와 격려해주신 선생님들을 위한 축하 무대에 올랐다. 강당에 모인 여러 선생님과 학생들은 모두 박수하며 여름 분위기 물씬 나는 공연을 즐겼다.
사제 친선 배구대회를 끝으로 1학기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육이벤트가 마무리됐다. 이제는 여름방학이다. 정말 다사다난했고 웃고 떠들며 바쁘게 지나간 한 학기였다. 이번 배구대회처럼 학생들과 함께 땀방울을 흘리는 2학기 때도 이어가 볼까 한다. 김득범 대전서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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