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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이트 제이 전경. 빈집을 재생해 어엿한 카페로 탈바꿈했다. 사진=농림부 제공. |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가 전국 자치단체별 이 같은 생존 전략에 부응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첫 단추는 물론 모범 사례를 잘 만들고 가꿔가는 데 있다.
송미령 장관이 9월 3일과 4일 양일에 걸쳐 제주도 농식품 모태펀드 투자 사례지부터 빈집 재생지, 워케이션 성지를 차례로 방문하는 등 정책 점검에 나선 배경이다.
농림부가 소재한 세종특별자치시도 이 같은 흐름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행정수도 위상 이면에 '읍면동'이 혼재된 도농 복합도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와 달리 농촌형 면지역 대부분이 지역 소멸 위기 단계에 진입한 지 오래다. 중도일보는 농림부의 핵심 정책들과 모범 사례를 소개하면서, 각 지자체별 대응 전략 구상에 보탬을 주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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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빈집 재생을 통해 문을 연 '포레스트 제이'의 야외 축사 개조 현장 모습. 방수연 대표(사진 왼쪽부터 2번째)와 송미령 농림부장관(세번째) 등이 빈집 재생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농림부 제공. |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빈집 수는 13만 4000여 호에 달하고, 이 중 농어촌 빈집은 7만 8000여 호로 다수를 점유한다. 농어촌 빈집 중 활용 가능한 규모는 약 4.8만 호(62%)로 파악되고 있다. 대다수 지자체의 빈집 정책은 철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실이다.
다행히 세종시는 지난해 빈집 정비 과정에서 내부 부서 협업을 통해 소유주의 부담을 낮추고 빈집 정비 사업의 참여도를 크게 끌어올린 적극 행정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행안부의 지방규제혁신 우수사례에 꼽히기도 했다.
전국 첫 시세 감면 조례로 주택 멸실 후 3년간 재산세 50% 감면, 공용 활용 동의 시 5년간 재산세 면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세종시 건축사회와 협약을 통해 빈집 해체 계획서 검토비용 지원 등 빈집 소유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했다.
이어 농촌 빈집을 철거 후 고품격 주거지역으로 전환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세종미래마을' 사업을 모범사례로 내걸고 있다. 이를 귀농·귀촌자와 퇴직자, 교육·치유·체험을 추구하는 젊은 인구 유인책으로 삼고, 미래 시범마을로 ▲연동면 노송1리 ▲장군면 금암2리 ▲연서면 봉암2리 등 모두 4곳을 선정·육성하고 있다. 아직 실질적인 성과를 내보이고 있지 못하고 있으나 새로운 시도 자체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농림부는 이 같은 지자체 움직임에 발맞춰 지난 8월 21일 농촌 빈집 은행 플랫폼 '그린대로(https://www.greendaero.go.kr/)'를 열고, 민간 거래 시스템을 연계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빈집 등록 건수가 벌써 85건을 넘어서고 있고, 거래도 지난 4일 기준 3건 성사된 것으로 집계됐다. 방문자도 초기 오픈 당시보다 일 평균 1만 명, 일일 페이지뷰 최대 10만 건 증가 등 호응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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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대로 누리집 화면. 사진=누리집 갈무리. |
농림부는 올해 15억 원에서 2026년 빈집 지원 예산 규모를 123억 원까지 늘려 잡고, 국회에서 3건 발의된 정비 기구 출범 여부에 맞춰 정책 추진에 가속도를 낼 예정이다.
현재 지자체별 빈집 재생 우수사례로는 문경시의 (주)리플레이스(200년 고택 및 양조장 등을 카페와 소품 샵 등으로 리모델링)로 꼽힌다. 전남 강진 병영면 성남리·성동리는 농촌 체험 민박과 마을호텔, 체험시설, 편의시설 등, 경북 청도 화양읍 다로리는 마을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문화 공간 조성 등, 경남 남해의 삼동면 물건리는 워케이션 숙박시설과 주민 공동 이용시설 등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송미령 장관이 지난 찾은 제주도 현지에선 올해 1159호 빈집을 대상으로 국·도비 지원을 받아 다양한 재생 정책이 적용되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의 포레스트 제이 카우셰드는 20대 후반의 청년 방수연 대표가 빈집과 축사를 개조해 운영 중인 '카페'로 2021년 설립 이후 제자리를 잡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큰 지원 없이 가족들의 도움을 중심으로 일궈낸 사례라 이목을 끌었다. 결국 숙제는 무일푼 청년들도 빈집을 재생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데 있다.
포레스트 제이의 가장 큰 성과는 화순리 공공크리에이터를 통해 주변 숙박시설과 판매점 등 수십여 곳과 제휴를 일으키고, 오는 10월 '화순리 워케이션 센터' 오픈이란 파급 효과에 있다. 제주도 방문객들이 화순리를 둘러보고 머물 수 있는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는 기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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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주좌읍 세화리에 자리잡고 있는 세화 질그랭이 휴게 공간. 사진=농림부 제공. |
2015년 농식품부의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에 선정된 이후 2021년 거점센터 개소로 본격 출발했다. 현재 거점센터는 카페 477(기념품 판매 포함)과 워케이션 오피스 및 숙소를 보유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구 2209명의 이 곳 마을은 주민들이 이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미래 희망을 엿보고 있다. 성과는 2023년 12월 유엔관광청의 세계관광 최우수 마을 선정으로 이어졌다. 매해 현대와 LG 등의 종사자 650여 명, 개인 워케이셔너 500여 명이 여기를 찾아 워케이션의 매력을 만끽하고 있다.
전국 당근 생산량의 약 65% 점유, 해녀 항일 운동의 진원지, 에메랄드 빛 '세화 해변', 동부권 최고 높이(382m)의 다랑쉬 오름 등을 관광과 체험 상품으로 전환, 웰니스와 해녀, 마을 투어로 연계하고 있다. 마을 맛집은 엽서로 제작해 제공한다.
농림부는 이 같은 성공 사례를 토대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전북 김제 축산면과 경남 밀양 하남읍, 전북 고창 흥덕면을 대상으로 농촌 재생 거점 마을 시범 지구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시기까지 일반 농·산·어촌 지역 111개 시·군별 1개소 조성 목표도 세웠다. 일자리와 창업, 관광, 체류가 동시에 이뤄지는 재생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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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 해변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워케이션 사무실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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