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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지역 대표 관광지인 간월도 탐방로 주변에 심의에서 부결된 조형물을 공유지에 무단으로 설치한 간월도사랑 노래비. (사진=독자 제공) |
'간월도사랑가요제위원회'가 설치한 '간월도 사랑 노래비'는 이달 4일 서산시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에서 부결 결정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16일 위원회는 간월도 어리굴젓탑 인근에 노래비를 세우고, 노래 가사와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서산시 조례에 따르면 공공 조형물은 난립 방지를 위해 반드시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의위원회 한 관계자는 "대부분 시민이 모르는 노래를 대표 관광지에 기념비로 세우는 것은 공공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위원회 만장일치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비로 조형물을 세우려면 사유지에 설치하는 것이 맞다"며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조형물 무단 설치에 서산시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산시 한 관계자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불허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설치를 강행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현재 부결 공문을 주최 측에 통보했으며, 원상복구 명령 등 행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유재산 무단 점유에 따른 법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 조형물 문제가 아닌 행정 절차 준수 문제, 부서 간 소통 부재, 지역사회 갈등이라는 복합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서산시 해양수산과는 8월 중순 조형물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내줬지만, 문화예술과 주관 조형물심의위원회는 9월 4일 설치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행정부서 간 조율 부족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월도 주민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간월도 이장은 "처음에는 좋은 취지인 것 같아 찬성했으나, 허가권자인 서산시에서 불허했다는 소식을 듣고 설치를 막으려 했으나 주최 측이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대표 관광지를 추진위원들이 개인적 홍보 수단으로 불법행위를 벌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노래가 정말 유명해지면 그때 주민들이 알아서 설치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산 '간월도 사랑 노래비' 무단 설치 사건은 행정 절차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훼손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며, 향후 서산시의 행정 조치와 이번 논란이 지역 사회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서산=임붕순 기자 ibs9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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