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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상대에 오른 허영자 시인은 기쁨과 영광을 표하는 동시에, 겸손하고 진솔한 소감으로 현장을 감동시켰다.
허 시인은 먼저 상을 제정한 논산문화원과 논산시 관계자, 그리고 논산 시민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특히 논산 시민들의 세금으로 마련된 상금에 대해 언급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해 큰 박수를 받았다.
수상 소감 내내 허 시인은 고(故) 김관식 시인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1959년 한국시인협회 독회에서 처음 만난 김관식 시인의 강렬한 인상을 회상했다. 당시 허 시인은 무대에 올라 미당 서정주의 시 ‘학’을 낭송한 후, “이쯤 돼야 시지”라고 말했다.
허 시인은 이 한마디가 함축하는 의미를 깨닫고 “전기에 감전된 것 같았다”며 당시의 충격을 생생하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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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김관식 시인의 삶과 비교하며 스스로에게 “과연 나는 그런 시를 썼는가, 그런 삶을 살았는가”라고 반문하며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허 시인은 상을 받는 것이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시인 중 자기 전체를 투척해 시를 쓰는 훌륭한 시인들이 많다”며 자신을 낮췄다. 하지만 이내 “상은 칭찬의 의미도 있지만 격려의 의미도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시를 써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 상을 받는 것을 계기로 붓을 꽉 쥐고 정신이 온전할 때까지 계속 글을 써보겠다”고 다짐하며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그의 진심이 담긴 소감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김관식문학상은 기개의 시인 김관식 시인의 문학 세계를 널리 알리고자 만들어졌다.
허영자 시인은 경남 함양 출생으로 1962년 박목월 선생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했다. 대표 시집으로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투명에 대하여’, ‘얼음과 불꽃’ 등이 있으며, 한국시인협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시인협회상, 목월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80대 후반임에도 창작과 강연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논산=장병일 기자 jang39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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