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개업식이나 집들이에 벽시계나 괘종시계를 선물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중국인에게는 이 선물이 큰 실례가 될 수 있다. 중국어로 시계를 뜻하는 '종'이 끝나다를 의미와 발음이 같아, '당신의 사업이 망하길 바란다' 혹은 '결혼 생활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는 악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에게는 '괘종시계를 선물하다(송종)'가 '임종을 지키다'와 발음이 같아 매우 불길하게 여겨지므로 절대로 피해야 한다.
과일 중 배(梨 li)는 '떠나다'와 발음이 같아 '빨리 세상을 떠나라'는 의미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병문안 시 금기되는 선물이다. 또한 '배를 쪼개다(분리)'가 '이별하다'와 발음이 같아 가족, 친구, 연인 사이에는 배를 함께 나눠 먹지 않는 관습이 있으며, 우산(우산) 역시 '헤어지다'와 발음이 비슷하여 선물하는 것을 꺼린다.
반대로 화장품, 건강식품, 담배, 먹거리 등 실용적인 물품은 가장 무난하고 선호되는 선물이다. 식사 시 가볍게 술을 즐기는 문화 덕분에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소주나 전통주도 좋은 선택이며, 최근에는 한국의 사무용품이나 영양제 등도 선호 목록에 포함된다.
선물 포장지 색상 역시 중요하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복되고 경사스러운 색인 빨간색을 가장 선호하며, 고대 황제의 색이었던 황금색도 귀하게 여긴다. 불행을 상징하는 흰색이나 뒷거래를 상징하는 검은색은 피하고, 밝고 긍정적인 색상으로 포장하는 것이 좋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는 선물의 수량을 되도록 홀수를 피하고 짝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 이는 '호사다마(좋은 일은 겹쳐 일어난다)'라는 말처럼 겹경사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이에 따라 축의금은 짝수로, 부의금은 홀수로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좋지 않은 의미의 단어와 발음이 비슷한 선물은 피하려는 문화가 강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통적인 관습을 맹신하기보다는 상대방과의 관계나 선물의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생겨, 앞서 언급된 금기하는 선물도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가효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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