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해수욕장의 가을은 여름의 소란을 지운 듯 고요하다. 백사장을 따라 걷다 보면 발자국만이 모래 위에 남고, 파도 소리가 잔잔한 음악처럼 귓가를 스친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바다는 황금빛으로 물들며, 붉게 타오르는 노을이 바다와 맞닿을 때 세상 모든 빛이 이곳에 모여드는 듯한 황홀함을 선사한다.
보령의 가을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오서산을 방문해야 한다. 정상에 서면 서해와 내륙이 한눈에 들어오며, 맑은 날에는 대천 앞바다와 원산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마치 황금빛 바다를 방불케 한다. 그 순간, 가을의 절정이 오서산에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가을은 미각으로도 기억된다. 보령의 천북굴단지에서 맛본 굴구이는 가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숯불 위에서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굴은 바다의 향기를 가득 품고 있다. 한입 베어 물면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이 입안 가득 번진다. 굴은 그저 음식이 아니라 바다와 계절이 빚어낸 선물이며, 그 순간 바다의 풍요로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보령에서 만난 가을은 색으로도, 맛으로도, 온기로도 기억된다. 그곳에서 가을이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계절이 아니라 삶을 더 풍요롭고 깊게 만드는 순간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보령의 가을은 그렇게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물며, 다시금 계절을 기다리게 한다.
보령의 가을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계절의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대천해수욕장의 고요함과 오서산의 절경, 천북굴단지의 미각은 보령을 찾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가을의 추억을 선사한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삶을 더욱 풍요롭고 깊게 만들어주며, 보령의 가을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오연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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