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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김기태 기자 |
샤인머스켓 농가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사찰 경내를 개방하고, 신도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판매는 단시간에 80박스 완판이라는 성과를 냈다. '무량사'라는 신뢰의 브랜드가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높였다.
그러나 이 작은 성공은 동시에 부여군의 과제를 드러낸다.
무량사는 연간 30만 명 이상이 찾는 부여의 대표 관광지이자 신앙의 중심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외지 관광객으로, 부여 농산물의 잠재 소비자이자 '굿뜨래'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거대한 인적 자원을 지역 유통 구조와 연결하는 전략은 부족했다. 신도와 관광객의 소비가 부여를 벗어나면, 지역경제의 순환 효과도 함께 끊긴다.
현재 부여군에는 5개 농협이 공동으로 유통법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기관들은 여전히 외부 자매도시 행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외부 홍보는 지역 이미지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제는 그 이전에 지역 내부의 내실을 다지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내실을 강화한 뒤, 관외 로컬푸드를 여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량사가 보여준 행보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정덕 주지스님은 "군이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협의한다면,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협력의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종교기관과 행정이 함께 지역 유통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부여군이 진정으로 '로컬브랜드 도시'로 자리매김하려면, 외부 행사의 화려함보다 지역 내부의 실질적인 유통망 강화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30만 명의 방문객을 부여 농산물의 충성 고객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아무리 외부에서 큰 행사를 열어도 그 열매는 부여의 것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부여 안에서 자리를 다지고, 밖으로 확장하는 상생의 경제 구조를 세울 때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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