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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우리에게 대학 입시 제도는 시대정신이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1970~80년대에는 대학이 곧 신분 상승의 사다리였고, 그래서 대학입시는 거의 '운명 결정'에 가까웠다. 1990년대 들어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뀌었지만, 수능도 '줄 세우기의 최신 버전'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듯하다. 지난 20~30년간 수차례 교육개혁을 해서 시험의 형태는 바뀌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못(안) 바꾸는 건가? 아마도 참고했을 다른 나라의 교육제도를 보자. 먼저 독일 입시제도 아비 투어는 하루 한 과목 서너 시간을 한 달에 걸쳐 서술형 시험을 본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시간이란 무엇인가' 같은 철학 질문에 답해야 하고, 그날 거의 모든 프랑스의 카페와 술집이 이 화제로 논쟁을 벌인다. 16살까지 시험 없이 배우는 핀란드 학생은 경쟁보다 협력하는 공동체 의식을 가진 시민이 된다. 우리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한다. 핀란드 학생 70%가 "공부가 즐겁다"고 답할 때, 우리 학생들은 뭐라고 답할까? 우리만큼 교육열이 심한(?) 싱가포르 학생도 80%가 대학에 가지 않고도 떳떳하다. 우리 학생은 90%가 대학에 가도 불안하다.
정부는 매년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고, 교육부 관계자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외친다. 그리고는, 강남 학원가 매출은 전년 대비 10% 이상씩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 교육과 관련된 몇 가지 우스갯소리가 있다. 예전에는 '성공한 입시의 조건은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버지의 무관심과 어머니의 정보력'이였지만, 지금은 "강남에는 '컨설팅'이 있고, 지방에는 'EBS'가 있다"라고 한다. 월 수백만 원짜리 종합반 학원, 과목당 수십만 원의 인터넷 강의, 학생부 관리 컨설팅같이 년 수천만 원씩 들여가며 입시 컨설팅을 받는 것이 더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사교육 업계는 '컨설팅'이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교육연구소'라는 그럴싸한 간판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정부가 규제를 발표하면, 다음 날 학원가는 새로운 우회로를 찾아낸다. 피해는 결국 우회 정보가 없는 학생들과 현장의 교사들에게 돌아간다.
최근엔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정책이 등장했다. 지방 거점국립대를 키워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시도다. 하지만 문득, 이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해야 할 분들은 밖으로는 공교육 정상화나, 교육기회균등을 외치면서, 자녀들에게도 그러실 수 있는 부모일지가 궁금해진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식에게 약한 부모가 인지상정인 듯하고,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법조인, 의사, 이른바 '성공한' 부모일수록 자식에게 더 헌신적이다. 이해 불가의 여야 정쟁, 더딘 검찰개혁, 무위로 끝난 의료분쟁 등 우리 사회에서 만나는 현상들도 그 저변에는 자신(자식)은 꽃길만을 걸어야 한다는 집단(개인)이기주의가 깔렸다.
그런데 세상은 다른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젠슨 황의 엔비디아의 경제가치를 논하기 전에, 정부는 올해 AI(인공지능) 인재 양성에 1조 8000억 원을 투자한다. '오지선다형 정답을 잘 찾는 인재'가 아니라 'AI와 협업할 줄 아는 인재'를 찾는 것이다. 핀란드의 자기 주도 학습능력, 프랑스 철학 문제로 단련한 비판적 사고력, 바로 그런 능력일지도 모른다.
수능을 마친 여러분, 청춘의 가장 빛나야 할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냈고, 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때로는 울면서 버텨왔다. 그 시간은 절대 헛되지 않다. 12월 6일, 성적표를 받아들 여러분의 손이 떨릴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기억하시길. 이제는 다른 준비를 시작할 때다. AI뿐만 아니라,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힘을 기르길 바란다. 논술 등 남은 대입 일정에 힘내시길 바라며, 다시 한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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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