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보고 '벌레'라 할까? 생각보다 범위가 대단히 넓다. 흔히 떠올리는 곤충으로 대표되는 절지동물은 물론, 작은 무척추 동물이다. 거머리와 지렁이 같은 환형동물, 달팽이 같은 연체동물, 곰벌레 같은 완보동물,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원핵생물, 일부 기생충과 같은 편형동물, 유형동물, 구두동물, 대형동물이 포함된다. 일부 척추동물도 포함되어, 부르는 사람 마음이라고도 한다. 보는 사람이 벌레라면 벌레라는 것이다.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모든 생태계의 먹이연쇄에서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한다. 약재, 식재료로 사용되는 것들도 있어, 미래의 자원으로 연구되기도 한다.
모기, 바퀴벌레, 송충이, 쐐기벌레, 파리 등은 골칫거리로 귀찮아하고, 독이 있거나 병을 옮기는 해충은 혐오하거나 경계한다. 징그럽다고 비명부터 지르는 여성도 있지만, 쫓아다니며 때려잡기도 한다. 애완되는 것들도 많다. 꿀벌,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나비, 잠자리, 전갈, 사마귀 등이 그렇다. 거미, 지네 등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한편, 예술가에게는 뮤즈가 되기도 하고, 상상력의 시발이 되기도 한다.
인기 있는 것 중 하나가 나비다. 대칭구조에 날개 무늬가 일품이어서, 꽃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자태이다. 연약해보이나, 제주 왕나비의 경우 바다를 건너 오가기도 한다. 비행속도가 느리지만, 불규칙하게 날아서 잡기가 쉽지 않다. 아름다움 때문에 표본으로 만들어 소장하기도 한다.
나풀나풀 자유로이 나는 모습 때문에 영혼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영혼이 나비가 되었다는 이야기,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매개체, 지혜의 상징으로 전한다.
장자(본명 莊周, ?~기원전 286)의 호접몽(胡蝶夢)도 그중 하나다. 『장자(莊子)』 제2편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며, 매우 즐겁게 마음대로 노닐었다. 자신이 장주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으나, 문득 잠에서 깨니, 다시 장주 자신이었다. "과연 장주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장주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나는 장주일수도 있고, 나비일수도 있다.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단순한 꿈 이야기가 아니고, 상상력과 자유에로의 초대이자 선언이다. 관념, 규범, 신분 등 사회적 틀에 자신을 스스로 가둠으로서 잃어버린 진정한 자유에 대한 풍자이다. 자아의 해체이기도 하다. 정체성마저 상대적이란 의미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다. 선악, 미추, 고저, 장단 등이 독립된 절대 개념이 아니라 빙글빙글 돌며 서로 의존하는 상관 개념이다. 다름의 경계도 없다.
수천 년 전 예견이 오늘날 펼쳐지고 있다. 사이버 공간을 보자. 모니터 보고 즐기던 2차원 방식이 3차원 체험형 방식인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확장현실로 그 형태가 급속도로 진화 중이다.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메타버스'는 1991년 발표된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했으며, '아바타'라는 단어도 이 책에 처음 나온다. 1999년에 개봉하여 전 세계를 강타한 할리우드영화 <매트릭스>는 실재 현실로 알았던 세계가 사실은 컴퓨터가 만든 가상 세계임을 알게 되면서 큰 혼동에 빠져든다는 내용이다. 우리 스스로 매트릭스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혼돈에 빠진 현실에, 다시 떠올려 보는 인식론이다. 지식, 관념속의 진리 또는 현실이 정말 진실일까? 장자 철학에 가장 접근한 사람들이 예술가요 과학자다. 정체성까지 유연하게 성찰하고,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로 파악하며 상상력을 훈련한다. 매일매일 보는 시각, 새로운 사물, 정보, 문화를 접하려 노력한다. 해체하고 융합하며 새롭게 구현해 본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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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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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