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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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쵸코

조부연 대전예술편집위원

  • 승인 2025-12-03 16:57
  • 신문게재 2025-12-04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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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연 대전예술편집위원.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반려견이 하늘로 갔다. 열다섯, 노견이라 병을 달고 살았지만, 그렇게 갑자기 떠날 줄 몰랐다. 아내의 비명에 거실로 나갔더니 쵸코가 축 늘어져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내는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게 해줄 요량으로 연신 입가에 물을 묻혔다. 한 모금이라도 먹게 하면 일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이야 왜 이러니, 정신 차려! 갑자기 왜그래. 물 한 모금만 마셔봐. 연신 몸을 쓰다듬으며 쵸코의 입술을 적셔줬다.

놀란 아들과 어쩔 줄 몰라 하던 차에 쵸코의 숨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물 한 모금을 넘기고 어렵사리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 축 늘어져 몸을 가누지 못하더니 방금 태어난 송아지 마냥 일어나 걸었다. 너무 기특하고 대견해서 얼굴을 감쌌더니 손에 묻어있던 빵부스러기 냄새를 맡고 식탐 많은 강아지로 돌아왔다. 거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모두 안도했다. 다행이다. 갑자기 왜 그랬을까. 뭘 잘 못 먹었나. 식탐 많은 녀석이 또 바닥에 떨어져 있는 뭔가를 먹다가 탈이 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가벼이 여기고 말았다.

오카리나를 만드는 친구의 석고몰드가 필요하다는 급한 연락을 받고 공방에 나갔다. 연휴 중이라도 이런 부탁을 받으면 뿌리치지 못한다. 할 수 없이 문을 나서는데 쵸코가 간식을 받아 먹으려는지 눈치를 보면서 다가왔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배 앓이를 해서 간식을 주지 않고 있었다. 간식 안 돼! 냉정하게 말하고 뒤돌아섰다. 공방에 나와 일을 하려 필요한 석고몰드와 도구를 꺼내고 있었다.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쵸코가 하늘로 갔어!

공방과 집은 4차선 도로를 마주하고 직선거리로 200미터쯤 된다. 도로를 건너 집까지 달렸다. 불과 10여 분전까지 간식을 맛보려 눈치 보며 서성이던 그 자리에 쵸코가 숨이 멎어있었다. 그냥 소리 내 울었다. 바보같이. 어떻게라도 병원에 데려가야 했는데 멍청하게, 너무 쉽게 넘겼던 10여 분 전의 일을 너무나 후회하며 울었다. 그렇게 세 식구가 죽은 쵸코를 쓰다듬으며 후회하고 가슴 아파했다.

다음이 걱정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아들이 냉정을 되찾고 검색을 한 모양이었다. 대전 근교의 반려동물 화장터에 예약을 척척 해냈다. 아내는 화장터까지 갈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했다. 흰 수건으로 쵸코를 감싸고 아들과 함께 화장터로 향했다. 세종시 외곽의 화장터까지 향하는 내내 아들은 쵸코를 품에 안고 있었다. 화장터는 놀라우리만치 화려하고 깔끔했다. 모든 게 갖춰져 있었다. 순서대로 화장 절차가 진행됐다. 보랏빛 보자기에 싸인 작은 항아리에 담긴 쵸코를 건네받았다.

아내는 물가에 쵸코를 뿌려주길 바랐다. 화장터 직원은 남들 보지 않게 뿌리면 된다고 귀뜸까지 했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이대로 보낼 수 없다. 다른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고 했다. 고향집의 너른 밭 한켠에 묻어 주기로 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아내는 보랏빛 보자기에 싸인 쵸코를 보고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며칠 후 아내와 아들은 대구로 광주로, 각자의 일터로 떠났고 쵸코와 집에 남겨졌다. 몰랐다. 십오 년간 곁에 있었다. 녀석이 떠난 게 이렇게 고통스러울지 몰랐다.

문화인 칼럼에 너무나 개인적인 일, 그것도 반려견의 죽음에 관해 쓰는 게 못맞땅할 걸 안다. 하지만 필자에겐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의 일이다. 반려동물이 천만을 넘는다고 하지 않나. 공방을 오가는 길, 대로변 소나무 숲길, 하천 아래의 조깅길이 모두 쵸코와 나섰던 산책길이다. 길을 걷다 산책하는 반려견을 보면 그냥 울컥한다. 그때 간식이라도 줄걸!

조부연 대전예술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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