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봄이 오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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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봄이 오길 기대하며

이현경 대전시 전세피해지원센터장

  • 승인 2026-01-20 16:55
  • 신문게재 2026-01-21 1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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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대전시 전세피해지원센터장.
올해 1월 4일 기준,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 신청 건수는 5,202건, 피해자로 결정된 시민은 4,038명에 이르며 피해 보증금 규모는 4,139억 원을 넘는다. 피해자의 87%가 20~30대 청년층이고, 피해 주택의 대부분은 다가구·다중주택이다. 최근 몇 년간 피해 접수 건수는 다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유동성 악화 속에서 전세사기의 위험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옛 충남도청사에 위치한 대전 전세피해지원센터는 이러한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과 피해 회복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센터에는 시청과 구청 파견 인력, 법무사, 주택 도시보증공사(HUG) 직원 등 총 8명이 근무하며, 피해 접수부터 사실조사, 국토교통부 심의 요청, 법률·금융 상담, 각종 지원사업 연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임대인의 주택 보유 현황, 확정일자 여부, 세금 체납 사실 등 20여 가지가 넘는 항목을 꼼꼼히 조사하며 피해 사실을 확인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되기 위해서는 전세사기 특별법에서 정한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갖추었는지, 보증금이 5억 원 이하인지, 다수의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는지, 그리고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도가 있었는지 등이 그 기준이다. 이 요건을 충족한 피해자에게는 경·공매 유예·정지, 우선매수권, 저리 대출, 공공임대주택 지원, 긴급주거 및 생계비 지원, 세제 감면과 법률 지원 등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대전시 역시 주거안정지원금, 이사비, 월세 지원 등 자체 사업을 통해 피해 회복을 돕고 있다.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절실히 느끼는 게 있다. 아무리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어 있더라도, 전세사기 피해는 '사후 지원'만으로는 온전히 회복될 수 없다는 점이다. 한 번의 잘못된 계약으로 삶의 기반이 흔들리고, 미래를 계획하던 청년들이 깊은 좌절과 불안에 떨 수가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피해 발생 이후의 지원을 넘어 피해를 사전에 막는 예방 노력이다.

전세사기는 복잡한 게 아니라, 기본적인 정보 부족과 확인 소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등기부등본 확인, 선순위 권리관계 점검, 보증보험 가입 여부 확인 등 몇 가지 기본 절차만 숙지해도 상당 부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과 청년들에게 이러한 정보는 여전히 어렵고 낯설다. 이 때문에 대전시는 찾아가는 전세사기 예방 교육, 청년·신혼부부 대상 맞춤형 홍보, 예방 체크 리스트 배포 등 예방 활동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전세피해지원센터 역시'피해

접수 창구'를 넘어, 시민들이 안전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예방 거점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센터장으로서 피해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많다. 자식 같은 청년들의 눈물과 절망을 듣고 나면, 제도와 행정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피해 입은 이들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계약을 앞둔 시민들에게는 피해를 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듯, 전세사기로 상처받은 시민들에게도 다시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장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이현경 대전시 전세피해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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