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사 산책]②믿기 힘든 내용이 있으면 위서인가?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상고사 산책]②믿기 힘든 내용이 있으면 위서인가?

양은모 세무사

  • 승인 2026-01-26 11:07
  • 수정 2026-01-28 16:34
  • 제2뉴스팀제2뉴스팀
환단고기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사학계에서 『환단고기』를 위서로 모는 이유로 소위 '황당한 기록'을 들고 있다. 혹자는 『환단고기』를 '황당고기'라며 그 기록 전체를 허구로 취급한다.

남북 5만리 동서 2만여리에 이르는 환국, 환인·환웅·단군의 긴 재위기간, 한민족이 수천 년 전부터 아시아 대륙을 호령했다는 것이 황당하다는 것이다.



『삼국사기』에 보면,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났고, 그 부인은 용의 옆구리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고주몽도 알에서 태어났다. 고주몽은 강을 건널 때 물고기와 자라가 다리를 만들어줘서 건널 수 있었다. 현 역사학계가 기원후 4~5세기에 들어서야 국가다운 국가가 되었다고 하는 고구려는 서기 49년(모본왕 2년)에 중국 중심부 산서성까지 침략한다. 양쪽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사람이 나타나서 조정에서 그를 크게 등용한다. 건국 초기 고구려의 위상이 낯설뿐더러 황당한 이야기들 아닌가?

『삼국유사』는 어떤가? 탈해가 버릇없는 사람이 자신의 물그릇에 입을 대자 입을 물그릇에 붙여 버린다. 하느님(상제)이 천사를 시켜 왕에게 옥대를 전해주기도 한다. 만파식적을 국보로 삼는데, 만파식적이라는 피리는 기후를 조절할 수 있는 마법의 피리다. 바다의 용이 사람을 납치하기도 한다. 황당한 사건들이 즐비하다.



그러면 두 책도 믿기 힘든 황당한 기록이 있으니 위서인가? 중국과 일본의 사서에도 이런 유사한 내용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많은 사건들은 황당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해석의 문제로 남겨둠이 바람직하다.

남북 5만리 동서 2만여리의 영토는 당시 척도 기준도 분명치 않으므로 얼마나 넓은 영토인지 알 수 없고, 환인, 환웅, 단군의 재위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도 한 사람일 수도 있고, 가문을 기록한 것일 수도 있다.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고대에는 수명이 길었다는 것이 꼭 부정당할 이유는 없다. 한민족이 수천 년 전부터 아시아 대륙을 호령했다는 것이 왜 황당한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 대륙을 호령해도 되고, 우리나라는 그러면 안 되는가?

한영우 교수는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규장각 관장 등을 역임한 우리나라 사학계의 대가이다.

그가 저술한 『다시찾는 우리역사』에는 '홍산문화'의 존재를 연표로 제시하고 있다. 홍산문화가 무엇인가? 중국 내몽골 지역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의 대규모 유적으로 시기적으로는 단군조선과 황하문명 보다 앞선다. 중국에서는 이를 신비의 왕국으로 불렀다. 중국으로서는 홍산문화를 설명할 사료적 근거가 전무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단고기』는 어떤가? 배달국의 존재는 홍산문화를 실증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또한 한영우 교수는 『행촌 이암의 생애와 사상』(한영우, 일지사, 2002)을 저술하면서, "현재의 「단군세기」가 후세에 가필된 부분은 있으나 행촌이 지은 母本을 토대로 한 것"(한영우 외 공저, 『행촌 이암의 생애와 사상』, 58쪽)라고 하여 『환단고기』에 들어있는 「단군세기」의 실존성을 인정하고 있다.

『환단고기』는 「삼성기」, 「단군세기」, 「태백일사」, 「북부여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단군세기」의 저자가 바로 행촌 이암이다. 『환단고기』는 계연수 선생이 지은 것이 아니고, 여러 선비 집안에서 소장해오던 사서들을 합본한 것 뿐이다. 역사관이 일치하는 고대 사서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삼국사기』는 중국 중심의 세계관인데 비해, 『환단고기』는 자주적인 역사관으로 쓰여진 사서이다. 그리고 그 저자들은 당대 최고의 대학자들이다.

중국 학자들이 언급한 홍산문명을 이룩한 '왕국'의 실체는 『환단고기』가 아니면, 말 그대로 '신비의 왕국'이 되어 버린다. 또한 한영우 교수는 행촌 이암이 지은 「단군세기」를 『환단고기』에 합본된 「단군세기」의 모본(母本)으로 보았다. 한 교수에 따르면 실제 저자가 쓴 원본이 『환단고기』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진흙 속에 진주를 찾아내는 것이 역사학자들 역할이 아니던가?

도올 김용옥은 "우리나라는 스스로를 비하해야만 인정받으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우리나라는 못난이 역사를 가져야만 된단 말인가."라고 통탄했다. 생각해 볼 문제이다.

양은모 세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민주평통 대전 동구협, 한반도 평화공존 대내외 정책 모색
  2. 세종시 '상권' 고립무원…새로운 미래 없나
  3. 대전진보교육감 단일화기구 시민회의 "맹수석·정상신 단일화 방해 즉각 중단하라"
  4. 대전 진보교육감 단일화 미참여 맹수석·정상신 후보 "단일화 멈춰야"
  5. “예술 감수성에 AI를 입히다” 목원대 ‘실감형 콘텐츠 혁신 허브’로 뛴다
  1.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2. 석유 사재기·암표상 집중 단속… 민생물가 교란 범죄 뿌리 뽑힐까
  3. [사설] '차기 총선 통합론' 더 현실적 대안인가
  4. 345㎸ 입지선정위 논의 3개월 남아… 지역사회 우려 해소는 '제자리'
  5. [세상읽기]'대전 3·8민주의거' 그 날의 외침

헤드라인 뉴스


대전·세종·충남 중동전쟁 수출피해 中企 11곳 `전국 7곳 중 1곳 달해`

대전·세종·충남 중동전쟁 수출피해 中企 11곳 '전국 7곳 중 1곳 달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2주째에 접어들면서 대전·세종·충남지역 수출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해상과 상공이 동시에 막히면서 운임 상승 등 물류·공급망의 애로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대전·세종지방중소벤처기업청 수출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중소기업 피해·애로 사례를 조사한 결과 지역의 피해 사례는 총 11건(대전 1건, 세종 2건, 충남 8건)이 접수됐다. 전국 피해신고 건수는 76건이다. 먼저 3건의 피해가 접수된 대전·세종 수출기..

지난해 대전 고교생 한 명당 월평균 사교육비 76만 원 썼다
지난해 대전 고교생 한 명당 월평균 사교육비 76만 원 썼다

지난해 대전 지역 초중고 학생 사교육비를 조사한 결과, 학원 수강 등 사교육에 참여하는 고교생 한 명당 월평균 76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은 중학생 사교육비가 전국 평균보다 높았으며, 사교육 참여율도 서울권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으로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보다 감소했으나, 참여 학생들의 지출 비용은 증가해 사교육비 부담만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충청권 4개 시도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지출비용은 대..

20년 숙원 해결 기대감 높였던 대전역세권 복합 2구역, 아직 첫 삽 못떠
20년 숙원 해결 기대감 높였던 대전역세권 복합 2구역, 아직 첫 삽 못떠

시행사가 사업설명회까지 열면서 착공의 기대감을 높였던 대전 역세권 복합2구역 개발 사업이 첫 삽을 뜨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중동분쟁으로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착공이 계속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대전시와 지역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예정이었던 대전 역세권 복합2구역의 착공이 연기됐다. 대전역세권개발의 핵심 사업인 복합2구역 사업은 대전역 동광장 주변 2만8391㎡ 부지에 1184가구 공동주택과 호텔·컨벤션·업무·판매시설을 집약하는 초고층 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반갑다 야구야! 반갑다 야구야!

  • 내가 최강소방관 내가 최강소방관

  •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 개학기 등하굣길 ‘안전하게’ 개학기 등하굣길 ‘안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