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의 시조 풍경-3] 시승(詩僧)의 공양

  • 문화
  • 박헌오의 시조 풍경

[박헌오의 시조 풍경-3] 시승(詩僧)의 공양

다울 박헌오/(사)한국시조협회 고문

  • 승인 2026-02-1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시조 한 술 떠먹고

향방 없이 떠도는 길



개암 으름 익었으니

바랑 발우 놓고 가자



구름아

가린 손 내려라

달빛 채반 식을라.



<시작 노트>

무욕의 보살 같은 한 시인이 이름조차 홀로 묻고 소문 없이 떠났다.

임의 탁발 길에는 바랑도 메지 않고 발우도 지니지 않으셨다. 아마도 산에서 여무는 개암, 으름, 머루, 다래가 있으니 아무 걱정이 없고 풀잎에 이슬이 맺히니 목마르지 않다고 손사래 치며 가셨을 것이다.

진정한 시인의 길이라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세속에 물든 나는 서러움으로 젖어온다. 하늘로 탁발 떠나신 임은 밤마다 동녘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넘어가기를 멈추지 않으시며 날마다 시의 양식을 채울 것이다.

채워진 시조의 양식을 조금씩 취하시고 그믐밤이 되면 하루 쉬었다가 다시 초승길을 떠날 것이다. 임의 채반에 따뜻한 시심이 차오르는데 구름이 손을 올려 가리면 식을 것만 같다. 그 은은한 빛이 구름에 가리고, 그 고매한 인품이 망각의 늪으로 사라지면 안타깝고 속상하다. 오늘은 무엇으로 공양하고 먼 길을 가시는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의 인연이 사부이셨건만 아무것도 보답할 수 없어 더 서럽다.

봄이 되면 매화가 되고, 여름이 되면 연꽃으로 피어나는 임의 목소리를 나는 듣겠지만 진정 임의 채반에 나는 산나물 한 그릇도 올려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홀로 비추고 홀로 하늘로 출가하여 가시는 임.

고결하신 시승(詩僧)이시여!

아뇩다라 삼먁 삼보리여!

수미산에 무량수전 지으시고 성불의 뜻 이루소서.

다울 박헌오/(사)한국시조협회 고문

박헌오
박헌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월평정수장 주변 용출수 수돗물 영향 확인… 4곳 모두 소독부산물 나왔다
  2. 학비노조 투쟁 예고에 대전 학교 급식 현장 긴장
  3. 대전 내일 올해 첫 30도… 당분간 초여름 더위 이어진다
  4. 충남교육감 예비후보 4명, 14일 후보자 등록 계획… 단일화 가능성 유지
  5. 월평정수장 유출현상 어디서 얼마나 파악될까… 배수지·정수 유출분 점검대상
  1. 대전교육감 선거 본격 정책 국면 돌입… 정책 연대, 외연 확장
  2. 월평정수장 유출에 긴급 안전점검 돌입…5년단위 정밀진단도 앞당길듯
  3. 배재대 국제처, 외국인 유학생 정주 여건 개선 공로 표창
  4. [목요광장] 급할수록 여유있게 운전하자
  5.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명퇴·퇴직 희망 교사 절반 이상… 빛바랜 스승의날 '씁쓸한 교사들'

헤드라인 뉴스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6·3 지방선거 공식 후보 등록 첫날인 14일, 충청권 광역단체장 4석이 걸린 금강벨트에서 여야 후보들이 일제히 등록을 마친 뒤 거세게 충돌했다. 각각 내란청산과 정권심판 프레임을 내 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들이 충청 지방 권력 쟁탈 혈전에 돌입하면서 헤게모니 싸움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4년 전 4개 시도지사를 모두 내주며 참패한 여당은 설욕을 위해, 당시 대승을 거둔 제1야당은 수성을 위한 건곤일척 혈투가 본격화된 것이다. 각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4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명퇴·퇴직 희망 교사 절반 이상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명퇴·퇴직 희망 교사 절반 이상

교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스승의 날이지만 정작 현장 교사들이 느끼는 감정은 차분하다 못해 냉소적이다. 악성민원이나 불합리한 제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벅찬 교사들에게 더 이상 스승의 날은 교사로서 자긍심을 느끼는 날이 아니다. 중도일보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교사 절반가량이 교사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교권침해를 경험했다. 명예퇴직을 고려하거나 당장 퇴직하고 싶은 교사도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대전교사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전지부의 협조를 통해 5..

코스피 8000선 턱밑…알테오젠, 코스닥 시총 1위 재탈환
코스피 8000선 턱밑…알테오젠, 코스닥 시총 1위 재탈환

코스피 지수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8000선 턱밑까지 다가섰다. 이와 함께 코스닥 시장에서는 대전 소재 바이오기업 알테오젠 이 8%대 급등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2·3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7.40포인트(1.75%) 올라 장 마감 기준 사상 최고치인 7981.41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한때 7991.04까지 오르며 8000선 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코스피는 2월 25일 처음으로 6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이달 6일 약 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

  • 대전시장 후보 등록하는 허태정, 이장우, 강희린 대전시장 후보 등록하는 허태정, 이장우, 강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