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공포 마케팅 시대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공포 마케팅 시대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6-03-09 16:48
  • 신문게재 2026-03-10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 국제 유가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고 하는데 오를 때는 번개같고, 내릴 때는 달팽이 같은 기묘한 시스템 앞에서 사기당한 느낌이 들었음
- 불안한 국제정세를 틈새 삼아 공포를 조장하는 공포 장사꾼들이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임
- 공포라는 감정은 그 어떤 콘텐츠보다 전파력이 강함
-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의 90%는 결코 현실이 되지 않음
- 공포 장사꾼들은 그 10%의 가능성을 1000%로 부풀려 팔아먹음
- 시민정신을 SNS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함
- 공포가 아닌 연대로, 불안이 아닌 지혜로 이 시대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함

김재석 소설가
김재석 소설가
며칠 전 주유소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비싼 게 아닌가. 예전에는 경유가 항상 휘발유보다 200~300원 싸서 경유차를 선택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리터당 50원이나 더 비싸다. 불과 며칠 사이에 급등했다. 보통 국제 유가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고 하는데 오를 때는 번개같고, 내릴 때는 달팽이 같은 이 기묘한 시스템 앞에서 '사기당한 느낌'이 들었다.

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진다.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의 군사적 긴장, 연일 날아다니는 미사일과 폭격 소식. 특히 SNS에는 개인이 올리는 폭격 영상도 상당하다. 이런 공포 심리가 한국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돼 급락하고 급등하는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그런데 더 문제는 이런 불안한 국제정세를 틈새 삼아 공포를 조장하는 '공포 장사꾼'들이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이다. 유튜브에는 "중동 전쟁 장기전, 유가 10배 폭등", "3차 대전 임박", "금값 폭등 전 마지막 기회"라는 자극적인 썸네일이 줄지어 있고, 댓글창에는 라면과 생수를 사재기했다는 고백이 넘쳐난다. 주식 카톡방에서는 "방산주 지금 안 사면 후회한다"는 메시지가 난무한다.

예전에는 신문과 방송이 정보의 문지기였다. 게이트키핑이 과도해서 권력의 나팔수가 되는 문제도 있었지만, 최소한 팩트 체크라는 장치는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1인 미디어를 가진 시대다. 조회 수가 곧 권력이고, 자극적일수록 알고리즘은 더 많은 사람에게 그 영상을 밀어준다. '공포'라는 감정은 그 어떤 콘텐츠보다 전파력이 강하다.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나의 생각은 끔찍한 불행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의 90%는 결코 현실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포 장사꾼들은 그 10%의 가능성을 1000%로 부풀려 팔아먹는다.

나는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전쟁 나면 어떡하냐."며 금을 사 모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정말 전쟁이 나면 금덩어리가 무슨 소용일까? 오히려 이웃과의 신뢰, 공동체의 연대가 생존의 열쇠 아닐까.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에 대한 면역력이다. 국가 차원에서 대책들은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사후약방문 격이 많다. 공포라는 자극적인 정보 앞에서 오히려 개인이 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 정보의 출처는?', '혹시 낚이는 거 아냐?', '누가 이득을 보는가?'를 묻는 습관 말이다.

우리는 12.3 계엄 사태를 비폭력으로 극복한 K-시민정신이 있지 않은가. 공포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여 함께 해법을 모색한 국민적 성숙함을 보여줬다. 이제 그 정신을 SNS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할 때다.

공포 장사꾼들의 목소리가 아무리 크더라도,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이웃의 안부나 중동 국가의 안부를 묻는 따뜻한 목소리다. 중동의 먹구름이 걷히든 걷히지 않든, 우리의 일상은 계속된다. 공포가 아닌 연대로, 불안이 아닌 지혜로 이 시대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한다.
김재석 소설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벼랑 끝 대전충남 통합 충청출신 與野 대표 '빅딜'만 남았다
  2. 빨라지는 6·3 지방선거 시계… 여야 정당 & 후보자 '잰걸음'
  3. [주말사건사고] 대전·충남서 화재·산업재해 잇따라… 보령 앞바다 침몰어선 수색도 나흘째
  4. 해방기 대전 문학 기록 ‘동백’ 7집 발견…27일 테미문학관 개관과 함께 공개
  5. [월요논단] 충청권 희생시켜 수도권 살리려는 한전 송전선로 철회하라
  1. 항공·관광·고교 교육까지…충청권 대학 지산학관 협력 봇물
  2. 대전시 무형유산 초고장·국화주 신규 보유자 탄생
  3. [건강]팔 안 들리는 '광범위 회전근개 파열' 어깨 관절 구조 바꾸는 치환술
  4. '수학문화를 과학기술 대중화의 새로운 문화로' 수리연 정책 포럼 성료
  5. [건강]반복되는 사레, 사망 초래할 수 있는 연하장애의 위험신호

헤드라인 뉴스


벼랑 끝 행정통합…금강벨트 시도지사 경선링도 직격탄

벼랑 끝 행정통합…금강벨트 시도지사 경선링도 직격탄

벼랑 끝에 몰린 대전·충남 행정통합으로 6.3 지방선거 충청권 광역단체장 경선링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경선 열기가 달아오르는 타 시도와 달리 충청권은 차갑게 식은 지 오래며, 국민의힘도 김태흠 충남지사가 후보등록을 미루는 등 후폭풍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경선 일정 지연 등이 현실화 될 경우 후보자 및 공약 검증에 어려움을 겪는 등 고스란히 지역 주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방선거를 3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들어섰지만, 대전·충..

국내 증시 `패닉`에…국내 투자자 불안 심리 `증폭`
국내 증시 '패닉'에…국내 투자자 불안 심리 '증폭'

미국과 이란 전쟁 정세의 악화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인공지능(AI) 관련 불안 심리가 함께 더해지면서 9일 코스피가 6% 가까이 급락했다. 최근까지 6000선 위를 웃돌던 코스피 지수도 어느새 이날 5300선을 내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중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코스피 전 종목의 매매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코스닥도 5% 안팎 급락하며 1100선을 내줬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19.50포인트(5.72%) 하락한 5265...

대전선관위, ‘꿈돌이 선거택시’ 운행…4월부터 2000대 지선 홍보나서
대전선관위, ‘꿈돌이 선거택시’ 운행…4월부터 2000대 지선 홍보나서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홍보를 위해 지역 가맹택시인 '꿈돌이택시'를 활용한 '꿈돌이 선거택시'를 운행키로 했다. 대전선관위는 9일 선관위 대회의실에서 애니콜모빌리티(주)와 '꿈돌이 선거택시'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꿈돌이택시(꿈T)'는 대전시 공식 캐릭터 '꿈씨패밀리'가 UFO에 탑승한 디자인의 차량표시등을 부착한 지역형 가맹택시로, 애니콜모빌리티가 대전시와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협약식에서는 양 기관 대표가 협약서에 서명한 뒤 꿈돌이택시에 직접 탑승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퍼포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금지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금지

  • 3.8민주의거 역사적 의미 살펴보는 시민들 3.8민주의거 역사적 의미 살펴보는 시민들

  • ‘더 오르기 전에…’ 붐비는 주유소 ‘더 오르기 전에…’ 붐비는 주유소

  • 즐거운 입학식…‘반갑다 친구야’ 즐거운 입학식…‘반갑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