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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석 소설가 |
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진다.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의 군사적 긴장, 연일 날아다니는 미사일과 폭격 소식. 특히 SNS에는 개인이 올리는 폭격 영상도 상당하다. 이런 공포 심리가 한국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돼 급락하고 급등하는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그런데 더 문제는 이런 불안한 국제정세를 틈새 삼아 공포를 조장하는 '공포 장사꾼'들이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이다. 유튜브에는 "중동 전쟁 장기전, 유가 10배 폭등", "3차 대전 임박", "금값 폭등 전 마지막 기회"라는 자극적인 썸네일이 줄지어 있고, 댓글창에는 라면과 생수를 사재기했다는 고백이 넘쳐난다. 주식 카톡방에서는 "방산주 지금 안 사면 후회한다"는 메시지가 난무한다.
예전에는 신문과 방송이 정보의 문지기였다. 게이트키핑이 과도해서 권력의 나팔수가 되는 문제도 있었지만, 최소한 팩트 체크라는 장치는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1인 미디어를 가진 시대다. 조회 수가 곧 권력이고, 자극적일수록 알고리즘은 더 많은 사람에게 그 영상을 밀어준다. '공포'라는 감정은 그 어떤 콘텐츠보다 전파력이 강하다.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나의 생각은 끔찍한 불행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의 90%는 결코 현실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포 장사꾼들은 그 10%의 가능성을 1000%로 부풀려 팔아먹는다.
나는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전쟁 나면 어떡하냐."며 금을 사 모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정말 전쟁이 나면 금덩어리가 무슨 소용일까? 오히려 이웃과의 신뢰, 공동체의 연대가 생존의 열쇠 아닐까.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에 대한 면역력이다. 국가 차원에서 대책들은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사후약방문 격이 많다. 공포라는 자극적인 정보 앞에서 오히려 개인이 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 정보의 출처는?', '혹시 낚이는 거 아냐?', '누가 이득을 보는가?'를 묻는 습관 말이다.
우리는 12.3 계엄 사태를 비폭력으로 극복한 K-시민정신이 있지 않은가. 공포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여 함께 해법을 모색한 국민적 성숙함을 보여줬다. 이제 그 정신을 SNS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할 때다.
공포 장사꾼들의 목소리가 아무리 크더라도,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이웃의 안부나 중동 국가의 안부를 묻는 따뜻한 목소리다. 중동의 먹구름이 걷히든 걷히지 않든, 우리의 일상은 계속된다. 공포가 아닌 연대로, 불안이 아닌 지혜로 이 시대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한다.
김재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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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기자






